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의 등장은 분명 우리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었다. 무엇보다 취지가 좋았다. 그간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뉴스타파가 해내고 있다. 버진아일랜드내 한국 재벌과 큰 손들의 유령회사 명단을 백일하에 공개함으로써 그토록 우리 당국이 외치던 ‘역외탈세’와 ‘해외 불법 외환거래’를 척결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줬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우리에게 더 많은 숙제를 던져 주었다. 뉴스타파의 이같은 노력에도 지금까지 드러난 해외 유령회사의 규모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점이다. 버진아일랜드 중심의 실명 페이퍼컴퍼니만이 극히 일부 공개된 것이다. 다시말해 지금까지 밝혀진 해외 조세회피지역 유령회사 명단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버진아일랜드말고도 조세회피지역은 전 세계 곳곳에 널려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꼽은 조세회피지역만도 무려 35곳에 이른다. 케이맨제도, 파나마, 사모아, 모나코, 그레나다, 산마리노, 바누아투, 라부안 섬, 쿡제도, 버뮤다, 라이베리아 등 우리에게 익숙한 지역도 한두 곳이 아니다. 이들 지역 모두를 우리 손으로 다 파헤쳐야만 비로소 역외탈세문제를 해결할 여지가 생기는 것이다. 그 뿐 아니다. 지금까지는 실명의 페이퍼컴퍼니만 주로 공개됐다. 차명으로 설립한 유령회사를 캐내는 것도 큰 숙제로 남아있다.
 
현재 조세회피지역에 굴리고 있는 한국인 자산만 해도 무려 7900억달러에 이른다. 중국 러시아에 이어 3번째로 많은 규모다. 뉴스타파 주도로 이뤄진 버진아일랜드발 조세회피지역 유령회사 현황 공개는 그 신선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우리에게 더 많은 일거리를 만들어 준 셈이다.
 
만일 버진아일래드 등 극히 일부지역에 세워진 실명의 페이퍼컴퍼니만 공개돼 조사를 받고 다른 지역의 페이퍼컴퍼니나 차명의 유령회사에 대해선 밝혀내지 못할 경우 그 부작용 또한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마치 버진아일랜드에 있는 실명의 재벌들만 심판받게 될 경우 다른 지역에 숨겨진 유령회사나, 차명의 회사에 대해선 마치 면죄부를 줄 여지도 없지 않은 까닭이다.
 
재벌이 아닌 일부 전직 대통령을 비롯한 전현직 유력 정치인, 그리고 전직 고위 관료들에 대한 해외비밀계좌를 밝혀내는 것도 앞으로 우리가 해결해 내야 할 숙제다.
 
또한 조세회피지역에 유령회사를 설립해 놓고 이 돈으로 외국인 행세를 하며 한국에 들어와 M&A(기업 인수 및 합병)를 하거나 주가조작을 한 사례, 주요 기업에 대한 지분 위장매수 행위 등도 철저히 가려내야할 역사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예컨대 지난 19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주요 은행이 석연치 않게 외국계 펀드에 팔려나가는 과정에서 소위 검은머리 외국인으로 불리는 돈들이 국내시장에 들어와 외국돈 행세를 했을 가능성 등이 그 대표 사례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면 뉴스타파가 건드리지 못한 다른 지역 유령회사나, 차명의 유령회사에 대해선 어떻게 그 실체를 파헤쳐야 하는가. 이는 아주 어려운 작업이다. 그러나 그 길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현재 박근혜 정부들어 국내 정치권엔 해외 조세회피지역의 비밀계좌나 페이퍼컴퍼니명단을 제공하겠다며 제보해 온 사람이 여럿 더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과거에 일부 재벌기업의 부탁으로 해외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 줬던 사람들이 바로 그 당사자들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당국의 조사를 받고 있는 H그룹과 모 건설자재기업이 이런 사례 중 하나로 지목받고 있다.
 
현재 해외 역외탈세를 조사할 수 있는 여건은 뉴스타파에 의해 제공됐다. 이제 남은 거대한 해외도피자산을 찾아 내는 것은 정부 당국이 해 내야 할 일이다. 더는 재벌의 논리에 놀아나지 않고 끈기 있게 추적하는 모습을 보여줄 때만이 박근혜 정부가 외치는 지하자금 양성화도 비로소 성공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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