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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크래프트는 왜 바둑처럼 장수를 못 했나
스타크래프트는 왜 바둑처럼 장수를 못 했나
  • 장경순 기자
  • 승인 2016.10.21 16: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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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로 사라진 '스타1'... 게임의 완벽성에도 끝내 저작권의 한계 못 넘어
▲ 블리자드의 스타크래프트1 확장팩 브루드 워.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바둑은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게임이면서도 아무도 저작권을 갖고 있지 않은 경기다. 프로경기로 인정받는 것은 바둑단체의 공인을 받을 필요가 있지만 프로기사 아닌 사람들이 공공장소에서 행사를 통해 바둑 경기를 펼치는 것은 누구나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 LG트윈스의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김경문 NC감독과 양상문 LG감독의 바둑 경기를 중계방송하는 데는 바둑과 관련해 아무런 문제가 없다. “바둑은 우리 조상이 만들어서 나에게 지적재산권을 물려준 경기”라고 나서서 주장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 바둑의 수 천 년 장수를 가능하게 했다. 최근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중단을 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한국이 1997년 외환위기, 즉 ‘IMF 위기’를 겪으면서 수많은 젊은 사람들이 실직자가 되거나 일자리를 못 구할 때 이들을 위로해 준 놀이가 스타크래프트였다. 블리자드가 판매한 컴퓨터 게임이다.

이 게임은 앞선 다른 게임과 달리 정말로 어른이 할 만한 것이었다. 스타크래프트가 한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얻어 세계로 뻗어나간 이유가 그 때 한국에 직업 없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것은 이 게임의 완벽성을 조금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만약 그런 이유였다면, 스타크래프트의 종말은 한국의 실업률 하락과 함께 이뤄졌어야 한다.

스타크래프트가 사라지게 된 것은, 이 세계의 창조자인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 2를 내놓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창조자가 새로운 인류를 창조했다면 옛 인류는 멸종하고 새 인류가 번성해야 할 것인데, 스타크래프트는 신구 인류가 함께 쇠락하는 운명을 가고 있다. 한국e스포츠협회는 지난 18일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의 종료를 발표했다.

원인은 스타크래프트2, 즉 스타2의 우수함이 원래 스타크래프트, 즉 스타1에 턱없이 못 미치는데 있다. 그렇다면 스타1이라도 계속 남아있어야 할 텐데, 새로운 제품 스타2를 판매하려는 모종의 움직임에 밀려 2012년 스타1은 반 강제적으로 막을 내리고 말았다.

스타1의 완벽성은 스타2의 등장 이후 더욱 명확해졌다.

‘애들 놀이’같은 다른 컴퓨터 게임과 달리 이 게임은 전쟁터의 처절한 분위기가 경기를 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지켜보는 사람들도 압도했다. 스타크래프트 프로경기를 관전하는 e스타디움이 서울 용산 아이파크 백화점을 비롯해 몇 군데 생긴 것은 이런 게임 특성 덕분이었다.

거기다 한국의 ‘게임 꾼’들은 이 게임을 개발한 사람들이 미처 생각도 못한 기발한 전략을 구사했다. 치열한 수 싸움은 바둑에 못지 않은 흥미를 가져왔다. 아주 드물게 한 시간 넘는 게임도 있었지만 대부분 15분 안팎에 승부가 나 방송이 중요한 현대 사회에 적응하는 데도 큰 문제가 없었다.

쳐들어오는 저그족 러시에 외로운 벙커 하나가 깨질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저 벙커 하나가 지연시키는 저그의 진격 속도는 끝내 게임의 승부를 바꿨다. 이것은 1970~1980년대까지 서울 시내 곳곳에 유사시 적군의 탱크 진격 속도를 늦추는 시설물을 흔히 보고 자란 세대에게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해외 게임 올림픽 현장에서 월드오브워(WOW)와 같은 게임이 가장 많은 유저를 자랑했다고는 해도, 막상 경기가 열리면 현장의 모든 관객들을 사로잡은 것은 한국 선수들간의 스타1 경기였다.

블리자드의 기술과 한국 선수들의 기발한 전략이 바둑의 수 천 년 아성에 도전할 만한 천재적 게임을 만들었던 것이다.

한국 경제적 측면에서도 스타1은 기적을 만들었다. 어른들이 얼핏 보기에 어린 조카들이 심심해서 매달리는 놀이 같았지만, 이로 인해 두 개의 게임 방송국이 탄생했다. 또한 게임방의 길드 형태로 존재하던 스타1 팀들을 굴지의 대기업들이 영입해 프로스포츠 구단을 만들었다.

그러나 역시 스타1 역사의 절정기는 공군이 스타1 팀을 만들어 리그에 동참도 하면서 워게임에 활용할 때였다.

하지만 이런 엄청난 순간을 맞이한 지 불과 한 두 달 만에 잡음이 발생했다.

스타1의 공식기구인 e스포츠 협회가 프로게임단을 앞세워 게임 방송국과 중계권 마찰을 빚은 것이다. 이때까지 중계권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있던 블리자드 입장에서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었다. 정작 권리를 주장할 사람은 수년간 잠자코 있는데 무언의 양해를 받고 있는 사람들끼리 돈 싸움을 벌인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정상급 선수의 승부조작 파문이 터졌다.

곧이어 새로운 상품 스타2를 내놓은 블리자드는 저작권 문제도 제기하고 나섰다. 이 와중에 게임 방송국 하나가 사라졌다. 블리자드의 본심은 저작권 뿐만 아니라 스타2의 시장 확대를 위해 스타1을 의도적으로 위축시키려는 것으로 보였다.

마침내 스타1 리그는 2012년 마지막 챔피언 허영무(삼성전자 칸)을 탄생시키고 공식무대에서 사라졌다.

하지만 스타1이 단순히 스타크래프트 시리즈의 첫 작품이 아니라 바둑에도 도전할 만한 게임이었음을 인식한다면, 관련 당사자들이 태도를 바꿔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지금도 아주 드물게 스타1 게임이 온게임넷에 잠시 등장할 때, 떠돌던 채널들이 모이고 있는 것을 전혀 못 느끼는지... 블리자드와 한국의 e스포츠 협회에 묻고 싶은 점이다.

스타2가 서울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런칭 행사를 개최한 것이 9년 전이다.

지금 한국의 방송에 등장하는 임요환, 홍진호는 모두 스타2가 아닌 스타1에서 이름을 날린 ‘명장’들이다. 스타2에서는 아직 이런 대중성을 갖춘 스타가 등장하지 않았다. 사회적 영향력 자체가 차원이 다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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