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경기 둔화로 미국 기업 현금 상황 악화...미국증시 기둥 조용히 약해져"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그간 뉴욕증시에 커다란 동력을 제공했던 미국 자사주 매입 열풍이 최고조를 지나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주요 기업의 올 1~7월 중 자사주 매입 규모가 전년 동기 대비 25%에 불과할 정도로 현저히 감소해 미국증시가 고비를 맞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12일(한국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금융위기 이후 전세계 금융시장의 랠리를 이끈 동력이 약해지고 있다. 특히 미국의 자사주 매입 감소로 미국증시를 지지하던 중요 기둥이 조용히 무너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증시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데 가장 큰 동력 가운데 하나였는데 그런 동력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2012년과 2015년 사이 미국 기업들은 총 1.7조 달러의 자사주 매입 규모를 보이며 연금펀드, 외국인 투자자, 그리고 가계의 매도에 대응했다.

실제로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을 제외하면 미국증시로의 자금 순유입은 동기간 ETF(상장지수펀드)로 막대한 자금이 유입됐다 할지라도 마이너스 1.1조 달러를 기록했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다시 말해 금융위기 이후 증시 회복은 기업들 스스로의 방어벽이 없었다면 보기 보다 훨씬 불안정해 보였을 것이라는 얘기다.

또한 이같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열풍은 임원진들이 자사 EPS(주당순이익) 수치를 뽐내고 싶어해(그들이 받는 보너스를 높이게 됨) 나타나게 됐지만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서도 지지됐다.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은 정기적인 배당금보다 더 큰 유연성을 제공하는데, 투자자들은 배당금 감소에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이와 같은 파티(자사주 매입)는 높은 수익률을 창출하려는 투자자들로부터도 독려되고 낮아진 차입 비용으로부터도 지지된다. 이는 다수의 기업들로 하여금 기업의 이익이 부진하거나 감소하는 와중에도 자사주 매입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채권을 발행토록 만들었다.

또한 이러한 상황은 주주들에게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해주려는 전 세계적인 추세의 일환인데 공장, 점포, 연구에 대한 기업들의 투자는 감소했다.

씨티(Citi)에 따르면 최고경영진들은 현재 주주들에게 배당금이나 자사주 매입의 형태로 1달러당 2달러를 투자하고 있다. 과거 1995년 기업들은 1달러당 4달러를 주주들에게 환원해준 적이 있는데 그런 현상이 다시 나타났던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특히 주주들에게 호의를 베풀고, 독특하게도 경제 규모가 큰 국가 가운데 배당보다 자사주 매입 규모가 크다.

하지만 자사주 매입 열풍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미국 주주들이 수령하는 배당금은 2010년부터 2014년 사이 연간 15% 수준으로 증가했지만 기업들의 이익 하향세는 지난해 성장이 2%대로 주저앉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올 한 해의 전망치는 더욱 나쁘다.

리서치 기업인 트림탭스(Trim Tabs)에 따르면 다수의 기업들, 특히 바이오젠(Biogen), 비자(Visa), CBS, 그리고 AIG는 수십억 달러의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을 실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올해 1월부터 7월까지의 전체 자사주 매입 규모는 전년 동기간 대비 25% 수준밖에 되지 않는다.

FT는 “자사주 매입 규모 감소가 만약 기업들의 배당금을 늘리기 위해서 주주 보상 프로그램을 버리는 것이라면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BCA에 따르면 배당성향 증가는 지난해 9.3%에서 올해 5.5%로 둔화됐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캐나다계 리서치 기업에 따르면 S&P500 기업들의 배당성향은 2.1%에 불과한데, 이는 역사적 평균인 3%를 크게 하회하는 수치이다.

FT는 “기업들의 긴축 조치는 한때 사상 최대 규모를 보이던 현금 보유고가 점차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나타난 것인데, 이는 기업들의 수익성이 감소하고 최근 보다 우호적인 주주환원 정책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이어 “S&P500 지수에 상장된 비금융기업들은 여전히 8250억 달러를 확보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가장 부유한 상위 50개 기업들이 이 중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S&P500 전체 기업들의 현금 및 현금 등가성 대용물의 중간값은 올해 2분기 8억 6000만 달러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이는 블룸버그 자료에 의하면 3년래 최저 수준이다.

다시 말해 최근 미국 기업들은 미국 경기 둔화와 기업 이익 약화로 배당도 줄이고 자사주 매입도 줄이고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향후 미국과 글로벌 증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게다가 미국 연준은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할 태세여서 자사주 매입 여건(초저금리를 통한 회사채 발행 여건)도 악화될 수 있어 향후 흐름이 더욱 주목받을 전망이다.
 

[기사 작성=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이동수 매크로 전략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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