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불확실성 확대?...전문가 "영국 지표 다시 악화될 것"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영국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작업을 가속화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은 경기부양책을 끝낼 채비를 하고 있어 향후 유럽의 경제 상황이 더욱 우려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선 “영국의 일부 경제지표가 브렉시트 결정 이후에도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다시 나빠지는 것은 시간 문제다”는 진단까지 쏟아내고 있을 정도다.

블룸버그는 4일(현지시각) ECB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 “지난 번 통화정책회의에서 ECB 정책위원들 사이엔 양적완화(QE, 대규모 자산매입을 통한 돈풀기) 종료 이전에 자산 매입 규모를 줄여야 한다는데 비공식적인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보도했다. 다만 제보자들은 “ECB 정책회의 논의 사항이 비공개인 만큼 익명으로 처리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블룸버그가 덧붙였다. 이와 관련, ECB는 매월 자산매입 규모를 100억 유로 가량 줄이는 방안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하지만 “내년 3월 종료되는 QE 프로그램이 연장될 가능성도 열어놓기는 했다”는 소식도 함께 전했다. ECB는 현재 매월 800억유로 규모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완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ECB 고위 관계자는 그러나 “이같은 주제를 논의하지 않았고 마리오 드라기 총재 역시 지난 기자회견과 유럽 의회 청문회에서도 같은 입장을 밝혔다”고 반박했다.

한편 제프리즈 인터내셔널(런던)의 마르켈 알렉산드로비치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QE는 내년 3월까지 운영될 예정이고 최소 6개월 정도 연장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2017년 이후 ECB는 테이퍼링(양적완화 출구전략)을 생각할 수도 있고 2018년 3월에는 이를 끝내려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이는 이상적인 출구전략이며 물가상승 전망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ECB는 지난달 회의에서 유로존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018년에는 1.6%로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는 목표치인 '거의 2%'를 5년 넘게 밑도는 것이지만 동시에 물가가 꾸준히 오를 것이란 의미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ECB의 이같은 출구전략 움직임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출구 전략과 유사한 것이기도 하다. FRB는 2013년 12월부터 제3차 QE 자산매입 규모를 매월 100억달러 씩 축소, 이듬해 10월에 QE를 종료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시장 혼란을 최소화하는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날 뉴욕 등 글로벌 외환시장은 ECB의 테이퍼링 소식에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

특히 영국 파운드화는 하드 브렉시트(과격한 유럽연합 탈퇴)에 대한 우려까지 더해지며 31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달러는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 발언(“미국 기준금리가 1.5%까지는 올라야 한다”) 영향으로 약 2주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이날 뉴욕 시장에서 달러/파운드 환율은 전날보다 0.8% 하락한 1.2736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브렉시트 직후인 6월23일 이후 약 15%나 추락한 것이다. 장중 한 때 1.2720달러까지 하락하면서 1985년 이후 3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폭락하기도 했다.

유로/파운드 환율 역시 1.1409유로까지 추락하며 2013년 이후 약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처럼 파운드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내년 3월까지 브렉시트 협상을 시작하겠다고 밝힌 때문으로 풀이된다.

투자자들은 브렉시트 이후 최대 교역시장인 EU(유럽연합)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없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금융의 경우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UBS의 존 라이스 전략분석 부문 수석은 "영국의 일부 지표들이 브렉시트 이후에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악화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고 지적했다.

파운드화 약세는 영국의 물가 상승률도 높이고 있다. 지난 8월의 경우 전체 수입물가가 전년동기 대비 9.3%나 급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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