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승리 전해진 24일 오전 10시40분의 환율 급변동을 만든 진짜 원인은?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지난 24일 본지 기사에 ‘미분 불가능’이라는 수학 용어를 썼더니 이에 대한 평론을 몇 차례 받았다. (관련기사: 엔화환율 101엔, 파운드 1.34 달러... 환율 곡선 ‘미분 불가능’)

전 세계에서 외환 거래에 참여하는 은행은 무수히 많다. 한국은 2000년 이후 은행 대형화 과정에서 은행 수가 급격히 줄었지만 이것은 한국의 경우일 뿐이다.

은행마다 많게는 수 십 명의 딜러가 자기 나름의 포지션을 유지하며 거래에 임하고 있다. 이들은 해당 국가의 금융시장이 개장하는 오전부터 오후 3시나 4시 무렵까지 하루 종일 환율 변동을 유발할 소재를 찾아다니며 거래에 임하고 있다.

원화는 오전 9시~오후 3시 서울 외환시장에서 거래되고 현물환 거래는 마감되지만, 달러 유로 엔화 파운드 같은 주요 통화는 24시간 거래된다. 서울과 도쿄가 마감될 때는 유럽시장이 개장한다. 곧 이어 뉴욕시장이 열린다. 전 세계 어디서든 외환거래는 끊이지 않고 이어진다.

거기다 수천 수 만개 은행이 십여 명 씩 고용한 딜러들이 끊임없이 거래를 일으킨다.

원화의 대미달러 환율은 예외적으로 실시간 파악이 매우 쉬운 환율이다. 극히 소수의 외국환중개기관에서 거래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 곳의 분단위 초단위 거래를 확인하면 된다.

달러 엔화와 같은 주요 통화는 이런 중개기관이 없다. 로이터와 블룸버그와 같은 매체가 인용하는 환율은 몇 군데 은행을 기준으로 한 것이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모든 환율 변동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딜러 A가 자기 앞에 놓인 단말기를 통해 상대 은행을 찾아서 숫자 하나를 입력하면 그것이 거래 완료다.

‘200 mio USD buy JPY’라는 신호를 보내면 이는 엔화를 2억 달러 매입한다는 표시다.

이를 받은 상대은행의 딜러 B는 ‘58/68’의 답신을 보낸다. 현재 환율이 101.63 엔인 상태에서 이는 엔화를 살 때는 101.58 엔이고 팔 때는 101.68 엔이라는 가격 제시다. 이 가격이 마음에 안 들면 A는 다른 은행을 찾는다. ‘60/70’과 같이 엔화를 더 싸게 제시하는 곳을 찾으면 A는 ‘60’을 입력한다. 1달러당 101.60 엔에 2억 달러 거래가 체결됐다.

단말기에 연결된 프린터가 간단한 내용을 출력한다. 이것이 거래 확인서다.

만약 나중에 예상외 환율변동으로 손해를 보게 돼서 이런 거래 없었다고 발뺌을 한다면? 이는 국제 금융시장에서 용납될 수 없는 신의를 저버린 행위가 된다. 법적인 문제도 생기지만 이후 신뢰하지 못할 은행으로 간주돼 외환시장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딜러가 거래한 내용은 전표에 옮겨져 백오피스로 전달된다. 결제를 담당하는 직원이 거래 내용에 따라 상대은행의 결제 계좌로 달러를 보내고 이 은행은 엔화를 받는다.

온라인 게임을 하는 정도의 손놀림으로 수억 달러의 외환거래가 이뤄지는 것이다. 24시간 동안 수 만 명의 딜러가 이런 거래에 매달리고 있으니 달러 엔화와 같은 경화(hard currency)의 변동 곡선은 수학의 연속 함수를 가정한 분석이 크게 틀리지 않는다.

영국 국민들이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결정한 것이 처음 전해진 지난 24일 아시아 외환시장에서 주요 통화의 환율이 일제히 뽀족한 탑의 형태를 보이며 아래로 꺾어졌다. 오전 10시40분 무렵의 일이다. 그 많은 전 세계 딜러들이 마치 ‘구령’에 따른 동작을 하듯 일제히 파운드 투매와 달러 매집에 나섰다.

직전까지는 영국의 EU 잔류가 다소 우세하다는 기대가 많았다. 그로 인해 환율 변동의 예각이 더욱 날카로워졌다.

미분은 완만한 곡선에 접하는 선의 기울기를 뜻한다. 곡면 상의 하나의 점에 대한 접선은 오직 하나 뿐이다. 이것이 미분이 가능한 경우다. 통상의 환율 변동은 이런 모습이다. 

그러나 24일 오전 10시40분의 뾰족한 탑에 접하는 접선은 한 두 개가 아니다. 무수히 많다.

영국의 브렉시트 결정은 환율 곡선에 이렇게 이례적인 미분 불가능 곡선을 남긴 것이다. 파운드 뿐만 아니라 유로 엔화, 거기다 호주달러까지 주요 통화들을 일제히 이렇게 급변시켰다.

이전과 다른 시기로 들어서는 세계가 금융시장에 남긴 하나의 흔적이다.

일부 뉴스는 브렉시트를 결정한 영국인들이 재투표하자고 거센 요구를 하고 있다고 전한다. 그러나 재투표를 해서라도 EU에 잔류하면 탈퇴를 주장했던 영국인들은 가만있을까. 온갖 인종 차별적인 구호가 영국의 민심을 자극할 것이다.

프랑스 지방선거, 오스트리아 대통령 선거, 그리고 현재 진행중인 미국의 대통령 선거는 영국의 EU 탈퇴와 함께 지금 서구 지성들이 처하고 있는 ‘안방주의’의 위협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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