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3연승, 한시즌 한국인 최다 6승 등 대기록 작성

“인비 천하”
 
박인비가 드디어 세계 골프무대에서 대업을 이뤄냈다. 올해 열린 3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마저 여유있게 우승하면서 남들은 한 번 하기도 힘든 미국 LPGA 메이저 대회를 3개 대회 연속 싹쓸이 했다. 올해 열린 메이저대회를 모두 싹쓸이 한 것이다. 여기에 최근 연속해서 열린 LPGA대회 3개 대회를 모두 독식했다. 3연속 우승이다. 그리고 한국인 한 시즌 최다승 우승(5승)기록도 갈아치웠다. 그는 시즌 중반인데도 올 시즌에만 벌써 6승을 쓸어 담았다.
 
그러나 그의 이번 우승가치는 여기가 끝이 아니다. 사실상 한국인 최초로 ‘LPGA 올해의 선수상’과 ‘올해의 상금왕’을 이미 예약해 놓은 상태다. 상금액수가 벌써 200만달러를 넘어섰다. ‘최저타수부문’에서도 69.64로 현재 1등을 달리고 있다. 그 뿐 아니다. 지금 추세라면 아니카 소렌스탐이 세운 한시즌 최다승(11승)기록도 사뿐히 갈아치울 태세다.
 
1일(한국시각) 미국 뉴욕주 사우샘스턴의 서보택 골프장(파72)에서 속개된 ‘2013 US여자오픈’ 4라운드 마지막 날 경기에서 박인비가 드디어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기록했던 2위 김인경(-4)과의 타수차이를 4타 차이로 그대로 유지한 채 최종합계 8언더파로 경기를 끝내면서 63년만의 한 시즌 메이저대회 연속 3연승(나비스코, 웨그먼스, US오픈)과 연속 3개 대회 우승, 한국선수 한 시즌 LPGA 최다우승(6승)이라는 대기록 작성을 이뤄낸 것이다.
 
그간 한국선수 한 시즌 최다승 기록은 지난 2001년과 2002년 각 5승씩을 차지한 박세리가 갖고 있었다. 그런데 이런 대기록을 박인비가 11년 만에 갈아치웠다.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 기록은 무려 63년만의 일이다.
 
여기에 올해 LPGA대회는 모두 27개가 열리는데 이제 겨우 중반전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아니카 소렌스탐이 갖고 있는 한 시즌 최다승 우승기록(11승)마저도 여지없이 깨버릴 태세다.
 
그는 지난 2008년 US오픈을 이미 우승한바 있다. 그의 LPGA 첫 우승이 바로 이 대회였다. 당시 그의 나이 고작 19세였다. LPGA메이저 최연속 우승기록이었다. 그런데 그가 세운 최연소 기록은 아직도 깨지지 않는 신화로 남아있다.
 
그의 별명은 ‘조용한 암살자’ ‘LPGA 여왕벌’ ‘퍼팅의 달인’ ‘강심장’ ‘그린 위의 포커페이스’ 등 아주 많다. 아무리 심리적 압박이 닥쳐와도 도무지 표정 변화가 없다. 평범하게 치는 듯 하다가도 그린위에만 올라가면 소리 없이 강하다. 웬만한 거리는 모두 퍼팅으로 집어넣어버린다.
 
이번 대회서도 퍼터가 박인비를 살렸다. 그는 이틀전 2라운드를 마친 뒤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내 생애 퍼터가 이렇게 잘 될 줄은 몰랐다. 지금이 퍼터실력의 최고 정점이다. 그러나 나도 짧은 거리 퍼터는 두렵다. 오히려 긴 거리 퍼터가 더 편하다”고 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말대로 1m 길이 남짓한 퍼터 하나로 세계 골프 무대를 호령하고 있다. 그는 이번 대회에서 라운드당 평균 1.5개의 퍼팅수를 기록했다. 두 개 홀당 평균 한 홀은 ‘원 퍼트’로 마무리 했다는 얘기다.
 
이날 다른 한국 선수들도 잘했다. 서보택 골프장은 어렵기로 유명하다. 그래서 4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친 선수는 단 3명, 1위 박인비(-8)와 2위 김인경(-4), 3위 유소연(-1)만이 언더파로 4라운드 경기를 끝냈다. 이 바람에 US여자오픈에서 3년 연속 한국 선수가 1,2위를 차지하는 기록도 이어졌다.
 
이제 박인비에게 남은 건 단하나. 자신과의 싸움뿐이다. 현재 그가 세운 LPGA 승수는 총 9승. 박세리(25승) 신지애(12승)에 이어 3번째다. 그에게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아 있음을 의미하는 수치다. 현재로선 그의 앞을 가로 막을 자 아무도 없어 보인다. 그러나 지난해 대만의 청야니에게서 볼 수 있었듯 세계를 호령하다 언제 추락할지 모르는 게 골프다. 박인비가 롱런을 위해 스스로를 더 다잡아야 하는 이유다. 그는 88년생 ‘박세리 키즈’다. 따라서 그가 자기관리만 더 잘하면 10년 후엔 ‘인비 키즈’라는 새 용어가 탄생할 가능성도 있다. 그의 롱런을 기대해 본다.
 
이날 서보택 골프장엔 경기 후반 보슬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박인비의 대업을 축하하는 비처럼 보였다. 숙연함을 더해주는 비였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