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한은 할 것 없이 가계부채 위험 한목소리...미국발 위기 가능성도 확대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금융권의 주택 대출은 끝없이 늘고 이로 인해 가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국가 경제를 위협할 시한폭탄으로 떠오르는 데도 이를 막을 대책은 막막해 보인다.

특히 올해 국정감사에서는 이런 가계부채 문제가 여야 국회의원들로부터 집중 추궁을 받을 정도로 매우 위험한 상황에 몰려 있지만 불량 가계부채는 계속 가파르게 늘고 있어 걱정이다.

아무래도 특단의 대책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으로 여겨진다.

지난 주 한국은행과 금융권이 밝힌 가계 부채의 현실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무엇보다 1300조원을 향해 치닫는 가계 부채 증가 속도가 너무 무섭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주에 “가계 부채 총량이 크고 증가 속도도 빠르다”면서 “이는 가벼이 여길 문제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 뿐 아니다. 한국은행은 “지난 해 이뤄진 은행 주택담보 대출의 절반가량이 생활자금으로 쓰였던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려다 쓴 소위 ‘다중 채무 가계 대출자’도 전체의 20%에 이르는 것으로 지적됐다. 아울러 지금보다 금리가 3% 포인트 반등할 경우 집값은 15% 하락할 위험이 있으며 이 경우 개인 파산이 급증할 것이란 경고음도 울렸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부나 금융권의 가계부채 방어 대책은 전혀 먹혀들지 못하고 있다. 9월에도 은행 주택담보대출 규모가 3조원 이상 늘었다는 비보만 들려 올 뿐이다.

그러나 이게 다는 아니다. 부채로 먹고 사는 좀비기업들도 문제다. 한국은행은 “올 4분기엔 가계나 기업 모두 신용 위협을 받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고 있다.

가계 부채나 기업 부채 위기는 어제 오늘 지적돼 온 사안이 아니다. 그리고 부채의 질도 나빠지고 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위기 불감증이다. 돈을 빌려 주택 투자에 올인 하면서 지난 주 주택가격이 역대 최고수준으로 크게 솟구쳤다는 뉴스는 우리 경제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가슴을 더욱 철렁하게 한다.

게다가 글로벌 중앙은행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아 보인다. 지난 주 블룸버그는 “유럽중앙은행 내에서도 이제 양적완화(자산 매입을 통한 무제한 돈풀기) 축소 방안이 논의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지금 선진국들의 무제한 경기 부양책이 비판의 도마 위에 올라있다. 파이낸셜타임스 등 일부 외신은 “중앙은행들의 부양책이 먹혀들지 않고 있다”면서 “조만간 양적완화 테이퍼링 (양적완화 축소, 즉 긴축 전환) 위험과 같은 현상이 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는 보도를 반복해서 쏟아내고 있다.

그 뿐 아니다. 미국에선 연내 금리인상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CNBC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지난주에도 제프리 래커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 등 매파 인사는 물론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과 같은 비둘기파 인사 마저 연내 금리인상을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국제통화기금(IMF) 조차도 세계 경제전망보고서를 통해 “미국 연준이 연내에 0.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이는 뭘 말하는가. 미국의 금리인상이 현실화 할 수 있는 만큼 한국은행도 더는 금리를 내리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얘기다.

잘 알려진 대로 돈이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르게 돼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들은 미국 등 선진국으로의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 최소한 금리를 동결하거나 미국을 따라 함께 금리인상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에선 벌써 시장금리가 뛰고 있는 상황이다. 이 경우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더라도 시장이 받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이란 예측을 낳게 한다. 이 또한 미국의 금리인상을 용이케 하는 대목이다.

상황이 이쯤 되다보니 한국의 금융시장에서도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비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거나 경기 부양책을 중단할 경우 자칫 한국의 가계들이 금리폭탄을 맞을 수도 있다. 그 경우 집값을 비롯한 자산 가격의 하락이 뛰다르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그것이 한국이 처한 엄연한 현실이다.

가계 부채를 줄이기 위한 시기는 지금이 마지막일 수도 있다. 또한 좀비기업 구조조정을 단행할 상황도 지금이 마지막 기회인지도 모른다.

정부와 금융회사들은 이제 가계 부채 위험성을 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를 관리하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김종인, 추경호 의원 등 여야 경제통 의원들이 최근 국정감사에서 ‘가계 부채 위험’을 일제히 부각시키고 나온 것은 실로 주목해야 할 대목이다. 가계부채 총량제가 됐든, 다른 어떤 방안이 됐든, 강도높은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할 때다. 그리고 각 가계도 조만간 닥칠지 모를 세계 금융환경 변화 가능성을 배제하지 말고 스스로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럴 때 가장 위험한 것이 ‘부화뇌동 투자’라는 점도 잊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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