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장공시에 대한 보다 분명한 해명 및 책임 규명 뒤따라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한미약품은 투자자들의 손실보다 중요한 '중대사안'이 뭐가 있을 수 있는지 속 시원히 설명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미약품 김재식 부사장은 지난 2일 악재성 공시가 늦어진 것에 대해 "신약개발 계약 파기는 중요한 사항이기 때문에 거래소 야간 당직자에게 맡길 수 없다고 판단해 다음날 아침 담당자를 찾아가 설명하고 공시하느라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한국거래소 채현주 공시부장은 "이번 건과 관련해 한미약품은 공시 승인이나 협의 대상이 아니다"며 "오히려 투자자 피해가 우려되므로 곧바로 공시할 것을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한미약품은 "의도치 않게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의도치 않은 것이라고 하더라도, 또 사안이 중대해서 신중하게 검토를 하느라고 늦어졌다고 하더라도, 한미약품의 해명에 상식적으로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될지는 미지수다.

사실 호재성이든 악재성이든 공시는 신속함이 최우선이다. 물론 정확성도 수반돼야 하겠지만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들이 시간을 다투며 주식을 사고파는 증권시장에서 신속함은 정확성 못지 않게 그 중요성이 클 것으로 여겨진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신속한 공시야말로 미공개 정보로 인한 시장질서 교란행위를 방지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신속한 공시의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의문이 간다. 한미약품은 베링거인겔하임으로부터 3세대 폐암 항암제 올무티닙의 계약 해지 통보를 받은 게 지난달 29일 오후 7시 6분경이다.

김재식 부사장은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공시 담당자에게 맡겨 놓을 내용이 아니어서 그날 퇴근을 하고 이튿날 거래소로 직접 가 공시 절차를 이행하다 보니 시간이 지연됐다는데 사실 중대 공시를 지연시키는 것보다 더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야간에 처리가 안 되었으면 거래소 담당자와 사전 약속을 해서라도 장이 열리기 전에 신속한 공시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밤중은 물론 새벽에도 거래소 직원들은 근무하고 있는데 한시가 급한 사안을 손에 쥐고 있다가 장이 열리고 난 다음에 공시를 한 것은 누가 봐도 논란이 될 수 있는 행위임에 틀림없다.

이 때문에 거래소 관계자는 오전 8시 30분경에 찾아온 한미약품 관계자에게 나중에 내용을 수정할 내용이 있으면 차차 진행하도록 하고 주요 내용만이라도 장이 열리기 전에 공시를 하도록 권유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여기서 한미약품 관계자는 50여 분을 더 미적거리다가 9시 29분에야 공시가 이뤄졌다. 이로 인한 피해는 대부분이 개인투자자들이 입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개장 직후에는 주가가 5% 이상 올랐지만 공시를 할 즈음에는 눈에 띄게 상승폭이 줄어 보합권을 맴돌다 공시가 나오자 급전직하하는 장세를 연출했다.

이날 거래량은 평소 거래량의 20배가량이 되면서 만일 사전에 정보를 인지한 세력이 있었다면 짧은 시간에라도 충분히 손실을 줄일 수도 있었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또 공매도 세력이 이를 알았다면 그 이득은 고스란히 이들 세력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다.

이날 한미약품 공매도 거래량은 사상 최대에 달해 이득을 본 특정 세력이 있었을 지 모른다는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감독원과 증권거래소는 이번 사안에 대해 철저히 조사해 '진실을 가려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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