글로벌 블랙스완 경고 급증...한국적 블랙스완도 퇴치 시급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6월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경제계에서는 앞으로 나타날 수 있는 ‘올 여름 블랙스완’들을 경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블랙스완’이란 평소엔 여간해선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한 번 발생했다 하면 치명적인 타격을 가하는 대형 변수를 말한다.

그런데 이런 블랙스완 요인들이 글로벌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는 게 세계 주요 투자기관의 한결같은 경고다.

블랙스완들의 공습 가능성은 한계산업 및 부실기업에 대한 대대적인 구조조정과 경제 새판짜기가 시급한 한국에겐 결코 달갑지 않은 뉴스들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글로벌 차원의 블랙스완 보다 한국적 블랙스완이 더 무섭다는 사실도 우리의 마음을 졸이게 한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우선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인 블랙록은 최근 “글로벌 증시 상황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했다. “글로벌 증시가 더 이상 저평가 돼 있지 않다”고 했다. “글로벌 시장에 우려스런 요인이 아주 많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증시는 글로벌 경제의 거울과도 같은 것인데 이 시장이 위험하다는 것이다.

블랙록은 ▲미국 연준의 올 여름 과격한 금리인상 가능성 ▲6월 23일 국민투표에서 결정될 영국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 ▲유럽에서의 난민 문제 심화 가능성 ▲그리고 글로벌 성장 부진 심화 가능성 등을 블랙스완 요인으로 꼽았다.

또한 프랑스 대형 은행인 소시에테제너럴도 최근 ‘분기 전망 보고서’를 통해 세계 경제를 위협할 여러 블랙스완 요인을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소시에테제너럴 역시 글로벌 블랙스완 요인으로 ▲가파른 글로벌 성장 둔화 우려 ▲미국 금리인상 경로 돌변 가능성 ▲중국 경제 경착륙 가능성 ▲유럽중앙은행의 정책 불확실성 여부 등을 꼽았다.

선진국 클럽으로 불리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대형 블랙스완을 걱정하긴 마찬가지다. OECD는 특히 “브렉시트 우려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브렉시트 현실화 시 영국 경제에 장기간 장애물이 될 것이며 전 세계 무역에도 커다란 위험을 안겨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브렉시트 시 영국의 경우 2030년에 가면 GDP(국내총생산) 규모가 유럽연합 잔류 때 보다 5%나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브렉시트 현실화 시 나타날 충격은 지난 2011년에 발생한 유로존 금융위기 수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브렉시트 시 유럽연합 단일 시장에 불확실성이 증대될 것이라고 OECD는 역설했다.

최근 중국에서 발표된 5월 차이신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 역시 기준 점인 50선 아래에서 악화된 상황을 연출하며 중국 경제에 대한 불안감을 다시 키웠고 일본 아베 총리는 최근 열린 G7정상회의에서 “지금 세계 경제 불안은 2007년 리만브라더스 사태 때를 능가한다”고 우려했다.

이렇듯 전 세계 곳곳에서 글로벌 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쉴 새 없이 불거지고 있다. 올 여름 상황이 간단치 않을 것이란 얘기들이다.

여기에 미국경제 동반 침체 가능성도 새로운 블랙스완 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 발표된 미국의 고용지표 붕괴는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미국의 5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자 수가 고작 3만8000명에 머문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시장 예상치 16만4000명을 크게 밑도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연준의 6월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긴 했지만 그렇다고 좋아할 사람은 거의 없다. 지금 글로벌 경제에서 유일하게 그나마 잘 버텨주고 있는 미국 경제마저 위축될 수 있다는 신호여서 한국처럼 수출로 먹고 사는 나라들을 더욱 우려케 하고 있다.

그럼 한국발 블랙스완 요인은 없는가. 왜 없겠는가. 한국에게 있어서의 블랙스완은 ‘대규모 분열과’ ‘오판’이다. 그리고 갈수록 격해지고 있는 ‘보호무역주의’도 한국이 극복해야 할 블랙스완 요인이다. 남북문제는 두말할 것도 없는 블랙스완이다.

한국 경제는 지금 전에 없던 불안한 국면을 맞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에 몰려 있다. 97년 위기 때는 전 국민이 나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똘똘 뭉쳤다. 정치권도 마찬가지였다. 또한 가계나 정부의 부채문제가 지금처럼 심각하진 않았다. 아시아를 제외한 다른 경제권은 건강한 상태였다. 따라서 한국이 정신 차리고 수출을 늘리면 받아줄 나라도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수년간 미뤄져 온 부실기업 구조조정과 한계산업 재편은 이제 한국경제에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그간 방향성조차 잡지 못하고 허둥대던 정부 경제정책 담당자들의 무능함과 안이함 때문에, 그리고 정치권의 분열 때문에, 아울러 구조조정 일선을 책임지는 일부 국책은행들의 무능과 책임회피 때문에 한국의 구조조정과 산업재편은 이제 그 갈 길이 더욱 멀어진 상태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치권은 여전히 제 밥그릇만 지키기 위해 샅바싸움에 몰두하고 있다. 정부 역시 각 현안마다 컨트롤 타워를 세워 일로매진해야 함에도 큰 일이 일어날 때 마다 허둥대고 있다.

어디 그 뿐인가. 글로벌 경제가 모두 어려워지다 보니 보호무역주의는 더욱 기승을 부리고 있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중국 철강업체에 상상을 초월하는 관세를 부과키로 하는 과정에서 한국 철강업체도 더불어 된서리를 맞았다.

미국은 지난 4월 한국을 환율조작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데 이어 최근엔 제이콥 루 재무장관이 한국에 직접 들어와 경제수장들을 만나고 “환율 공조”를 역설했다. 환율 갖고 더 이상 장난치지 말라는 얘기다.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 규모가 날로 커지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지는 않겠다는 경고다. 심지어 한국과 미국간 FTA(자유무역협정) 마저 재협상하겠다고 엄포를 놓는다.

게다가 미국의 여야 대선 주자들은 향후 보호무역을 더욱 강화할 태세다. 이게 다 먹고살기 어려워지면서 각국이 자기 방어벽을 치고 있다는 증거들이다. 수출 의존형 한국 경제가 경계해야 할 대목들이다.

한국은 이제 더 이상 분열해선 안된다. 오판해서도 안된다. 경제를 되살릴 시간이 별로 없다. 벼랑끝에 몰려 있다. 더욱 더 냉철한 경기 진단과 함께 부실이 심한 곳은 어서빨리 구조조정 하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에 온 경제 주체가 매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죽는다. 다 죽는다.

한국은 지금 인구 절벽 위기까지 맞고 있다. 동시에 소비절벽도 심화되고 있다. 일자리를 찾지 못한 청년들이 결혼을 기피하고 설령 결혼을 했다 해도 자녀 낳기를 꺼리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이는 정부와 기성 경제계, 그리고 정치권의 무관심, 무능, 역부족, 오판, 분열이 가져다 준 참담한 결과다.

지금 한국은 여러 한국적 블랙스완 앞에 중대기로에 서 있다. 하루 빨리 경제를 재건하고 청년들에게 희망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 시키기 위해서는 한국적 블랙스완들을 서둘러 퇴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정치권과 정부, 주요 경제주체 모두 환골탈태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경제장관 임명시 상황을 정확히 진단하고 이를 과감히 돌파할 의지가 있는 '일할 줄 아는 사람'을 임명하고 전면에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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