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경기침체가 이어지는 가운데 리스크 관리에 역점을 둔 금융지주사들이 충당금을 대거 쌓고 있다. 이에 따라 지주사들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크게 줄어들었다.

 
3일 4대 금융지주사(KB, 하나, 신한, 우리)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손충당금 전입액은 총 3조1593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589억원) 대비 14.5% 늘었다.
 
충당금 전입액이 가장 크게 늘어난 곳은 하나금융이었다. 하나금융의 상반기 충당금 전입액은 4871억원(외환은행 포함)으로 지난해(2589억원) 보다 88.1%나 올라갔다.
 
신한금융도 지난해(4649억원)에 비해 25.4%나 증가한 5833억원을 충당금으로 쌓았다. KB금융의 상반기 충당금 전입액은 7539억원으로 4.9% 증가했다.
 
우리금융의 충당금 전입액은 1조3350억원으로 4대 지주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이는 지난해(1조3170억원)에 비해 1.3% 늘어난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기업 구조조정이나 조선 등의 업종의 업황이 악화함에 따라 리스크 관리에 나선 지주사들이 충당금을 늘렸다"며 "부동산 경기침체로 인한 가계여신의 부실 우려도 한가지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충당금을 확대한 지주사들은 당기순익에서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대 금융지주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총 5조858억원으로 지난해(5조6277억원)보다 9.6%가량 감소했다. 특히 외환은행 인수 염가매수차익(1조388억원) 등 올해 상반기 발생한 일회성요인을 제외할 경우 당기순익은 30%가량 떨어지게 된다.
 
KB금융의 상반기 당기순익은 1조1506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5749억원) 대비 26.9% 감소했다. 우리금융은 27.5% 감소한 937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으며 신한금융의 당기순익은 1조4577억원으로 지난해(1조8891억원) 보다 22.8%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금융만이 외환은행 염가매수차익에 힘입어 지난해(8688억원)보다 77.2% 상승한 1조5399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장기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일부 업종의 부실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충당금을 쌓아 당기순익이 대폭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주사들은 하반기 순익 회복보다는 경기침체에 대비한 리스크 관리에 더욱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들 지주사는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펼치며 시장 상황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KB금융은 하반기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해 철저한 리스크관리를 지속하겠다고 공언했으며 우리금융도 지난달 고강도 긴축을 골자로 한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금융권의 저성장·저수익 구조 고착화에 대비한다는 방침이다.
 
따라서 하반기 지주사의 순익은 상반기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인해 지주사들이 보수적으로 경영을 펼치면서 대출성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이에 따라 하반기에도 이자수익이나 자산의 성장폭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른 관계자는 "어차피 실적은 경기상황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라며 "글로벌 경기와 부동산시장이 악화하는 가운데 지주사들은 상반기와 비슷한 실적을 거두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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