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삼성전자, LG전자가 주도하는 한국의 스마트폰 산업이 격변기에 들어섰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삼성전자 갤럭시 시리즈는 올해 상반기 시장 반전을 이끌며 업계를 주도했으나 갑작스레 갤럭시노트7의 단종으로 '단명극'에 끝났기 때문이다. 이제 시장은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하는 혼돈의 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혼란의 시기에 누가 주도권을 잡느냐는 향후 시장 판도를 결정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여겨진다.

현재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이 단종되면서 시장 공백기를 맞고 있다. 내년 초에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8이 출시되기 전까지는 갤럭시S7과 엣지로 수성을 해야 하는 입장이다.

여기에 애플은 아이폰7을 출시하며 시장 주도권 회복을 노리고 있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은 가격 대비 성능을 무기로 선단식 공략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한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언제든 나락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 위태위태한 국면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 아이폰7의 선풍적인 인기몰이와 중국 업체들의 파상적인 압박을 우리 업체들이 효과적으로 잘 방어하느냐 하는 문제는 앞으로 우리 스마트폰 산업의 향방을 가를 변수가 될 것이다.

지난 21일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인 삼성전자는 22.3%의 점유율로 지난 2분기에 비해 0.2%포인트 줄었다. 갤럭시노트7이 단종돼 본격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4분기에는 시장 점유율이 더욱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애플은 12.9%로 2.1%포인트 줄었다. 하지만 3분기 말에 아이폰7을 내놓아 인기몰이를 하고 있으므로 4분기에는 점유율이 상당히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LG전자는 랭킹 5위로 2분기 5.4%에서 5.7%로 0.3%포인트 높아져 그나마 선방을 한 것이 다행이다.

문제는 중국 업체들의 점유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중국의 1위 업체 화웨이는 3분기 점유율이 9.1%로 전분기 9.2%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며 세계 3위를 기록했다.

BBK그룹의 자회사인 오포는 6.1%의 점유율로 전분기와 비교해 0.5%포인트나 상승했다. 랭킹 4위다. 역시 BBK그룹의 자회사인 비보는 5.2%의 점유율로 0.5%포인트 상승하며 전분기 7위에서 6위로 상승했다. 이런 상승세라면 5위를 지키고 있는 LG전자의 위치도 조만간 위협할 수 있다.

BBK그룹의 경우 프리미엄 스마트폰은 비보가,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오포가 떠맡는 식으로 중국 시장을 중심으로 급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더욱이 중국 스마트폰사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분기 48.1%를 기록해 절반에 육박했다. 50만원대 이상의 프리미엄폰 시장 점유율도 40%를 넘어섰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지난 8월 출시한 갤럭시노트 7 단종 사태로 화웨이, 비보, 오포 등 중국 브랜드의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의 스마트폰 업체들은 포화상태에 다다른 중국 시장을 넘어서 인도 시장 공략을 강화해 점유율을 높여 가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에 맞서는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7으로 야기된 전략 스마트폰 공백을 갤럭시S7과 엣지로 최대한 메우고 차기 전략 스마트폰인 갤럭시S8의 시판을 앞당기며 인센티브를 강화해 고객 이탈을 방지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런 전략은 어느 정도 맞아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내 시장에서 갤럭시S7과 엣지의 판매가 다시 크게 늘어나고 외국에서도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노트7을 구매한 고객이 S7을 임대폰으로 사용할 경우 '갤럭시S8'을 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당근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외에서 이런 당근책을 시행할 경우 갤럭시노트7-갤럭시S7-갤럭시S8으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형성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갤럭시 고객 이탈을 최소화하고 고객 충성도를 높여가는 대책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갤럭시노트7 단종으로 수혜를 많이 본 업체 중 하나로 분류된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시장에서 지난해 V10이 하루 평균 3000~4000대 팔렸으나 올해 내놓은 V20는 7000여 대가 팔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이르면 다음주 최대 프리미엄폰 시장인 미국 시장에서도 V20를 출시해 시장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V10이 미국시장에서 선방을 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므로 올해도 여세를 몰아가면 그 이상의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LG전자는 내년에 출시하는 'G6'와 관련해선 올해와 같은 수율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전의 준비를 다하고 제품 완성도를 높여 시장을 넓혀 갈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가 1위 수성을 하고 LG전자가 뒤따르며 스마트폰 강국으로서 위상을 지켜갈지, 아니면 프리이엄 스마트폰은 애플이, 중저가폰은 중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해 한국 업체들은 '주변세력'으로 전락할지 여부는 멀지 않은 시기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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