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 "BOJ의 통화정책 수정은 궁여지책...ECB에선 독일이 BOJ 방식 반대할 것"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최근 일본은행이 양적완화 방식을 바꾼 것과 관련해 유로존에서도 일본은행과 같은 정책 변경을 할 수 있는가 하는 의구심이 일고 있다.

하지만 그같은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는 충고가 제기됐다.

22일(유럽시각)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최근들어 일본이 중앙은행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은 낮은 인플레이션 수준과 저성장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21일(현지시각) 금리곡선으로 타겟을 바꾸면서 새로운 노력을 보여주었고 이에 따라 전 세계에서 가장 급진적인 중앙은행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뽐냈다.

특히 일본의 정책 입안자들은 “10년물 국채 수익률에 제로 수준의 상한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인플레이션 목표치 2%를 고의적으로 오버슛 할 것을 약속한다”고 밝혔었다.

또한 이 같은 조치를 취함으로써 BOJ는 그들 뿐 아니라 다른 중앙은행들로 하여금 후퇴하게 만든, 추가 양적완화라는 스스로의 족쇄를 제거할 수 있게 됐다고 FT는 전했다.

FT 일본 지사의 Robin Harding은 "BOJ에 대해 보다 부정적인 시각을 가진다”면서 “BOJ의 움직임이 그들의 신뢰성을 위해 계속해서 변질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BOJ가 직면해야 할 문제점은 이번 움직임이 추가 양적완화라기 보다는 매입할 채권이 부족하기 때문에 이 같은 방안을 내놓은 것이며 결국 이번 변화는 사실상 BOJ가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BOJ의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어떠한 이점을 가지고 있든, 다른 중앙은행들이 이 같은 움직임을 따라할 것인가가 새로운 관심사로 떠 오르고 있다.

통화 정책 모방은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현상이기 때문이다. 한 중앙은행이 주도하고 나머지 중앙은행들이 이를 뒤따르는 통화정책이 종종 나타나고 있다. 양적완화 정책과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대표적이다.

FT는 “이번에도 아마 유로존이 BOJ식의 움직임을 뒤따를 가장 강력한 도전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서 “유럽중앙은행(ECB)에 따르면 유로존은 향후 2년 동안에도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하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21일(일본시각) BOJ의 발표 이후, BoA메릴린치는 “ECB가 BOJ의 움직임을 뒤따를 것인지에 관한 질문을 즉각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BoA메릴린치의 답은 “ECB에선 그와 같은 움직임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고 아마도 영원히 그런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다시 말해 주요 중앙은행들과는 달리 ECB의 결정은 정치적인 문제가 결부돼 있다는 게 BoA메릴린치의 진단이다. ECB는 19개의 회원국이 존재하고 독일이 주도하는데, 독일은 새로운 통화 정책 실험을 기피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BAML의 Gilles Moec도 “국채 매입에 있어 이미 영란은행과 미 연준에 뒤진 ECB는 일본식의 금리 상한, 또는 인플레이션 오버슛을 실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일본식 통화 정책은 보다 공급이 주도하는 환경으로 바뀔 것”이라며 “예를 들어 이제는 더 이상 중앙은행에 의해 통제되는 것이 아닌 정부에 의해 주도되는 환경으로 변할 수 있는 것이다”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ECB의 매입은 채권(국채)의 공급에 반응할 것이고 ECB가 원하는 금리 수준을 달성하기 위해 매입이 조정될 것이다”면서 “이 같은 수준과 관련한 재정 정책 측면의 지배력은 ECB가 감당하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그는 “ECB가 안고 있는 문제는 더 있다”면서 “10년물 국채금리를 고정함에 있어서 어느 국가(들)의 금리를 고정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는 생각만큼 만만치가 않다”고 밝혔다.

여기에 일본처럼 금리곡선을 통제하겠다는 움직임은 단기 금리의 추가 하락을 필요로 한다. 이는 ECB가 -0.4%의 금리 하한을 제거해야 된다는 의미가 되기도 한다고 Pantheon의 Claus Vistesen은 지적했다.

또한 유로존 회원국들은 자국의 경제 규모에 비례해 국채를 매입할 수 있다는 자본 열쇠(capital key)라는 제약이 존재하고 있다.. 따라서 ECB가 취할 수 있는 움직임은 제한적이라는 것이 이들 전문가의 지적이다.

아울러 인플레이션 오버슛에 있어서도, 이는 인플레이션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 독일에 대한 비난을 높이게 될 것인데, ECB의 가격 안정 목표치는 2%를 약간 하회하는 수준에 설정돼 있기 때문이다.


[기사 작성=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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