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규제 완화 반대...4년 임기도 지켜낼 것...금리정책도 바뀐 것 없어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미국 중앙은행장인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은 의연했다. 트럼프에 굴하지 않겠다고 했다. 금리인상 기조를 그대로 밀고 나가게다고 했다. 트럼프 압박에도 임기를 지켜내겠다고 했다. 게다가 트럼프가 강조하는 금융규제완화에도 동의할 수 없다고 했다. 향후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와 재닛 옐런 연준 의장간 충돌 여부가 주목된다.

17일(미국시각) 주요 외신과 미국 연준에 따르면 이날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연준) 의장은 미 의회 합동경제위원회 증언에서 “미국의 경제는 연준이 전망한대로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면서 “비교적 빠른 시일 안에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할 것이란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경기 부양책으로 경제 전망에 변화가 생길 경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옐런은 일부에서 제기하고 있는 조기 사임 가능성에 대해서는 “임기를 마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향후 발표될 (경제)지표가 연준 목표치에 꾸준히 다가가고 있다는 증거로 여겨진다면 비교적 빨리 금리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이 견고함을 유지하고 물가상승률이 높아졌다는 게 지표로 명확히 드러날 경우 지체 없이 금리를 높일 것이란 의미로 풀이된다. 최근 경기지표가 FRB의 목표치에 거의 근접한 것을 감안하면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면서도 점진적인 금리 인상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옐런 의장은 “현재 정책금리가 균형수준을 조금 밑도는 것은, 단지 약간의 부양적 기조에 불과하기 때문에 물가가 뛰어 오르고 나서 뒤늦게 연준이 금리를 인상하게 되는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매우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옐런은 트럼프 당선인이 내놓은 경기 부양책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은 채 “트럼프의 경제정책이 고용 및 물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진다면 FOMC는 경제전망을 조정할 수 있다”며 금리 인상 속도가 빨라질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 정부가 재정지출을 확대할 경우 시중금리가 오르게 되고 물가상승률 또한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에 따라 FRB 역시 예상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금리인상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옐런은 도트-프랭크법 폐지에 대해서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옐런 의장은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어떠한 행위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트-프랭크법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금융 회사의 건전성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트럼프 측은 이 법을 건드리려 하고 있다. 금융규제 완화가 트럼프의 공약이었다.

옐런은 “정부와 의회가 장기적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어 줄 것”도 주문했다. 그는 “잠재성장률과 생산성에 초점을 맞춰 장기적인 관점으로 정책을 만들어가야 한다”며 “장기적 관점을 지닌 중앙은행이 있는 국가들은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분명한 증거가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때때로 중앙은행은 경제의 건전성을 위해 당장 인기가 없는 정책을 행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옐런 의장은 또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에도 남은 임기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임기만료 전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캐롤린 마로니(Carolyn B. Maloney) 공화당 의원의 발언에 대해 “나는 그럴 수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이어 “4년간 임기는 보장돼 있고 2018년 1월에 임기가 끝난다”며 “임기를 마치는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옐런 의장이 민주당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기준금리 인상을 미루고 있으며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비판한 바 있다.

옐런 의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필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중앙은행이 국채 매입을 통해 재정균형을 맞출 때 물가상승이 일어나지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옐런 의장은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이 유지되고 경제 상황이 좋을 때 시장은 낮고 안정적인 물가상승률을 기대한다”며 “미국은 물론 전세계적으로도 이런 일을 계속 지켜봐 왔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같은 옐런의 발언과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옐런, 조기 퇴진은 내 머리 속에 없어”라는 내용의 기사를 속보로 전했다.

FT는 “미 연준 재닛 옐런 의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대통령 당선자인 도날드 트럼프로부터 그녀의 직무에 대한 퍼포먼스와 관련해 비난을 받을 지라도 자신의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말했다”며 “지난 11월 8일 미 대선 이후 첫 번째 대중 연설에서도 그녀는 2018년 1월 임기 전에 퇴진하게 되는 그 어떠한 시나리오도 상상 할 수 없다고 말한바 있다”고 밝혔다.


[기사 작성=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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