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개혁 등 꿋꿋한 정책으로 대처해야...한국은행만큼은 신뢰 잃지 말아야

▲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글로벌 '중앙은행 주간'이 끝났다.

지난주엔 유독 많은 나라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회의를 열었다. 미국, 일본 중앙은행을 비롯해 무려 15개가 넘는 나라에서 통화정책회의가 열렸다. '중앙은행 주간'이라 불러도 될만한 한 주였다.

그러면 그들 중앙은행이 남긴 것은 무엇이었나.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시장에 실망감만 가득 안겨주었다. 중앙은행들이 꺼져가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뭘 해줄 줄 알았던 시장은 방향성을 잡지 못한 채 흔들렸다. 금융시장 한편에선 “중앙은행의 신뢰가 무너지고 있다”는 원성도 쏟아졌다.

최근 각국 중앙은행의 행보를 보면 한 가지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중앙은행들이 당초엔 커다란 정책을 내놓을 것처럼 했다가 실상 회의에서는 “별 것 아닌 결과를 내놓았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27일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FOMC 정책위원들이 향후 금리인상 전망과 관련해 ‘매파적 성향’을 드러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점쳤었다. 최근 미국의 경제지표가 호전되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쇼크도 상당 수준 누그러든 만큼 9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이번 FOMC 회의가 끝날 것으로 예상했었다. 물론 월스트리트저널의 전망이 완전 틀리진 않았다. FOMC는 회의 직후 성명서를 통해 “대외 리스크 요인이 줄었다”면서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열어 놓긴 했다. 그러나 9월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암시하지는 않았다. 월가에서는 “이번 FOMC 성명서 내용은 중립적인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향후 금리인상 가능성을 풍기긴 했지만 강도가 높지는 않았다고 본 것이다.

그 뿐 아니다. 29일(미국시각)엔 미국 상무부가 2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률 속보치를 발표했는데 지표가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장에선 2.6%의 성장을 예상했는데 고작 1.2% 성장에 그쳤다. 그간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미국 경제가 완만한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고 했는데 이번 GDP는 그렇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미국 달러가치가 곤두박질쳤다. 모건스탠리는 아예 “향후 달러가치가 5%는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미국증시도 연일 혼조세에 머물렀다. 중앙은행의 어정쩡한 포지션과 오락가락하는 미국 경제지표가 시장에 혼란만 더해 주는 양상이 전개됐다.

일본은행도 28~29일(일본시각) 금융정책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일본은행 역시 소리만 요란했다. 아베 일본 총리가 워낙 경기부양에 목숨을 걸다시피하다 보니 이번엔 일본은행 역시 강도 높은 부양책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했었다. 특히 블룸버그는 “이번 일본은행 회의는 경기 부양책의 시작에 불과할 수도 있다”며 바람을 넣었다. 일본은행 주변에선 “이번 금융정책회의에선 헬리콥터머니만 빼놓고 모든 부양 수단을 쏟아낼 것”으로 예상했었다. 마이너스 금리 확대와 양적완화 규모 확대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도 쏟아졌다. 이에 달러-엔 환율이 한때 106~107엔 선을 넘나들기도 했다.

그러나 일본의 상황도 거기까지였다. 일본은행의 위상은 정작 금융정책회의를 발표하는 순간 초라한 모습으로 추락해 있었다. 일본은행 역시 이번에 아무런 대책도 내놓지 못했다. 단 한 가지 ETF(상장지수펀드) 매입 한도만 3조 엔 대에서 6조 엔 수준으로 늘린 게 고작이다. 그간 틈만 나면 "무슨 조치든 할 수 있다"던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주장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에 가장 놀란 것은 엔화환율이었다. 달러-엔 환율이 29일(미국시각) 뉴욕 외환시장에서 급기야 102엔대 초반까지 고꾸라졌다. 달러 대비 엔화가치가 폭등한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일본 시장 전문가들도 가만 있지 않았다. “일본 정부나 일본은행 모두 추가 부양을 실시할 수단이 모두 고갈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미국, 일본 중앙은행의 이같은 미지근한 행보는 앞서 한 주 전에 회의를 열었던 영국 영란은행과 유로존의 유럽중앙은행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을 뒤로 하고 “현행 정책 고수” 방침을 발표한 데 이은 것이다.

내로라하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이렇다 할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스스로 주저앉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나는 더 이상 써먹을 카드가 소진됐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특별한 대책을 내놓기엔 상황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이다. 그러는 동안 중앙은행들의 신뢰도는 땅에 떨어지고 있다.

중앙은행들이 흔들리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은 그야말로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곳이 되어가고 있다. 특히 각국 환율은 예상을 뛰어 넘어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요동치고 있다.

금융시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바로 ‘불확실성’이다. 그런데 중앙은행들마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불확실성을 더욱 확대시키고 있다. 이제 믿을 건 무엇인가. 투자자들 스스로 예측불허의 상황에 대비하는 것 뿐이다. 각 나라의 성장 흐름이나 주요 기업 실적 등 기본을 잘 살펴가며 시장 상항을 진단하고 대처하는 수밖에 없다.

최근 IMF(국제통화기금) 라가르드 총재가 “글로벌 경제와 시장 상황이 불확실하다”면서 “각국은 구조개혁을 지속하고 보호주의 해소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한 것도 향후 우리 앞에 놓여질 경제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임을 얘기해 주는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라가르드의 말은 한마디로 "경제 현안 해소에 최선을 다하자는 것"으로 요약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이제 우리의 중앙은행인 한국은행부터 신뢰를 잃지 않고 진정 우리 경제를 살리는 길이 무엇인지를 제시해야 할 때가 됐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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