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연이어 통화정책 회의...양국 머리싸움 관심 끌 듯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진단] 이번 주(7월 25~30일) 나란히 통화정책 회의를 여는 미국과 일본 중앙은행의 행보가 사뭇 궁금해진다. 미국 연준은 26~27일(이하 현지시각) 7월 FOMC(미연방공개시장위원회) 통화정책회의를 열고 일본은행(BOJ)은 28~29일 금융정책회의를 개최한다. 이들 회의를 앞두고 또 하나의 관전 포인트가 숨어있다. 바로 미국과 일본의 보이지 않은 ‘환율 신경전’이다.

최근의 상황을 뒤돌아 보자. 일본에선 헬리콥터 머니를 뿌릴 것인가를 놓고 옥신각신했다. 특히 헬리콥터 머니에 일가견이 있는 버냉키 전 미국 연준 의장이 일본을 방문해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를 만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일본도 헬리콥터 머니를 공급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무성했었다. 이를 두고 일본은행 내에선 찬반 양측이 격론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주변의 반응은 싸늘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IMF(국제통화기금)는 “현 상황을 놓고 볼 때 일본이 환율시장 개입에 나설 때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BIS(국제결제은행)도 비전통적 방식의 통화정책은 역작용을 안겨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교롭게도 이런 옥신각신이 있은 후 지난 주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는 “현재 일본은 헬리콥터 머니를 도입할 이유도, 가능성도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자 106~107엔선을 오르 내리던 달러-엔 환율이 105엔대로 잠시 내려앉기도 했다.

대신 아베 신조 총리는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 규모를 두 배로 늘리라”고 했다. 이에 정부 차원의 경기부양 규모가 자그마치 20조 엔을 웃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와 관련, 로이터 등 외신들은 “일본은행이 헬리콥터 머니보다 추가 금리인하나 추가 양적완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을 내린 상태다.

지난 10일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총리 진영이 대승을 거뒀다. 그러면서 엔화환율 100엔 붕괴 위험도 일단은 사라진 상태다. 지난 주 뉴욕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106엔대로 마감됐다. IMF 등이 일본의 환율 개입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고 밝힌 것도 이런 추세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베 진영은 달러-엔 환율이 더 오르기를 학수고대할 것으로 보인다. 올 들어 120엔대에 있던 달러-엔 환율이 100엔선 초반까지 무너져 내리다 보니 “아베노믹스가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아베 총리가 참의원 선거 후 만사 제쳐두고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환율 추락으로 인한 아베노믹스 실패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하지만 아베 진영의 강도 높은 추가 부양 의지에도 달러-엔 환율은 106엔 선에서 크게 달아나지 못하고 있다. 기껏해야 107엔 선을 잠깐씩 넘나드는 정도다. 적어도 지난주까지는 그랬다.

다만 미국이 이번 FOMC 회의에서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할 경우 문제는 달라질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는 이미 “미국 연준이 9월에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관련 기사를 내보낸 바 있다. 이런 가운데 FOMC가 실제로 9월 금리인상을 시사하는 뉘앙스를 풍길 경우 달러-엔 환율이 더 오를 여지도 있다.

반면 미국이 향후 금리인상 여부와 관련해 비둘기파적 행보를 취할 경우는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이는 엔화환율 하락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번 주 FOMC 회의 결과가 주목받는 이유다.

관심 사항은 또 있다. 이번 주 일본은행이 어떤 행보를 취하느냐다. 만약 미국 FOMC가 향후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일본은행이 추가 경기부양안을 내놓을 때에도 여러가지 경우의 수가 존재한다. 이는 분명 달러 강세, 엔화 약세 요인이다. 또한 이 경우 미국의 대 일본 견제도 노골화 될 수 있다. 게다가 그간 일본은행은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거나 추가 부양책을 내놓더라도 오히려 달러-엔 환율이 하락하는 역풍을 맞기도 했다. 미국이 금리인상과 관련해 매파적 시각을 보이더라도 일본은행이 맘 놓고 경기부양책을 쏟아낼 수 없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편 미국 재무부는 8~9월에 또다시 환율 보고서를 내놓는다. 미국 재무부는 1년에 두 차례씩 환율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의 환율 조작을 경고한다. 지난 4월 보고서에서는 독일과 일본, 한국, 중국, 대만을 환율 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하반기 환율 보고서 발표를 앞두고도 일본은 또다시 긴장해야 하는 형국이다.

9월에 G20 정상회담이 열리는 것도 일본은행이 맘 놓고 환율 부양에 나설 수 없는 이유가 될 수 있다.

이번 주 미국 FOMC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 회의가 동시에 열리면서, 미국과 일본이 자국 환율을 적정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어떤 행보를 취할지에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쏠릴 전망이다. 이는 한국의 통화당국도 면밀히 주시해야 할 대목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