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지적..."음성비서 등 인공지능 기술 탑재 여부도 숙제"

[초이스경제 이영란 기자] 1995년 당시 이건희 회장은 불량으로 평가된 2G 휴대폰 15만대를 2000여명의 직원들 앞에서 부숴버렸다. 영국의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7일(한국시간) 이 같은 일화를 소개하며 “갤럭시노트7 생산 중단으로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도 어떤 변화를 초래할지 주목된다”고 밝혔다.

이코노미스트는 “노트7은 틈새상품인 만큼 삼성전자는 노트 브랜드를 완전히 버리고서라도 신속하게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것이라고 몇몇 애널리스트는 주장한다”면서 “내년 초에 출시될 삼성전자의 신모델에 중대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삼성전자는 빠르게 명성을 회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나 노트7 사태는 몇 가지 측면에서 삼성전자의 문제점도 노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싱가포르대 장시진 교수는 “삼성전자는 노트7의 실패 이후 제품의 복잡성 및 공급사슬에 대해 심각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또하나는 삼성그룹의 복잡한 지배구조다. 삼성전자의 지배구조는 계열사들이 서로 교차돼 있거나 순환고리로 연결돼 있다. 이는 적은 지분으로도 이건희 회장일가가 그룹에 막강한 통제력을 행사하도록 만들고 있다.

반면 단점도 존재한다. 기업의 거버넌스가 글로벌 기업들과 대비했을 때 뒤떨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삼성 사외이사의 경우에는 기술 산업에 대한 경험이 제한적이다.

노트7 사태는 또한 삼성전자의 지분 0.62%를 보유하고 있는 헤지펀드인 엘리엇 어소시에이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5일 엘리엇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과 관련한 상세한 제안서를 발송했다. 이재용 부회장이 리스트럭처링을 선호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엘리엇의 계획안을 승인할 것 같지는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스마트폰 및 커넥티드 기기들은 점차 일반적인 상품이 되고 있는 만큼 이 같은 기기들의 경쟁력은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 달려있다. IBK경제연구소 박강희 연구원은 “삼성전자의 문화는 여전히 하드웨어에 초점을 맞춘 ‘신속히 따라잡는 자(fast-follower; 패스트 팔로워)’와 유사한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내부적으로 이 같은 문화를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이라고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밝혔다.

더구나 최근에는 디지털 기기들의 경쟁력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에서 한발 더 나아가 정보와 인공지능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아마존의 에코, 구글의 구글홈과 같은 음성비서가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6일 애플의 음성비서 시리를 개발한 팀이 분사해서 만든 비브를 인수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폰과 가전기기 등에 비브를 탑재할 수는 있겠지만 이 분야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가 스마트폰에서 지배적인 자리를 지킬 것인가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이것이 화재에 휩싸인 배터리 문제보다도 더 힘든 숙제이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몰락한 노키아와 달리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성장하는 사업에도 의존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오는 11월 상장 예정인 자회사 바이오로직스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20억달러 이상의 투자자금으로 바이오 테크놀러지 의약 제품 연구에 본격적으로 나설 계획이다. 바이오로직스는 동물 세포로부터 단백질을 키우는 작업이 실리콘 웨이퍼에서 서킷을 제조한 것과 유사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운좋게도 이 사업은 ‘자연발화’될 위험이 아주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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