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엘리엇의 타깃 되는 것 아닌가 우려...정치권도 지혜 모아야 할 듯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삼성그룹과 삼성전자의 지배구조 개선작업이 다시 경제계와 증권시장의 핫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우선 삼성전자는 오는 27일 열리는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등기이사 선임 및 프린팅솔루션 사업부 분할 승인 등의 안건을 처리할 예정인데 여기에 전세계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이번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선임되면 그동안 이건희 회장의 그림자 역할에서 벗어나 자기 색깔을 분명히 하면서 책임경영에 나서는 출발점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런데 여기에 최근 미국 헤지펀드 엘리엇이 삼성전자에 '주주가치 증대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갑자기 회오리바람이 일고 있다. 엘리엇은 이미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기획의 합병 과정에서 삼성그룹 측과 전면전을 치르면서 존재가치를 입증한 바 있다.

이런 거대 헤지펀드가 삼성전자 주식을 0.62% 취득하며 발언권을 확대할 조짐이어서 삼성그룹은 물론 경제계, 정치권에까지 큰 시사점을 던져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엘리엇의 제안이 삼성 측의 가려운 곳을 긁어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는 듯하지만 그 이면에 무서운 이빨을 숨기고 있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우선 주식시장은 삼성그룹에 구미를 당길 만한 내용들이 포함되면서 호재로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의 인적분할(삼성전자홀딩스-삼성전자 사업회사), 삼성전자홀딩스와 삼성물산의 합병은 그동안 시장에서 제기되는 유력한 지배구조 개선 시나리오로 삼성그룹의 가려운 곳을 제대로 긁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30조 원의 특별배당(혹은 1주당 24만5000 원의 배당 지급), 삼성전자 사업회사의 한국거래소와 나스닥 동시 상장,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등의 제안은 삼성으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라는 분석이다.

엘리엇의 주장대로 30조 원의 특별배당을 실시한다면 당장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넘으므로 15조 원의 국부 유출이 일어날 것이란 판단이다. 이는 올해 삼성전자 배당액 3조원의 각각 10배, 5배에 달하는 금액으로 신사업 발굴과 이익극대화를 위해 쓰여야 할 자금이 이와는 상관없는 곳으로 흘러가는 셈이다.

미국 나스닥 상장도 삼성전자를 그들의 홈그라운드로 끌어들여 그들의 구미에 맞게 요리를 해보겠다는 심사라는 판단이다. 여기에 독립적인 3명의 사외이사 추가 선임 역시 20대 국회에서 야당이 추진하고 있는 집중투표제 등을 활용해 기업을 그들의 영향권 아래 두겠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삼성전자가 이를 거절한다고 해도 삼성전자의 지분 50.74%를 보유하고 있는 다른 외국계 주주들이 동참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여 그 수습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특히 엘리엇 측의 제안 내용은 외국인 주주들이 그동안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필요하다며 계속 주장해온 것들이어서 이들의 호응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지분율이 0.12%인 영국 3대 자산운용사인 헨더슨글로벌인베스터스는 엘리엇에 동조의 뜻을 밝혔고 삼성전자 지분 0.8%를 보유한 네덜란드의 APG펀드도 엘리엇의 요구는 무리한 것이 아니라며 찬성의 뜻을 밝혔다고 한다.

이렇게 외국인 주주들의 엘리엇 동조가 이어질 경우 이달 27일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전자 등기이사 선임의 건은 물론 내년 정기주총 등에서 삼성전자에 가해지는 외국인 주주들의 압박은 한층 거세게  진행될 것이란 예측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삼성그룹이 차제에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보다 확실하게 공개하고 지지세력을 결집해 갈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지금까지와 같이 "정해진 바 없다"는 수세적인 입장만 되풀이할 것이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의 불가피성을 밝히고 그 방향에 대해서도 제시해 시장의 불안을 불식하고 긍정적인 여론을 형성해가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야당을 비롯한 정치권도 경제민주화를 위해 추진하는 법안들이 예상치 않은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음을 직시해 보다 신중하면서도 지혜로운 개편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어렵게 일군 우리 기업들의 경영권이 헤지펀드와 외국인들의 수중에 들어가 농락 당한다면 그 피해는 국민들이 입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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