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원화환율과 엔화환율이 16일 보기 드물게 동시에 큰 폭 하락했다. 원화와 엔화가 모두 미국달러에 대해 강세를 보인 것이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1달러당 1092.2원으로 11.1 원 하락하면서 마감됐다. 1.01%의 큰 폭 하락이다.

엔화환율은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오후 4시16분(한국시간) 현재 100.31 엔으로 0.94% 하락했다.

최근 외환시장에서 엔화환율이 큰 폭으로 하락하면 원화환율은 급등하는 때가 많았다. 엔화환율의 하락이란 투자자들이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것을 나타낸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한국과 같은 이머징마켓에서 투자자금이 이탈한다. 그에 따라 원화가 절하되고 원화환율은 상승한다.

그러나 16일 외환시장에서는 원화와 엔화환율이 모두 큰 폭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지난 8일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한 이후 원화 강세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하지만 원화환율이 지나치게 급락하는 것에 대해 당국이 매우 불편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딜러들은 받아들이고 있다.

원화환율이 지난 10일 10.7원 하락할 때도 딜러들이 체감하는 분위기는 13원 이상의 환율 하락이었다. 그러나 1095원 아래에서 어마어마한 달러 매수세가 나타났다고 딜러들은 전했다. 이후 무턱대고 달러를 팔아서는 곤란하겠다는 기류가 형성됐다.
 

▲ 원화환율이 10.7원 하락하던 지난 10일 시중은행 딜링룸의 모습. 이날 1095원 아래에서 엄청난 달러 매수 주문이 나왔다. 외환 딜러들은 16일에도 여전히 이 매수세를 경계했다. /사진=뉴시스.


이는 16일에도 이어졌다. 대세에 비춰 1100원 아래로 내려가는 것은 확실했지만, 1090원에 근접하는 것은 거의 아무도 엄두를 내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함부로 1089원에 앞장 서 발을 들였다가는 6일 전과 비슷한 상황을 초래하는 ‘시범 케이스’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엔화환율 하락은 일본은행이 양적완화를 금리 상한(캡) 도입으로 바꾸려는 논의를 하고 있는 점과,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 퇴조 등에 따른 것이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