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골프 산업, 고사 위기...획기적 대책으로 위기 돌파 지원해야

[외부 기고=김욱기 GS엘리시안 부사장] 한국은 세계가 알아주는 골프 강국이다. 그러나 한국의 골프 산업은 외화내빈이다. 경기 침체와 골프장 과잉공급으로 적자를 내는 기업이 한둘이 아니다. 한마디로 고사 직전이다. 이들의 경영난을 해소시켜줄 획기적인 대책들이 나와야 할 시점이다.

돌이켜 보면 한국에서 골프 산업은 가능성이 큰 업종이었다.

골프는 1900년경 국내에 처음 소개된 이후 한동안 소수계층의 전유물로 인식됐었다. 그러다가 1970년대에 들어와 조금씩 저변을 넓히기 시작하면서 대중화의 기틀을 닦게 되었다.

이후 골프산업은 1998년 박세리 선수의 US 여자오픈 우승 이후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게다가 그 후 국민들의 소득수준까지 높아지면서 골프장 수가 급격히 증가했고, 스크린 골프의 등장으로 인해 20~30대 젊은이들도 골프에 대한 접근이 쉬워져 대중화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또한 아시아 국가로서는 최초로 인천 송도에서 프레지던츠컵을 성공적으로 개최했으며, 오는 8월 열리는 브라질 리우올림픽에서는 골프가 112년 만에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는 등 일반 국민들에게 골프가 더 이상 소수계층을 위한 스포츠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되기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렇듯 빠르게 성장하던 골프 산업은, 국내 경제가 장기 불황의 징조를 보이고 골프장의 공급과잉이 일어나면서 점점 침체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

현재 전국 골프장의 절반 이상이 적자를 내고 있다. 경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매물로 나와 있는 골프장만 60여 개에 이를 정도로 한국의 골프 산업은 중대 위기에 처해있다.

다행히 정부에서도 지난 2월 골프 산업의 위기에 대한 타개책으로,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 전환 지원과 대중제 골프장의 캐디·카트 선택제 확대 추진을 골자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체육시설법을 개정해 회원제의 대중골프장 전환을 위한 회원 동의 요건을 회원 100% 동의에서 80% 이상 동의로 완화시키고, 또한 회원제의 대중골프장 전환에 대한 특별융자 프로그램도 마련, 국민체육진흥기금을 활용해 시중 금리보다 1% 포인트 낮게 자금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 사진=뉴시스

 

그러나 한국 골프산업의 위기를 제대로 극복하고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보다 근원적인 처방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우선 골프장에 부과되는 과중한 과세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물론 과잉 중복투자 및 고금리 금융 차입과 같은 골프업계 내부의 문제도 있지만, 골프장 경영 상황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골프장에 부과되는 과중한 세금이라는 것이 골프업계의 지적이다.

아직도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는 카지노의 3배, 경마장의 12배에 이르며 재산세는 일반 기업 세율의 10배에서 최대 20배나 된다.

이렇듯 보유세를 포함해 연간 매출의 30% 이상을 세금으로 납부하는데다, 골프장 공급과잉 및 경기 하락으로 인한 회원권 분양 실패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회원제 골프장의 경영난 악화가 심화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전향적인 사고로 세제 개선을 통해 골프장의 경영난 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할 것이다.

또한 회원제 골프장의 대중제로의 전환을 지금보다 한결 용이하게 법적·제도적 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회원제 골프장에서 대중제 골프장으로 전환하면 세금 완화에 따른 요금인하로 골퍼들은 낮아진 그린피로 방문 횟수가 늘어날 것이고, 골프장들은 운영이 활성화 되어 영업수지가 개선될 것이므로 실질적인 골프의 대중화가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대중제로 전환을 완료했거나 준비 중인 회원제 골프장은 약 22곳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여기에 법정관리에 들어간 골프장 약 50곳 가운데서도 상당수가 퍼블릭 전환을 검토 중이어서 앞으로 그 수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대중제 골프장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기존회원의 입회비 반환이라는 문제를 선결해야 한다. 때문에 적자를 보고 있는 골프장들은 지급여력이 없다는 것이 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따라서 앞서 언급한 법적·제도적 보완 뿐만 아니라 금융기관들의 관련 펀드상품 개발과 운영 활성화를 통해 대중제 전환을 가속화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외에도 캐디·카트 선택제 활성화를 통해 캐디피, 카트피를 인하하여 내장객을 증가시키는 방안 및 골프장과 지자체, 기업이 함께하는 스포츠 이벤트 실시 등 골프인구의 저변을 확대해 가는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하겠다.

현재 국내 골프 산업은 벼랑 끝의 위기에 봉착해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골프 업계가 합심하여 해결방안을 모색하지 못한다면, 스포츠 산업에서 매출액의 40%를 차지하며 막대한 고용 창출 효과를 내는 골프 산업은 고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골프 산업이 유발하는 경제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한시라도 빨리 민관이 합심하여 해결책을 도출하고 조속한 시일 내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과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