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방치된 공연장에 전문가 채용 지원하면, 문화산업-지역경제 살아날 것

▲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경제칼럼] 경기도 모처에 수년전 공연장이 새로 들어섰다. 군 단위 지역이지만 이곳에 수백억 원을 들여 만든 것이다.

내가 경영하는 회사의 직원과 함께 이곳을 찾아갔다. 훌륭한 공연시설은 미리 알아둘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찾아가보니 공연장이 그 지역의 종합운동장과 같은 곳에 있었다. 말하자면 지역 문화의 중심지 같은 곳이었다.

이 곳에선 어떤 공연이 진행 중일까 하는 궁금한 마음이 가득했다. 찾아간 시간은 대낮이었다.

그런데 기대했던 장면과 달리 공연장은 입구가 자물쇠로 잠겨져 있었다. 쪽지가 하나 있었는데 “용무가 있는 분은 이 번호로 전화 하십시요”라고 적혀 있었다.

그 번호로 전화를 하고 10분이 지났다. 누군가가 오토바이를 타고 나타났다. 군청의 시설과 직원이었다.

그는 공연장에 상근 직원이 없어서 이렇게 문을 닫아 놓는다고 말했다. 행사가 있을 때는 이렇게 자신이 와서 문을 열어주고 불만 켜준다는 것이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가 봤다. 새 공연장이라는 사실이 믿기 힘든 모습이었다.

곳곳에 곰팡이가 슬고, 피아노는 다 풀어져 조율도 안되어 있었다. 칙칙한 냄새도 났다. 수백억 원 들여서 만든 공연장의 썩어가는 모습이었다.

어디나 마찬가지지만 지역의 공연장이 세워질 때는 정부 지원이 들어간다. 혈세를 투입해 놓고 이렇게 썩히고 있는 것이다.

몇 차례 뉴스에서도 지적된 내용이지만, 전국 지방자치단체 공연장들 대부분이 이렇게 방치돼 있다.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전시행정으로 수백억 원의 혈세를 들여 만들어 놓고는 썩히고 있는 것이다. 명백한 국고 낭비다.

따지고 보면 이걸 지키고 관리할 사람이 없으니 빚어지는 당연한 현상이다. 공연장이 어떤 의미를 가진 곳이며 여기서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는지 이해하는 사람이 지키고 관리해야 하는데, 현실은 시설관리과 직원 한 사람이 출입통제나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을 필요가 없는 공연장이라면 애초에 만들 필요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문제는 오히려 더 간단할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금 한국에서는 전국 어디든 문화 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높아졌다. 900개 국공사립 공연장은 이래서 만들어진 것이다. 저마다 수백억 원을 들여가면서다.

그런데 이걸 저렇게 버려두고 있는 것이다.

한편으로 문화인들은 굶주리고 있다. 설 자리가 없어서다.

이들이 서 있을 공연장은 썩어가고 있고 문화인들은 방황하고 있다.

뭔가 앞뒤가 안 맞는 현실이 전개되고 있다.

그래서 공연장에 전문 인력이 필요한 것이다.

지금 이곳저곳에서 새는 문화 지원 예산을 공연장 전문 인력 채용에 집중하면, 썩어가는 900개 공연장이 모두 문화의 산실로 탈바꿈할 수 있다.

정부가 각 지역 공연장의 기획 파트, 공연 파트 전문가를 한 사람씩 채용하는 데 필요한 인건비의 절반 정도만 지원해 주는 방안도 있다. 그리고 이 공연장이 한 달에 3회씩 공연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내가 연구한 결과, 이 비용이 나라 전체로 연 3000억 원이다. 현재도 문화 분야에 이런 규모의 지원은 이뤄지고 있다. 그런데 그것이 과연 맞는 방향으로 쓰이느냐가 문제다. 극장들이 자생기반을 갖춰 가면 이 예산은 더 줄어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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