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중앙은행 부양 중단 시 채권 가격 추락 위험...미국 테이퍼링 쇼크 되새겨야"

▲ 중앙은행발 금융시장 쇼크에 대비해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사진=영란은행 홈페이지 캡처

글로벌 중앙은행들이 자신들의 정책적 결함을 인정하기 시작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긴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파이낸셜타임스는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추가 경기부양을 위한 실탄이 소진됐다”면서 “이제 과거 미국이 양적완화 테이퍼링(양적완화 졸업)을 선언했을 때와 같은 중앙은행발 금융시장 쇼크에 대비해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해 눈길을 끌고 있다.

4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의 경기 부양 여력이 고갈되어가고 있다. 따라서 만약 중앙은행들이 성장을 부양하기 위한 노력을 끝내고 정책의 바통을 정부로 떠넘길 경우 채권 가격의 상승랠리는 끝나게 된다.

특히 최근 투자자들의 포지셔닝은 미국의 닷컴버블 이후 가장 극단적인 상태를 보여주고 있다. 2000년 초반 닷컴버블 시기에는 매우 기피됐던 몇몇 자산들에서 현재 가장 큰 버블이 형성돼 있다. 최근 금융시장에선 낮은 변동성, 높은 질적 수준, 그리고 경기방어주 성격의 특징을 갖는 자산들이 투자자들에게 기쁨을 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계속해서 그들 스스로, 성장은 부진하고 디플레이션 세력이 나타나고 있으며 금리가 수년간 인상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 같은 투자 포지션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FT는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통화 정책 및 재정 정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이러한 요소들을 압도할 수 있고, 이에 따라 고통스러운 큰 로테이션이 시장 내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믿는다”고 진단했다.

FT는 “특히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은 투자자들의 심리와 포지셔닝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큰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올들어 현재까지 미국증시에서 수익률이 가장 좋은 두 섹터로는 일부 유틸리티 기업과 통신 서비스 섹터가 꼽히고 있다. 이 두 섹터는 일반적으로 정상적인 긴축 환경 속에서 아웃퍼폼(수익률이 평균을 웃도는 것) 할 것으로 예상되지 않는다. 이런 가운데 미국 2년물 국채 수익률은 지난해 12월의 1.05%에서 7월 현재 0.55%로 낮아졌다.

FT는 “미국을 벗어나면 금리 인상이 주요 아젠다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전 세계에서의 채권 수익률 상승(채권가격 하락) 가능성이 현실적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목격했다”면서 “이는 아마도, 양적 완화(자산매입 통한 돈풀기) 정책에서 제로 수준의 금리, 그리고 또다시 마이너스 금리 수준으로의 정책 이동(변화)이 체력을 다했고 명목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증가시키는 데 실패했다는 인식이 확신을 얻어가고 있는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말해 중앙은행 주도의 통화완화를 통한 경기부양책이 한계를 드러내면서 채권 수익률 반등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는 게 FT의 진단이다.

FT는 “중앙은행 관료들은 계속해서 통화정책 차원의 경기부양 논의를 진행할 것이고 여러 선택지들을 검토할 것이지만 현재로선 특별히 더 내놓을 것은 없는 상태다”면서 “문제는 이제 중앙은행들에게 더 이상의 총알이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FT는 “일본 중앙은행이 막판 수단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한 것은 스스로 큰 상처를 입혔다는 사실을 인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FT는 “우리는 금리 인하의 효력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있다”면서 “기준금리를 0.25% 인하하는 것은 전형적인 변동금리 모기지 대출자들에게 있어 월간 20유로를 저축할 수 있게 해주는 것과 동일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는 꽤나 큰 액수이다”면서 “(하지만) 또한 금리 인하는 사면초가에 몰린 은행들의 수익성을 추가로 약화시키는데, 이는 경제에 큰 충격을 가할 것이고 예금자들에게 피해를 줄 것이다”고 경고했다.

FT는 “최근 분명하게 확인되는 중앙은행의 탄약 고갈 상황은 불가피하게 투자자들로 하여금 사고를 멈추게 만들 것이다”면서 “과거 2013년 5월, 벤 버냉키 미국 전 연준 의장이 처음으로 테이퍼링(양적완화 졸업)에 대해서 언급했을 때 시장이 커다란 쇼크를 받았던 점을 잊어선 안될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이런 충격에 대비하기 위한 포트폴리오 재편 시기가 도래했음을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 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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