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인들이 돈 못 받고도 계속 출연해야 하는 까닭은?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용기 칼럼] 공연을 할 때 제작자와 출연자, 그리고 스태프는 정당한 계약서를 쓰고 일하는 것이 상식이다. 배우의 A급·B급·C급 등급에 따른 출연료, 그리고 엑스트라 출연료를 정하고 연습은 어떻게 한다는 구체적 내용까지 계약서에 정해야 한다.

그런데 지난해 유명한 뮤지컬에서는 이런 원칙이 전혀 지켜지지 않았다. 이 점에 대해선 문화예술인들이 반성해야 한다. 여전히 옛날처럼 정식 계약도 안하고 주먹구구식으로 구두계약을 하고 공연을 다니는 것은 이제 근절돼야 한다.

이 뮤지컬은 전국을 다 다니면서 공연했다. 출연자 가운데 A급 L배우는 수십 년 동안 공중파의 주연 배우로 너무나 잘 알려진 사람이다. 여기에 정말 유명한 국악인도 출연진에 포함됐다.

만약 이 공연이 잘 됐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이 그렇지 못했다.

저 유명한 출연자들에게 출연료 지급이 안됐다. 단역 엑스트라도 출연료를 받지 못했다. 무대 음향 조명도 마찬가지였다.

어느 지방 공연에서는 무대 팀이 안 내려와 그 지역 사람들을 부르고 배우들이 못질해서 공연을 했다. 이런 공연이 제대로 될 수 있었겠나. 끝내 문제가 터지고 말았다.

배우 한 사람이 대학로에서 1인 시위도 벌였다. 공연계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이 공연이 이것으로 끝난 게 아니라는 점이다. 제작자는 이 작품을 올해 또 제작했다.

돈을 못 받은 출연자들은 당연히 당신이 무슨 돈이 있어 이걸 또 하느냐며 분통을 터뜨릴 얘기다. 웬만한 연기자들은 이런 사실을 다 알 터이니 출연을 거부해야 마땅할 텐데, 미스테리는 오히려 더 화려한 출연진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연기자들의 너무나 취약한 인생이 드러나고 있다.

아무리 주연을 많이 하는 배우라도 날마다 연기에 나가는 것이 아니다. 한마디로 놀면 뭐하나. 매일 방송 나가는 것도 아닌데. 어디든 나가서 자기 이름이라도 알려야 한다.

이게 바로 공연 예술인들의 약점이다.

문제가 된 뮤지컬은 TV 고발 프로그램에서도 다뤄졌다. 담당 PD가 찾아갔더니 제작자는 올해 이걸 해서 표를 팔아야 밀린 돈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작년 배우들부터 해결해 주겠다는 게 이 사람 얘기였다.

관건은 작년에 안된 공연이 올해는 잘 될까 하는 것이다. 올해도 잘 안된다면 빚을 카드로 돌려막는 것과 똑같은 얘기가 된다.

제작자 말대로 성공하면 대단히 행복한 결말. 그러나 현실은 녹록치 않다.

배우들은 누가 불렀는데 안 가면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줄어든다. 엑스트라는 오디션 보러 갔을 때 어떤 무대에 올라 봤다는 경력이 필요하다.

제작자들이 이런 관계를 모를 리 없다.

공연계의 많은 폐단이 이 사례에 집약돼 있다.

이제 공연계에 있는 사람들 모두, 계약서를 제대로 쓰고 각자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다만 현실은 정식으로 계약서를 쓰겠다고 하면 “당신만 까다롭게 굴어?” “너는 가라”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다. 이런 악습을 근절해야 한다.

그래서 공연예술인을 종합적으로 지원하고 보호하는 제도와 장치가 필요한 것이다. 또한 이는 공연예술인의 경제적 지위를 보호해 주는 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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