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상하이 디즈니랜드 준공행사에서 디즈니의 유명한 캐릭터 미키마우스(오른쪽)와 미니마우스가 중국 전통 의상을 입고 있다. /사진=뉴시스, 중국 바이두.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중국의 두 마리 늑대가 미국의 한 마리 호랑이를 상대한다.’

외신 기사의 제목이다. 중국과 미국의 힘겨루기가 갈수록 본격화되는 마당에 이런 외신기사는 또 어떤 분쟁이 벌어졌나 긴장하게 만든다.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한국 내에서 편 가르기까지 조장한다. 누구는 오랜 한미동맹에 따라 한국이 미국의 혈맹 노릇을 해야 한다고 목청을 돋우는 반면, 또 누구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관성에 따라 중국으로 갈아타기를 해야 한다고 설파하고 있다.

정말 중국과 미국이 한바탕 실력대결이라도 하게 되면 한국으로서는 대단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게 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저렇게 맹수 세 마리가 싸운다는 기사는 또 무슨 소동인가하고 들여다보게 된다.

블룸버그가 23일 전한 이 기사는 사실 무력 대결과는 전혀 무관한 것이다.

중국의 부동산과 테마파크 기업인 완다가 중국 내에서 또 하나의 대형 테마파크를 24일 개장했다는 소식이다. 이제 두 개의 대형 테마파크를 내세워 상하이에 진출한 디즈니랜드와 놀이공원 시장을 놓고 대격돌한다는 얘기다.

늑대와 호랑이는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의 언급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디즈니와의 경쟁에 대해 자신의 늑대들을 디즈니라는 호랑이 한 마리가 이길 수 없을 것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완다그룹과 디즈니랜드 간에는 이미 치열한 신경전도 벌어지고 있다. 완다그룹의 테마파크에 백설공주 등 디즈니 고유의 캐릭과 비슷한 모델들이 등장하자 디즈니는 “좌시하지 않겠다”며 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 생각해 볼 것이, 한국에서 친중파든 친미파든 말 앞세우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마치 중국군과 미국군이 조만간 한바탕 싸움을 벌일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 좋아한다.

하지만 실제로 지금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은, 미국의 기업이 막대한 돈을 들여 중국 사람들이 매직궁전도 보고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같은 유명한 미국 만화 인물과 사진도 찍는 놀이공원을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혈맹이라는 한국에는 디즈니랜드가 없지만, 미국과 패권을 다툰다는 중국의 상하이에는 디즈니랜드가 지난 6월 개장해 연간 1500만~3000만 명의 방문객을 기대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이마에 ‘미국’이나 ‘중국’이라고 써 붙이지 못해 안달하는 사람들이 서로를 ‘사대주의자’라고 헐뜯으며 “몰아내야 한다”고 악을 쓰는데 이 사람들의 ‘종주국(?)’이라고 할 두 강대국은 이렇게 대형 놀이공원을 주고받고 있는 것이다.

강한 나라들의 각축일수록 그것은 무력대결이 아니라 마치 스포츠 게임과 같은 틀이 규정된 형태로 진행되는 법이다.

얼마 전 남중국해에서는 중국의 전투함대가 미국의 군함을 포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양국 해군 모두 누가 봐도 명백한 임전태세임을 감출 수 없는 포진을 했다. 그러나 상황이 끝날 때까지 양국 함대는 날씨와 같은 안부만 무선으로 주고받았다고 한다.

냉전시대에도 전 세계를 둘로 나눠 호령하던 미국과 소련 간 가장 치열했던 대결은 1972년 뮌헨올림픽의 농구 결승전이었다.

강하고 똑똑한 사람일수록 냉정한 정신으로 그때그때 자기 집단의 실질적인 이해를 따지는 것이고, 멍청한 자들일수록 맹목적으로 ‘나는 누구 편’이라고 과시할 뿐이다. 멍청한 사람들이 기승을 부릴 때 무고한 국민들이 아무 실익 없는 분쟁에 말려들게 된다.

내 나라의 이해에 진정으로 기여하는 사람은 섣불리 하나의 원칙에만 몰입하지 않는다. 끝없이 변하는 환경 속에서 그때그때 자신들의 실리를 최대화하기 위해 개인감정을 멀리하고 당장의 상황을 치열하게 분석한다.

어느 편이든 ‘상국’의 위세에 편승해 자기 일신의 체면과 이익만 챙기려는 사람일수록 호들갑떠는 말이 앞서는 법이니, 이런 자들을 가려내서 멀리 하는 것이 한국 사회에는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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