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런 美 연준 의장, 금리인상 시사...한국 부채 관리 더욱 다급해져

▲ 지난 25일에 열린 가계부채 현황 및 관리 방향 브리핑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정부가 지난 25일 가계부채 대책을 또 내놨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다. 정책 효과가 얼마나 있겠느냐는 반응이 대세다. 부채를 다잡을 핵심 정책이 빠져 있다고들 한다.

시장이 왜 이번 대책에 고개를 가로젓는지에 대해선 더 이상 말하지 않겠다. 가계 부채 규모에 대해서도 더 이상 떠들지 않겠다. 이미 다른 언론이나 분석 기관이 수도 없이 언급했기 때문이다.

단지 경제 기자를 오래한 사람으로서 지금 왜 가계부채 문제를 엄중히 다스려야 하는지를 말하고 싶을 따름이다.

지금 사람들은 돈을 빌려 부동산 시장에 줄지어 뛰어들고 있다. 돈을 빌려 주식에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액도 8조 원으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은 어느새 빚 무서운 줄 모르는 ‘부채의 늪’에 점점 더 깊게 빠져들고 있다.

자산을 많이 가진 사람은 돈 굴릴 데가 마땅치 않자 부동산 투기나 증권투자에 다시 몰리고 있다.

특히 초저금리가 지속되다 보니 집주인들은 전세 대신 ‘월세’ 또는 ‘반 전세’를 선호한다. 이에 세입자들은 집주인에게 매월 수십만 원 또는 그 이상의 월세를 내느니 차라리 싼 이자로 돈을 빌려 집을 사고야 말겠다며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그 결과 한국의 부동산 시장은 빚을 권하는 시장이 되어가고 있다. 상황은 다르지만 증권시장도 빚을 무서워하지 않긴 마찬가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냉정해져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분위기에 휩쓸려 빚을 빌려 투자에 나서는 일은 더욱 삼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갈수록 참담해지는 한국 경제의 현실이 빚 많은 사람들을 그대로 놔둘 것 같지 않다.

지금 한국의 경제가 처한 현실은 어떤가. 성장률은 계속해서 뒷걸음질 치고 있다. 3%대 성장은 고사하고 공공부문을 빼면 2%대도 지켜내기 힘겨운 상황이다. 한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넘버원 그룹 조차 감원에 나서는 형국이다. 우량 직장의 대표격인 금융권에서도 일자리가 줄어 짐 싸는 인력이 늘고 있다. 여기에 소위 한계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조선, 해운 외에 철강, 건설 등 여러 다른 분야에서도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있긴 마찬가지다.

경제 상황이 점점 어려워지다 보니 취업 절벽, 결혼 절벽, 출산 절벽, 인구 절벽이 새로운 사회 문제로 급속히 떠오르고 있다.

집값이나 주요 자산 가격을 영원히 지탱해나갈 세력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 분명한 우리의 경제 구조가 지금 우리 눈앞에 거칠게 펼쳐지고 있다.

우리는 그간 여러 차례 부동산 불황을 목격했었다. ‘역 전세 대란’도 겪어 봤다. 부동산 ‘강남 불패론’을 둘러싸고 찬반양론이 맞붙기도 했다. 그런데 그 때도 지금처럼 우리 경제가 심각하진 않았다.

흔히 경제 전문가들은 지금의 경제 상황이 지난 1997년 외환위기가 닥쳤을 때보다도 못하다고 한다. 그때는 가계부채가 이렇게 심각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 상황은 어떤가. 2000년대 초반 외환위기를 겪고 난 뒤 우리의 대기업들은 정규직 대신 비정규직을 늘려왔다. 그 결과 양질의 근로 조건을 갖춘 인구가 크게 줄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런 비정규직 일자리마저 줄고 있다. 돈 벌어 빚을 갚기가 더욱 힘든 세상이 됐다는 얘기다.

어떤 경제 전문가는 말한다. 향후 부동산 시장이 갑자기 꺼지면 금융기관 일부가 시스템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고 걱정한다. 이런 걱정을 하는 전문가 중엔 전직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섞여 있다.

아울러 이런 위험성은 부동산 시장이 과열될수록 더 커지게 된다. 부동산 시장에 거품이 크게 낄수록 부동산 급랭 가능성도 확대되게 된다. 부동산 시장을 지금부터 잘 다스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런 차에 이번 주말 미국에서 발생한 섬뜩한 뉴스가 한국 시장을 강타했다.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와이오밍주 잭슨홀 연례회의에서 “미국의 금리인상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고 말한 것이다.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수장이 금리인상에 나설 수 있음을 피력한 것이다. 여기에 스탠리 피셔 연준 부의장도 C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옐런 의장의 발언은 올해 미국에서 2번 정도의 금리인상이 가능하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혹자들은 미국이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한다. 이는 뭘 의미하는가. 한국은행이 더 이상 기준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

잘 알려진 대로 돈이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는 게 생리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한국 등 신흥시장에 몰렸던 외국자본이 이탈해 미국이나 선진국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한국은행은 한국 내 자금이 이탈하지 못하도록 현행 기준금리를 동결하거나 올려야 할 수도 있다. 초저금리 시대가 스톱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자칫 한국 경제에 금리 폭탄이 가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런 변동성 높은 상황이 한국 경제 앞에 펼쳐지고 있는데도 한국의 정책당국은 부채 대책을 제대로 내놓지 못하고 있어 안타깝다. 자칫 부동산 대책을 강화하면 그나마 꺼져가는 한국 경제 성장률이 더 추락하고 나아가 집값도 급랭할 것이라며 제대로 된 부채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를 거꾸로 해석하면 부채를 늘려서라도 한국 경제를 지탱하겠다는 말 밖엔 안된다.

그러나 우리가 분명 잊어서는 안 될 게 있다. 거품으로 일군 경제는 언젠가 갑자기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그땐 걷잡을 수 없는 형국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부채관리를 크게 강화해야 한다. 호미로 막을 수 있을 때 막아야 한다. 부동산 시장과 자산 시장에 더 이상 거품이 끼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서서히 거품을 빼는 데 몰두해야 한다. 부동산 시장이나 자산시장이 소프트랜딩 할 수 있도록 지금부터 거품이 더 이상 끼지 못하도록 하고 정상의 상황이 되도록 해야 한다.

미국 연준 의장이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고 말한 것은 빚을 내서 흥청망청 즐기는 전 세계 자산시장의 거품 현상에 경고장을 던진 것이나 다름없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왜 서방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올리는 것을 두고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말하는지 망각해선 안된다. 더 이상 빚 권하는 사회, 빚 권하는 나라, 빚을 방치하는 국가가 돼선 안된다는 게 필자의 확고부동한 생각이다. 지금부터라도 천천히 과열된 시장을 식혀나가면서 부채를 다잡는 일에 정부는 온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그걸 우리는 소프트랜딩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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