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참의원 선거, 美 잭슨홀에서의 버냉키 후계 구도, 독일 총선 등

 
지금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운명의 시계는 드디어 그 무시무시한 2013년 3분기에 접어들고 있다.

세계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미국과 일본, 독일에서 3분기는 그야말로 초대형 이슈로 범벅될 전망이다.

우선 7월엔 일본 아베노믹스의 양적완화 성패를 좌우할 참의원선거가 열린다. 또 8월엔 추후 세계 통화정책의 방향성을 제시해 줄 잭슨홀 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이어 9월엔 유로존 경제정책의 키를 쥐고 있는 독일 메르켈 총리의 재집권 여부가 결정되는 독일 총선이 예정되어 있다. 그렇기에 대형 이슈로 점철될 7-8-9월, 즉 2013년 3분기는 세계 경제의 운명을 가늠할 최대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7월 치러질 일본의 참의원 선거는 아베노믹스의 사활에도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다시말해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대규모 양적완화와 엔저를 기반으로 하는 아베노믹스의 성패는 곧 7월 참의원선거에 달려있다 해도 지나침이 없다. 미국 CNBC가 6월13일(미국시각)일본 금융시장전망과 관련해 “7월 참의원 선거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CNBC는 이날 “최근 아베 총리가 3번째 경제활성화대책을 내놓았지만 이렇게 3번째로 쏜 화살도 목표했던 과녁을 맞추진 못했다“고 지적했다. CNBC는 따라서 “일본 금융시장에 대해선 조심스런 전망을 할 수 밖에 없다”면서 “7월 선거 때 까지 기다려야 일본 금융시장의 앞날을 제대로 점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7월 선거에서 아베가 승리하면 그가 원하는 정책들이 탄력을 받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정반대의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CNBC에 출연한 JP모건 관계자는 “지금 일본 시장에선 엔저정책이 위협받고 있고 여기에 국채불안까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이런 불안이 해소돼야 일본 증시도 다시 활기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지난 6월11일 끝난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에서 구로다 총재가 침묵을 지킨 것도 의미 있는 일로 평가받고 있다. 그 또한 7월 선거를 앞두고 섣불리 정책을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동안 글로벌 시장에선 BOJ가 6월 통화정책회의에서 국채금리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한 모종의 추가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적어도 고정금리대출 상환기간을 1~2년 연장해 주거나 주택관련 채권매입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나 그런 조치는 나오지 않았다. 이름하여 ‘구로다의 침묵’이 시작된 것이다.  그 후 한때 엔-달러 환율은 달러당 95엔대에서 움직였다. 세계 증시도 요동쳤다. 이와관련, 당시 월가에선 ‘구로다의 침묵’이 시장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고 진단했다. 아울러 7월 선거 때까지 일본은 어떤 정책도 내놓기 어렵게 됐다고 월가는 내다봤다. 자칫 선거에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독일이 9월 총선을 앞두고 아무런 정책을 내놓지 못하듯 일본에서도 똑같은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에서 7월 선거가 갖는 의미가 얼마나 큰 지를 예시해 주는 대목들이다.

 

이어 8월엔 미국에서 잭슨홀 회의가 열린다. 여기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벤 버냉키의 뒤를 이을 후임자로 지목되는 사람이 그의 정책노선을 표출할 수도 있어 주목된다.

현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내년 1월 임기가 끝나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의 후임자 물색에 들어간 상황이다. 따라서 후임자가 조기에 내정되면 버냉키 대신 그가 잭슨홀 회의에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해마다 8월말 미국 와이오밍주의 잭슨홀에서 열리는 이 회의는 미 연준 의장과 미국 각 지역 연방은행 총재들, 그리고 각국의 중앙은행 총재와 경제학자들이 모여 향후 통화정책을 논의하는 자리다. 따라서 지난 1978년 이 회의가 시작된 이후 지금껏 미 연준 의장이 이 회의에 불참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런데 내년 임기 만료를 앞둔 버냉키는 이 회의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후임내정자가 참석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어쨌든 이번 8월 열릴 잭슨홀 회의는 미국은 물론 향후 글로벌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회의로 인식되고 있다. 게다가 벤 버냉키 의장이 올연말부터 양적완화 축소에 들어간다고 밝힌 상황에서 열리는 회의라 더욱 주목된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에 따른 시장 안정화 방안이 중점 논의될 수도 있다. 올 8월이 매우 중요한 달로 인식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독일 총선이 열리는 9월도 핵폭탄 같은 한 달이 될 전망이다. 독일 메르켈 총리의 재집권 여부가 결정되는 달이다. 그는 경제개혁과 긴축을 중시한다. 그래서 지금껏 양적완화를 강권해 온 미국은 물론 경기부양을 외치는 유로존 여타국과도 팽팽한 대립각을 세워왔다. 따라서 9월까지는 독일이 주도하는 유로존내 긴축위주 정책에 큰 변화가 일이나긴 어려울 전망이다. 갑자기 노선을 바꿀 경우 메르켈 선거전략에 금이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9월 독일 선거가 끝나고 나면 유로존내 경제정책에도 작든 크든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농후해 보인다. 메르켈이 재집권에 성공하든 못하든 현재의 긴축일변도 정책에 어느정도의 수정은 불가피해 보인다. 메르켈이 재집권에 성공하지 못할 경우 유로존을 리드하는 독일로서도 경기부양기조에 합류할 가능성이 크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의 경기침체 구조가 하염없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메르켈이 재접권에 성공하더라도 현재의 긴축 일변도 정책에선 어느정도 탈피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메르켈 역시 재집권에 성공한 뒤엔 선거에 대한 부담에서 탈출해 경기부양 요구를 제한적으로나마 수용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문가들은 점치고 있다. 메르켈이라 해서 현재 갈수록 악화되는 독일과 유로존의 무기한 침체를 관망만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9월 선거만 끝나면 유로존 정책에 모종의 변화가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울러 ECB(유럽중앙은행) 마리오 드라기 총재가 지금은 비록 유로존 경제가 심각하게 어렵지만 올 하반기 이후 점차 개선돼 내년엔 1%이상의 플러스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점치는 것도 바로 이런 9월 이후의 정책변화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IMF(국제통화기금)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이 독일과 유로존에 끊임없는 경기부양책을 촉구하면서도 하반기 이후 유로존 경제가 회복기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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