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사태 갈수록 심각...깜깜이 경영 단절하고 진심어린 개혁 필요

▲ 울산의 조선소 전경.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일부 조선업계 경영층의 도덕적 불감증이 도를 넘은 듯하다. 외부 지원이 불가피한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 의혹이 현 경영층에까지 번질 태세다.

사안이 너무 민감해 내놓고 떠들기는 뭣 하겠지만 현재 재무 담당 부사장(CFO)이 전직 경영진들이 저지른 것과 유사한 회계 부정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니 참담한 지경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현직 부사장이 1200억원대 분식회계를 저지른 정황이 검찰에 포착돼 조사를 받았다. 올해 3월께 대우조선의 2015회계연도 결산을 하면서 영업손실 1200억원을 축소 조작해 회계사기를 저지른 혐의다. 적자가 커지면 정부 지원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이를 눈 가리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한국의 조선업은 1970~80년대 국내에서 산업이 태동한 이후 2010년대 중반까지 큰 굴곡 없이 성장을 거듭해왔다. 대외 환경은 외환위기 등 여러 굴곡이 있었지만 한국의 조선업은 브레이크 없는 질주본능을 뽐내온 셈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은 세계 경제의 성장 둔화에 따른 선박 발주 축소와 국제 유가 급락에 따른 플랜트 건설 위축이 연쇄적으로 초래되면서 최근 산업 자체의 기반이 흔들거리는 상황에 처했다.

어려움 없이 성장 일변도를 구가한 것이 독이 된 것일까. 세계 조선업계 중에서도 유독 한국 조선업의 타격은 심각한 모양새다. 특히 상선 및 컨테이너 외에도 시추선, 가스운반선 등 고난도 선박 건설에 뛰어들면서 세계 시장의 침체는 천문학적 손실로 부메랑이 되어 나타난 형국이다.

하지만 국내 조선업계는 이런 부메랑을 스스로 초래한 측면도 있다. 우선 기술 축적이나 자립이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 1등 조선국가라는 자부심만 믿고 신사업 분야에서 무리한 수주 전쟁에 뛰어든 것이 큰 화근이다.

국내 조선업은 원가 계산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신사업 입찰경쟁에 뛰어들어 국내 조선3사가 제 살 깎아먹기 식 전쟁을 벌이는 것이 다반사였다는 게 조선업계 종사자들의 증언이다. 이는 '죽 쒀서 남 좋은 일 시킨다'고 선주에게는 좋은 일을 했겠지만 국내 조선사는 대규모 적자를 안게 되는 원인이 됐다.

특히 일부 경영층은 신사업 분야인 만큼 멋대로 회계를 조작하며 고무줄 늘이듯 이익을 불리기 일쑤였다는 게 현재까지 드러난 정황이다. 이는 정부 당국자는 물론 투자자, 혹은 감독자까지 눈을 속여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전혀 눈치채지 못하도록 했다.

이 같은 경영 부실은 조선 3사는 아니지만 플랜트 사업을 주로 하는 삼성엔지니어링에 먼저 드러나 주가가 30만원대를 육박하던 것에서 몇 년 새 1만원 밑으로 떨어지는 사태를 불러왔다.

조선 3사 역시 시기는 약간 늦춰졌지만 감춰진 부실이 민낯을 드러내면서 가히 천문학적인 적자가 쌓여 국내 경제에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이는 울산, 거제 등 조선소를 중심으로 먹고 살던 지역경제를 마비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정부는 대규모 국민의 혈세를 동원해 사태의 '조기 진압'을 서두르고 있지만 신통치 않아 보인다. 여기에 예상치 못한 곳에서 악재들이 툭툭 터져 나오는 모양새여서 사태의 해결을 가늠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

우선 졸지에 구조조정의 피해자가 돼 임금이 삭감되고 직장을 떠날 처지에 놓인 노조를 중심으로 한 근로자들의 심각한 저항에 부딪히면서 스텝이 꼬여 가고 있다. 여기에 어떻게든 책임은 면해 보려는 경영층의 꼼수나 도덕 불감증도 여전한 것 같아 국민 공감대를 받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사태를 수습하려는 정부는 물론 경영층, 노조의 진정 어린 노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현 상황을 직시하고 단기적인 수습책 마련에 골몰하기보다는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서 추진해 볼 것을 권한다.

우리 조선업이 지금은 어렵게 되었지만 어디 한두 해 쌓은 명성이 아니지 않은가. 사태의 근본 원인을 제대로 들여다보고 대책을 수립해 실천해 감으로써 '1등 조선'의 위상을 되찾는 전화위복의 계기를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경영층은 실패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후대에 '반면교사'로 삼을 수 있도록 시스템으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고위 관계자 몇 명만이 알고 나머지는 모르는 깜깜이 속 경영 관행을 벗어나야 한다는 소리다.

벼랑 끝 위기에 처한 조선 3사가 경영층의 진심 어린 반성과 노조의 아름다운 승복을 바탕으로 '1등 조선·플랜트 기업'으로 도약하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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