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로다 "헬리콥터 머니 부인"에 엔화환율 급격히 추락...아베 효과 잠재워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21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와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의 발언이 그대로 먹혀들었다. 구로다 총재가 “일본은 헬리콥터 머니를 뿌릴 이유가 없다”고 밝힌 것은 달러 대비 엔화환율을 급락시키면서 엔화가치 강세를 유발시켰고 드라기 총재는 추가 부양책을 내놓지 않으면서 유로화가치를 절상시켰다.

뉴욕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주요 6개국 통화가치 대비 미국 달러화가치 수준을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96.64로 전일 대비 0.21% 하락했다. 최근 미국 달러가치는 월스트리트저널의 9월 금리인상 가능성 보도에 힘입어 줄기차게 오르면서 전날엔 4개월 만에 최고치까지 올랐다가 이날 다시 떨어졌다.

미국 경제지표가 혼조를 보인데다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부양책을 보류한 것이 미국 달러가치 하락을 이끌었다.

이날 미국에서는 주간 신규실업수당 청구 건수(25만3000건으로 마켓워치 전망치 하회) 및 6월 기존주택 판매 건수(전월 대비 1.1% 증가하며 9년여 만에 최고치 기록)는 양호한 흐름을 보였으나 7월 필라델피아제조업지수는 -2.9로 전월(+4.7)보다 크게 추락한 것으로 발표됐다.

여기에 유럽중앙은행이 추가 경기 부양책을 내놓지 않자 유로화가 강세를 보였고 이는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도 그럴 것이 달러와 유로는 거의 상극 관계다. 달러인덱스를 결정하는 6대 통화중 유로화의 비중이 60%로 가장 크다. 따라서 유로화가치가 오르면 달러가치가 떨어질 때가 많다. 이날에도 그랬다.

이날 유럽중앙은행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결정 이후 처음으로 통화정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블룸버그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은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는 “그간 브렉시트 결정에도 유로존 금융시장은 잘 버텨왔다”면서 “향후 필요시 모든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는 립서비스만 남발했다. 그러자 이날 달러 대비 유로화가치가 1.1027달러로 전날의 1.1013달러보다 소폭 상승했고 이에 달러가치는 소폭 하락했다.

이날 뉴욕 외환시장에서 가장 눈길을 끈 통화는 엔화였다. 달러-엔 환율이 105.82엔으로 전날의 107.32엔 보다 크게 떨어졌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급절상 된 것이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 때문이다.

특히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일본 상황에서 헬리콥터 머니를 뿌릴 상황이 아니며 그럴 이유도 없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자 앞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일본 정부 당국자들에게 “브렉시트와 관련된 경기 부양 규모를 기존 계획의 두배로 늘리라”고 지시하면서 상승흐름을 유지했던 달러-엔 환율이 구로다 발언 이후 급격히 추락하는 흐름을 보였다.

결국 엔화환율 흐름만 놓고 보면 구로다가 아베 총리 효과를 한방에 잠재운 셈이 됐다.

한편 이날 달러 대비 파운드화가치는 1.3225달러로 전날의 1.3242달러 보다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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