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만 원짜리 티켓이 9000원에 팔리는 현실...문화예산 제대로 사용해야

▲ 학생들의 창작 뮤지컬 연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이쯤 해서 내 일상생활을 통해 보게 되는 공연 제작자들의 삶이 어떤 것인지 얘기해 보겠다.

나는 뮤지컬 제작자를 많이 안다. 그러나 이들을 만날 때마다 마음이 편치 않다. 이 사람들은 정말 돈이 없기 때문이다.

얘기를 들어보면 열에 열 명이 다 같은 얘기를 한다. 대학로 어디 극장에 8000만 원 밀려있고 어디 극장에 4000만 원 밀려 있다. 몇억 원씩 밀린 사람도 있다. 돈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빚만 잔뜩 있다.

한번 공연을 해서 1억 원의 빚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고 치자. 다른 극장을 섭외해서 또 공연을 해야 한다. 다시 공연을 하게 되면 먼저 빚의 이자는 좀 갚는다. 그런데 이번에도 또 돈을 못 벌었다. 1억 원 빚이 1억2000만 원이 되고 1억5000만 원도 된다.

이것이 우리나라 문화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의 삶이다. 대중가요 공연이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다.

잘 나가는 것으로 알려진 작품도 매번 다른 공연장을 알아봐야 한다. 내게도 공연장 확보에 힘써 달라는 부탁이 온다.

공연을 하면서 다음 번 다른 공연장을 미리 알아놔야 된다. 여기서 대박이 나지 않는 이상 또 빚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환경이 무슨 문화 강국이고 문화 융성인가.

현장에 있는 제작자들이 죽으면 문화고 뭐고 없다. 내 공연장을 통해서 만난 창작 작가들 대부분이 이렇게 살고 있다. 물론 나 또한 공연장을 내줬다가 금전적인 손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이 사람들이 죽으면 문화 자체가 없어진다.

얼마 전 창작 뮤지컬을 만든 A씨가 10년 만에 찾아왔다. 그는 나에게 많은 대관료를 내지 않고 있는 상태다.

하지만 그가 돈 갚으러 나를 찾아올 것이란 기대는 거의 하지 않았다. 현재 다른 작품을 공연하는데, 내 공연장을 이용하고 싶다고 연락 온 것이다.

그에게 소주 한 잔 얻어먹은 것이 없고 밀린 돈 얘기 한 번 한 적 없다. 그냥 이렇게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시대 창작 예술가들의 현실이 이렇다. 도대체 문화 융성을 어디서 어떻게 시킨다는 것인가. 예산이 엄청나게 들어가고 있는 것은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철저히 뒤돌아봐야 한다.

한 예로 ‘티켓 1+1’ 제도를 얘기해보겠다. 현장에서는 그것 때문에 대학로 연극계가 더 죽었다고 한다. 티켓 한 장을 사면 정부에서 한 장을 더 주는 제도다. 언뜻 보기엔 더 많은 연극표가 팔릴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1+1이면 잘 팔려야 되는데 더 안 팔린다.

두 사람이 연극을 보기 위해 2만 원짜리 표 한 장만 사면 될 것이므로 관객은 늘지 않겠냐는 것인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2만원을 1만5000원으로 할인해 팔아야 하고, 인터넷에서는 4만 원짜리를 9000원에 팔기도 한다.

막대한 예산으로 지원하는 ‘티켓 1+1’이 초래한 현실이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을 달리 활용해야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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