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극장에 공연 전문가 채용해 경제적 효과 극대화 해야

▲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상당히 유명한 플루티스트가 있다. 그 부모와 잘 알고 지내고 있다.

재능도 갖춰서 제법 훌륭하게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국내에서 충분한 활동 기회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여섯 살 때부터 플루트를 공부했다. 유학까지 다녀오는 과정에서 부모는 서울 강남의 큰 아파트 한 채를 팔았다. 그러고도 부족해서 빚까지 졌다. 그를 공부시키는 비용이 수십억 원에 달한 것이다.

해외에서 제법 유명세도 타고 있고 국내에서는 방송국 오케스트라와 협연도 하고 있다. TV에도 가끔 등장한다. 이 정도 인지도를 갖춘 예술인인데도 국내에 자리가 없어 해외에서 활동하고 있다. 나 또한 문화계에 있는 사람으로서 참 마음이 착잡하다.

고급 문화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늘려야 한다.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을 공부하는 동안의 시간과 피와 땀, 그리고 비용을 생각했을 때, 이들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국부유출이나 마찬가지다.

문화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낮을 때는 이런 얘기가 다 할 일 없는 소리로 무시됐다. 하지만 지금 세상은 전혀 달라졌다.

시골에서 음악이나 연극 공연이 열리면 서울보다도 더 열띤 호응 속에 공연이 진행된다. 이제 문화에 대한 수요는 도시 지역 아닌 곳까지 널리 확산됐다. 문화에 대한 수요가 높아졌다는 것이다.

국민들의 문화인식이 예전과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먹고살기 힘든 시절, 인식수준이 낮았을 때는 예술인들의 기회가 부족하다는 하소연을 꺼내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지금은 그런 세상이 아니다. 왜 우리 지역에는 문화를 접할 기회가 없냐는 요구가 부쩍 높아졌다. 그래서 예술인들의 기회를 늘려줄 해법을 찾을 수 있는 것이다.

경제적 논리로 봤을 때, 수요가 높아졌는데도 예술인들이 활동할 기회를 못 잡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어딘가 구조가 잘못됐다는 이야기다.

나는 여기에 대해 꽤 오래전부터 구체적인 연구를 많이 해왔다.

우선, 정부에서 조금만 예산을 쓰면 아주 큰 해답을 찾을 수 있다. 혹자는 “또 정부지원 타령이냐”는 반론을 제기할 수 있다. 예술 하는 사람의 투정으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정부는 현재도 예술 지원에 상당히 큰 돈을 쓰고 있다. 그걸 좀 더 조직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쓰자는 것이다.

무엇보다 전국에는 문화활동을 크게 지원할 든든한 인프라가 있다.

바로 900개에 달하는 국립·공립·사립 극장들이다. 전국에 이렇게 많은 극장이 있다는 것은 매우 훌륭한 현실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훌륭한 문화 기반이 대부분 할 일 없이 방치되고 있다는 점이다. 900개 극장 가운데 쓰이지 않고 있는 곳의 비율은 늘 70~80%에 달하고 있다.

극장은 있지만, 극장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실행할 전문가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정부가 가장 효과적으로 문화 활동을 촉진시킬 수 있는 분야다.

정부가 극장의 전문가 채용을 재정적으로 지원함으로써 많은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극장에 전문가가 없으면 문화 활동을 수용할 수 없다. 극장이 쉬고 있으면 예술인들은 활동을 못한다. 이것은 문화 부진의 악순환이다.

나는 극장마다 두 명씩 전문가 채용을 의무화하고 정부가 이를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기획파트와 무대파트의 전문가를 한 명씩 채용하는 데 인건비의 50%를 지원하는 것이다. 인턴 채용 지원과 같은 방식이다. 그리고 월 3회 정도의 공연을 지원하는 것이다.

무슨 돈이 있어서 그렇게까지 나랏돈을 쓰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 문화관광체육부와 서울문화재단 등에서는 많은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런 사업을 다 합치면 그 규모가 꽤나 커진다.

나는 그 돈들이 현재 과연 제대로,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느냐는 의문을 제기한다. 일부 문화계 유력인사들의 그릇된 판단으로 인해 헛된 곳으로 낭비되는 건 아닌지도 따져봐야 한다.

힘들게 예술을 공부하고 온 사람들은 현재 갈 곳이 없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어쩌다 한번 공연에 불러주면 감지덕지다. 그러나 이런 기회마저 ‘가뭄에 콩 나기’다.

내가 연구해보니 900개 극장의 전문가 두 명 채용과 월 3회 공연을 지원하는 것에는 연 3000억 원 정도의 자금이 들어갈 것으로 분석됐다.

지금의 이런저런 예술 지원 사업을 감안하면 이것이 무턱대고 떼를 쓰는 것이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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