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채 서둘러 다스려야...그렇지 않으면 끔찍한 일 닥칠 수도

▲ 은행 대출 창구 모습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지금 우리는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한국 배치 문제로 중국과의 관계가 예전만 못하다. 중국 관광객의 한국 방문이 줄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없지는 않다. 중국 관광객이 줄면 큰일 나는 이유는 바로 한국의 소비시장이 급격히 얼어붙을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 아직 그런 조짐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일까.

지금 우리는 중국 관광객 변수 못지 않게 중요한 문제인데도 간과하고 있는 걱정거리가 있다. 바로 가계부채 문제다. 한국의 경제는 국내외 여건 악화로 갈수록 위축되고 있지만 자고 나면 빚만 크게 늘어 걱정이다. 부채 왕국이 되면 우리의 소비는 더욱 움츠러들 텐데 정작 한국의 소비 위축 요인에 대해선 ‘둔감해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중국 관광객이 줄기 전에 우리도 빨리 가계부채 문제 등 내부의 경기 위축 요인을 제거해 펀더멘털을 튼튼히 해야 하는데도 그런 의미심장함은 부족해 보인다.

그나마 한국은행이 가계부채에 대해 계속 경고음을 내고 있는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우리의 기준금리를 1.25%로 동결하면서 “가계 대출의 빠른 증가세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는 이 총재만의 생각이 아니다. 이미 7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록에서도 일부 금통위 위원은 “가계 부채 문제가 심각하다”고 경고했다. “특히 부동산 과열 속에 부채가 늘어 걱정이다”는 게 일부 금통위원의 목소리다.

이 총재와 금통위원들의 가계 부채 걱정은 “재건축 과열, 집단 담보대출 증가세 지속” 등 여러 우려스런 상황 속에서 나온 것임은 물론이다.

한국은행 총재와 금통위원의 가계부채 걱정은 그 수치로도 대변된다. 올 1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자그마치 1223조7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 2013년 2분기 이후 11분기 연속 최고치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매년 내야 하는 이자만 40조 원에 이른다고 한다. 정부가 주택 담보 대출 요건을 까다롭게 했다지만 가계 부채가 둔화되거나 줄어들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7월의 경우 주택시장 비수기인 데도 은행 가계대출이 6조3000억 원이나 늘어 시장을 경악케 했다. 또한 은행 가계대출 요건을 깐깐하게 하고 난 뒤 제2 금융권의 가계 대출도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이 정도면 가계대출 폭증세는 브레이크가 터진 셈이다. 정부나 금융당국이 가계부채 증가를 더 이상 간과해선 안되는 이유다.

우리 내부의 위험 요인이 이렇게 커져가고 있는 데도 지금 우리는 요우커(중국 관광객)가 줄어들면 어쩌나 하는 걱정을 더 크게 한다. 우리 내부의 경제 암적인 요인부터 고쳐야 하는데도 바깥 걱정만 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라도 가계 부채를 더욱 강도 높게 다스려야 한다. 가계부채가 더 늘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막말로 나중에 요우커도 줄고 가계부채 폭증으로 내부 소비여력까지 더 크게 위축되면 그때 우리 경제가 온전하겠는가.

그 뿐 아니다. 가계부채를 더 방치하면 우리의 금융 시스템을 커다란 위험에 빠뜨릴 수도 있다. 갑자기 집값이 떨어져 담보 여력이 약화되거나 경기 위축 속에 국민들의 부채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 이는 곧바로 한국의 금융 시스템까지 위협할 수 있다.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우리의 금융 시스템이 위험해지면 한국 경제의 앞날은 그야말로 예기치 못한 걱정스런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다.

한국은 지금 때늦은 조선·해운 구조조정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 시장에서 조선·해운 구조조정이 다급하다고 그토록 외쳤건만 금융당국과 정부가 뒤늦게 대처하는 바람에 더 큰 어려움 속에 구조조정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을 맞고 있다.

가계부채 문제도 마찬가지다. 지금 그나마 심각성이 조금이라도 덜할 때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야 한다. 그나마 손을 쓸 수 있을 때 써야 한다. 실기하면 우리에게 어떤 위험한 일이 닥칠지 모른다. 주택 집단대출 등 문제점이 부각된 것들부터 신경써야 한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각국 중앙은행은 지금 더 이상 통화완화 정책을 이어갈 실탄이 없다”고 했다. 그리고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여력이 소진되면 글로벌 금융시장은 제2의 양적완화 테이퍼링 쇼크(벤 버냉키 전 미국 연준의장이 과거 양적완화 종료 의사를 시사했을 때 글로벌 금융시장이 크게 충격 받았던 일)를 조심해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게다가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이슈,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 미국의 금리인상 논란 지속 등 우리 경제의 앞날을 불투명하게 할 변수들이 즐비하게 깔려 있다. 사드 배치도 앞날을 걱정케 하는 변수 중 하나임은 물론이다. 거기에다 주요 경제 강국의 보호무역주의도 갈수록 강화되는 추세다. 대외 의존도가 아주 큰 한국 경제의 앞날이 크게 걱정되는 이유다.

이제 한국은 더 큰 경제 변동성이 닥치기 전에 우리의 내부 경제 위험 요인부터 서둘러 제거해야 한다. 그중 가장 다급한 것이 바로 가계부채다. 하루빨리 우리의 약점을 치유해 가면서 경제 체력을 강화해야 언제 어디서 혹한 찬바람이 불어도 견딜 수 있게 된다.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걱정을 우리 모두가 공감하고 다 함께 서둘러 극복하는 자세로 임해야 할 때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