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올 1분기 GDP(국내총생산) 확장세가 당초 예상보다 크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나 경기호전을 이유로 양적완화 조기 축소 및 중단을 강조한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의 입장을 더욱 난처케 하고 있다. 그의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27일(한국시각) 월가는 오히려 1분기 성장 부진을 반겼다. 양적완화 조기 축소에 반발하는 많은 투자자들이 “경기부진은 오히려 양적완화 축소 시기를 지연시킬 것”이라며 환호한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1분기 GDP성장률은 버냉키가 주장한 것과는 격차가 커 보였다. 1분기 GDP확장치가 전 분기 대비 1.8% 증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이는 분명 충격적인 수치다. 시장 전망치 2.4%를 크게 밑도는 것이다. 지난해 4분기의 0.4%증가보단 개선된 것이지만 지난해 3분기의 3.1% 증가에 비교하면 이 또한 초라한 수치다. 주택건설 지표만 14% 증가로 양호했을 뿐 다른 지표는 모두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경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비가 부진했고 기업투자나 수출증가 또한 기대이하인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분기 민간소비는 전 분기 대비 2.6% 증가해 기대치보다 0.8%나 낮아진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이번 1분기 미국 성적표 부진이 버냉키의 양적완화 발언과 맞물려 있다는 점이다. 버냉키는 지난 18일(미국시각) “양적완화 연내 축소, 내년 중반 중단”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가장 큰 이유로 미국 경제상황 호전을 내세웠다. 미국 경제상황이 연준이 예상하는 대로 척척 양호해 지고 있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마련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27일(한국시각) 1분기 성적표가 버냉키의 발언과는 정반대의 수준으로 나오자 시장이 다시 웅성이고 있다. ‘버냉키 그것봐라’하는 식이다. ‘미국 경제가 이정도 밖에 안되는데 버냉키가 미국 경제를 너무 과신한 것은 아닌가’하고 당장 몰아부칠 태세다. 제프리 레커 리치몬드 연은 총재가 “미국 경제의 부진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다. 내년에도 GDP성장률은 2.25%에 머물 것이다. 따라서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시기도 임박하지 않았다”고 받아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양적완화의 틀에 갇혀 있는 미국 월가의 대규모 세력은 이번 1분기 경제성적 부진을 즐기면서 버냉키를 몰아세우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버냉키가 시장과의 싸움에서 얼마나 일편단심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하기야 버냉키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양적완화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러니 양적완화진통을 해결해야 하는 것도 그의 몫이다. 어느정도 결자해지의 기반을 마련해 놓고 내년 1월 퇴진하는 게 그가 해야 할 마지막 숙제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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