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요즘은 어쩐지 보기 힘들게 된 한국은행 발(發) 기사가 있다.

훌륭한 영화가 나오면 자동차 몇 천대를 수출한 것과 같은 부가가치를 창출했다는 식의 기사다. 기자도 한국은행을 출입할 때 이런 기사를 쓴 적이 있다.

이런 기사는 전부 한국은행의 투입산출팀에서 나오는 정보다. 투입산출팀은 투입산출표를 만드는 부서다. 특이한 점은 이 부서가 5년 동안 투입산출표를 한 번만 만든다는 것이다.

5년 중 하루만 일하고 나머지는 놀면서 시간만 보낸다는 뜻이 아니다. 투입산출표 작성 작업이 워낙 방대해서 5년이 걸리는 것이다. 오랜 시간이 걸려서 만든 작업의 결과물을 조금 더 오래 쓰기 위해 3년 쯤 지나서 연장표를 한 번 더 만든다.

수학적으로는 600개가 넘는 행과 열에 모두 한국 경제의 상태를 나타내는 숫자를 채워 넣는 작업으로 이해를 하면 된다. 이것을 가지고 복잡한 계산을 해야 된다.

선형대수를 배운 사람이라면, 행과 열이 3x3을 초과하는 행렬부터 역행렬을 구하는 것이 매우 힘든 계산임을 알고 있다.

이렇게 해서 구한 투입산출표는 한국 경제의 모든 활동을 축약해 놓은 지도가 된다. 이걸 이용해서 수많은 경제 변수들의 효과가 얼마나 크고 작은지를 비교할 수 있다.

관객 1000만 명을 넘긴 영화가 자동차나 스마트폰을 얼마나 수출한 효과와 같은 지는 이 투입산출표를 이용해 계산할 수 있다.

문화와 스포츠에 관심이 더욱 높아지는 요즘 같은 때에 여러모로 유용하게 쓸 수 있는 수단이다.
 

▲ 서울 상암경기장에서 1일 열린 한국과 중국의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에서 1만명의 중국 응원단이 중국팀을 응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국이 중국을 3대2로 물리친 1일 월드컵 축구 예선 경기에 대해 많은 축구 팬들은 두 골을 내 준 점을 아쉬워하고 있다. 3대0의 우위를 그대로 유지한 채 경기가 끝났다면 중국 축구가 경쟁하려는 기세를 좀 더 오래 짓누를 수 있었을 것인데 그러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축구를 떠나 경제적 관점에서 보면 한국이 내 준 두 골이 앞으로 상당한 효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이번 경기에 중국에서는 1만 명이나 되는 응원단이 한국을 찾아왔다. 이 사람들이 경기를 보기 위해 한국에 머무르는 동안 자연히 관광이나 쇼핑도 하게 마련이니 이 효과도 작지 않다.

그러나 무엇보다 한국과 중국의 축구 자체가 관련 시장을 크게 확대시키고 있는 효과가 더욱 크다.

특히 중국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축구 스타들을 자국리그에 스카웃하는 엄청난 투자를 하며 축구시장을 키우고 있다.

그런 중국이 계속 한국에게 완패를 하는 수준을 못 벗어난다면 이는 중국 전체의 축구 투자열기를 위축시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만약 3대0의 우위가 그대로 유지된 채 끝났다면, 다음 한국과 중국 경기에 찾아오는 중국 팬들 숫자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아시아 역내에, 그것도 이웃나라인 중국에 엄청난 축구 시장이 형성되는 것은 한국의 축구계에 실보다는 훨씬 득이 되는 일이다. 그 열기가 중국 국내를 벗어나서 한국과의 대결이 국제적 흥행을 보장하는 중요한 스포츠 이벤트로 격상되는 조짐이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두 나라의 국민들이 이 경기를 훌륭한 시민의식으로 감상하는 자세를 가진다면 경제효과는 더욱 커진다.

이것은 두 나라의 국내리그에 발전 매개체가 된다. 또한 축구의 차원을 넘은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그래서 한국은행의 투입산출표를 이용하면 그 효과가 얼마나 될지 궁금해지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이 두 골을 만회하며 따라온 것이 앞으로 작지 않은 부가가치를 만들 것이라고 내다본다. 물론, 이것은 현재 한국 축구팀을 관리하는 사람들의 입장과는 다른 얘기다. 이 사람들은 우세한 경기를 어떻게 그렇게 불안하게 마무리하게 됐나를 치열하게 점검해서 다음 경기에 대비해야 되는 입장이다.

두 골이 결과적으로 경제효과를 가져온다는 것도 사실은 이겼으니까 편하게 하는 얘기다. 다음 경기는 좀 더 안심하는 분위기 속에 승리하기를 바라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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