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병주고 약주고, 미국 파워 재입증...향후 미국 행보 주목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결국 미국 법무부가 독일 금융시스템을 쥐락펴락한 셈이 됐다. 도이체방크 벌금 쇼크로 독일의 금융시스템에 위험이 가해지고 나아가 이것이 제2의 리먼사태를 촉발하는 게 아닌가 하는 긴장감이 감돌았으나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대한 벌금을 대폭 삭감해주기로 하면서 독일 금융시스템이 벼랑 끝 위기에서 탈출했다.

30일(미국-유럽시각) 금융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과 독일 등 서방 증시가 활짝 웃었다. 앞서 마감된 일본 등 아시아 증시가 도이체방크 쇼크 속에 움츠러든 모습을 보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날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부과키로 했던 벌금 규모를 기존 140억 달러에서 54억 달러로 대폭 감액키로 한 것이 이같은 변화된 흐름을 유발시켰다.

사실 최근 미국 법무부가 과거 금융위기 시절 부실상품을 판매한 혐의로 도이체방크에 140억 달러라는 거액의 벌금을 부과키로 했을 때만 해도 독일은 암담한 상황이었다.

벌금 액수가 도이체방크가 그간 쌓아뒀던 대손충당금 액수(67억달러)를 크게 웃도는 규모였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유럽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으로 은행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황에서 미국 법무부의 대규모 벌금 부과는 도이체방크의 운명을 나락으로 몰고 가기에 충분했다.

물론 도이체방크를 살릴 방법은 있었다.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 투입이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었다. 독일 정부는 앞서 이탈리아 은행들이 위기에 빠졌을 때도 “자체적으로 해결하라”며 구제금융 투입에 반대하던 입장이었다. 게다가 독일은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많은 유권자가 도이체방크에 대한 구제금융에 반대하던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난민수용 문제로 궁지에 몰린 메르켈 정부가 도이체방크 구제에 나서겠다는 말을 꺼내기조차 힘든 처지였다. 이에 도이체방크 문제가 불거져 나올 때마다 메르켈 총리는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함구로 일관한 것이다.

이에 외신들은 독일정부가 지원에 나서지 않기로 했다며 대서특필했다. 바로 전날만 해도 미국의 CNBC는 전문가의 말을 인용해 “도이체방크를 살리는 길은 독일 정부의 구제금융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내년 선거를 앞두고 있는 독일 정부가 도이체방크를 지원하지 못할 것”이라고 전할 정도였다.

그런데 이날 엉뚱한 곳에서 도이체방크 문제 해결을 위한 숨통이 트였다. 바로 미국 법무부다. 미국 법무부가 도이체방크에 대한 벌금 액수를 3분의 1수준으로 파격적으로 깎아주면서 도이체방크발 금융위기 우려도 크게 완화될 수 있었다.

그간 콧대높은 모습을 보여주던 독일 메르켈 정부도 미국 정부의 은총(?)에 감사해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이것이 미국의 파워다. 이런 미국이 향후 북한 핵문제 등으로 갈등 관계에 있는 중국 등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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