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개혁 방안 "정부가 다시 짜야"...정부의 산은 행장 인사 방식도 바꿔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최근 대우조선해양 재무당담 임원을 맡았던 산업은행 출신 인사가 전격 구속됐다. 5조원이 넘는 분식회계에 가담했다는 게 혐의다. 국민들이 보기엔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터졌다. 그간 그토록 출자회사나 자회사, 대규모 여신을 준 기업에 낙하산 인사를 일삼던 산업은행의 위상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순간이었다.

필자는 그간 산업은행 낙하산 인사의 위험성을 누누이 강조해 왔다. 국회의원들도 국정감사 때가 되면 “산업은행 낙하산 인사, 이러면 안된다”고 질타한 게 한 두 번이 아니다.

그간 산업은행 낙하산 인사가 여론의 도마 위에 자주 오른 것은 산업은행 간부 출신들이 부실기업이나 한계기업에 내려가 산업은행을 향해 대출 로비를 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됐기 때문이다. 산업은행 고위 임원 출신이 자회사나 출자회사, 부실기업에 내려가 잘못된 일을 해도 산업은행이 이를 막기 어려울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런데 이번 대우조선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 산업은행 출신이 ‘분식회계’에까지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는 것은, 그리고 검찰이 적용한 혐의가 사실로 드러난다면, 이는 그야말로 산업은행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가 얼마나 큰 국가적 해악을 저질렀는지를 확인시켜주는 사례가 될 수 있어 주목된다.

잘 알려진 대로 산업은행은 국책은행이다. 국가가 주인이다. 이는 곧 국민이 산업은행의 주인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산업은행이 잘못되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국민의 몫으로 돌아가게 된다. 산업은행이 부실화되면 늘 국민세금을 거둬들이는 국가가 산업은행이 살아나도록 뒷받침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그간 산업은행은 언론이나 국회의 “낙하산 인사 질타” 에도 꿋꿋이 버텨왔다. 자기 밥그릇 챙기는 데는 국회의 지적이나 언론의 지적도 통하지 않았다. 필자는 산업은행 간부 출신이 자회사나 출자회사, 또는 부실기업에 내려가 또 한 차례의 요직을 거친 뒤에도 거기서 끝나지 않고 또다른 산업은행 관계회사를 얼쩡거리는 사례를 자주 봐 왔다. 그리고 이런 이상한 산업은행 출신들의 갑질은 결국 국민들에게 비수를 꽂는 상황으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산업은행의 낙하산 관행은 국민들의 질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산업은행은 지난 23일 자체 혁신방안을 발표했다.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구조조정 자문단을 만들고 자회사 낙하산 인사를 막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이 혁신안 또한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다. 국민의 기대에 못 미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은 지금 각 자회사나 출자회사에 내려가 있는 자행 출신 임원들부터 뽑아내야 한다. 앞으로 낙하산 인사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만으론 부족하다. 지금 자회사에 나가있는 인사들을 퇴출시키지 못한다면 그들에 대한 관리방안이라도 마련했어야 한다.

그러나 산업은행 자체 노력만으론 역부족이다. 산업은행 개혁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아니 정권이 나서야 한다. 그간 산업은행이 왜 이지경이 됐는가. 산업은행 행장자리가 늘 낙하산 인사로 채워지고 낙하산 인사로 내려 온 일부 경험이 적은 행장이 산업은행을 망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을 수 있다는 생각을 정부는 해 본 적이 없는가.

산업은행 행장 자리는 국가 요직이다. 산업은행 행장 자리가 끝발이 있거나 높은 자리여서 만은 아니다. 그 역할이 매우 중요한 자리라는 얘기다. 산업은행장은 수많은 자회사나 출자회사를 관리해야 한다. 부실 기업 구조조정 능력도 뛰어나야 한다. 특정 산업이 위기에 처하면 그에 대한 지원책이나 구조조정 대책을 주도해야 한다. 소신껏 일을 할 줄도 알아야 한다. 구조조정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고 있는 사람이 맡아야 한다. 경험이 없거나 일 추진 능력이 부족한 사람이 맡으면 큰 일 나는 자리다. 나의 책임을 남에게 미루는 사람이 맡아서도 안되는 자리다. 다른 자리는 몰라도 산업은행장 만큼은 능력 있고 추진력 있고 금융업무나 구조조정 업무에 탁월한 사람이 맡아야 한다.

그런데 지금까지 각 정부는 무얼 했는가. 산업은행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 데 열중하지 않았는가. 그리고 산업은행 행장 자리에 낙하산 되어 내려온 인사들은 또 무얼 했나. 자신이 데리고 있는 산업은행 임직원들을 자회사에 내려 보내는 일을 거리낌 없이 자행하지 않았는가. 참으로 한심한 낙하산 인사의 작태가 산업은행 안팎에서 일어나지 않았는가. 정부는 산업은행장을 낙하산 시키고 낙하산 되어 온 산업은행장은 자기가 데리고 있는 사람을 그 아래로 또다시 낙하산 시키는 일을 밥먹듯 해 오지 않았는가.

정부는 이제 산업은행 행장 자리엔 반드시 능력이 있는 사람을 앉히는 방안을 서둘러야 한다. 그리고 산업은행은 지금 당장 자회사나 출자회사, 산업은행 관련 부실기업 등에 내려가 있는 자행 출신 낙하산 인사부터 공개하라. 그리고 그들을 당장 뽑아 내거나 철저한 관리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앞으로 잘하겠다. 앞으로 낙하산 인사는 하지 않겠다”는 말은 더 이상 국민들을 감동시키지 못할 것이다. 산업은행은 앞으로 자신들을 더욱 철저히 관리해 더 이상 국민들에게 손을 내밀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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