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ECB의 회사채 매입 규모 적을 경우, 시장 혼란만 커질 수도"

유럽중앙은행(ECB)의 회사채 매입이 임박했지만, 유럽 회사채 시장이 안정되기보다 오히려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ECB의 회사채 매입을 앞두고 그간 채권 발행이 크게 늘고 회사채 가격이 급등했지만, ECB의 회사채 매입 물량이 기대보다 적을 경우 시장에 혼란만 안겨줄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7일(이하 유럽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 3개월 동안 유럽 회사채 시장에서는 모종의 경고가 있었다. 유럽중앙은행으로부터 자금이 흘러 넘쳐 들어오면서 회사채 시장의 수문이 곧 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이 그것이었다.

하지만 8일 ECB가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시작하기에 앞서, 이러한 금융의 바다에서 수영을 하고 있는 투자자들과 전략가들은 계속해서 불확실성에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고 앞으로 혼란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FT는 “ECB가 지난 3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경제 활동을 부양하기 위한 노력으로 매월 진행하는 양적완화(자산매입) 대상에 회사채를 포함시킬 것이라고 발표한 이후 회사채 가격은 상승했고, 기업의 차입비용은 하락했으며 채권 발행은 급증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딜로직의 데이터를 보면 유로존에서 4월과 5월에 각각 2170억 유로, 그리고 1970억 유로의 회사채가 각각 발행됐다. 엄청난 물량이다. 또한 4월과 5월 회사채 판매 과정에서 기록을 깬 주가 2번이나 됐다. 그런데 2차례 모두 지난 1월 한 달 동안 판매된 물량보다 2배나 많았다.

FT는 “회사채 가격이 상승하면서 채권 수익률은 하락하고 있고, 신용평가사의 신용등급이 투자등급인 유로 표시 채권의 평균 수익률은 2015년 4월 이후 처음으로 1% 이하로 하락했다”고 밝혔다. 회사채 수익률(금리)이 하락했다는 것은 회사채 가격이 뛰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FT는 “이와 더불어, 수익률이 제로 이하인 회사채들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이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투자자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지만, 소득을 얻고자 하는 투자자들에게는 신용 위험을 확대하거나 혹은 장기채를 매입하도록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도이체방크(Deutsche Bank)의 채권 전략가인 짐 레이드는 “최근 출장을 다녀오면서 느낀 바로는 회사채를 매입하기로 한 ECB의 결정이 환영 받을 일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를 찾기가 상당히 어려웠다”면서 “일반적인 두려움은 시장의 열기를 빠르게 사그라들게 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코메르츠방크(Commerzbank)의 금리 및 채권 리서치 팀의 팀장인 크리스토프 리에거는 “ECB가 다음 조치(회사채 매입)를 시행하려고 하면서, 이전에 차질이 빚어졌던 기억이 다시금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FT는 “ECB 통화정책 위원들이 회사채를 얼마나 매입할 것인지 언급하지 않은 상황에서, 만일 ECB가 회사채를 소량만 매입하고 그칠 경우 이는 대량 매도세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메르츠뱅크의 회사채 리서치 팀의 팀장인 Marco Stoeckle은 “회사채 거래량이나 스프레드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지 말라”면서 “ECB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월간 30억~50억 유로보다는 높지 않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이는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이 월간 50억~100억 유로를 기록할 것이라는 기대에 한참 못미치는 수치다”면서 “이는 회사채 시장에 환멸을 안겨줄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강조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기사 도움말=이동수 (증권사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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