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위기 대응체제'로 전환해야...부채관리 다급하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트럼플레이션(트럼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의 공습이 심상치 않다. 세계 각국이 긴장하고 있다. ‘부채 왕국’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보호무역과 미국중심의 성장을 외치면서 인플레이션 위험을 높이고 있다. 트럼프의 대통령 당선 이후 미국에서 시작된 국채 투매 현상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글로벌 시장 금리를 아주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앞으로 미국 트럼프 정부가 인프라 투자를 늘리기 위해 국채 발행을 크게 늘릴 것으로 예상되자 미국에서 채권 투매가 있었고 이런 현상은 다른 나라로 확산되고 있다.

게다가 트럼프가 대통령에 취임하기 전에 금리가 조금이라도 더 낮을 때 채권을 발행하자는 기업들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그러면서 글로벌 채권시장은 이래저래 금리가 오를 수 밖에 없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다. 채권 발행이 늘면 당연히 채권 가격은 싸지게 된다. 채권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은 채권금리가 오른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시장금리를 꿈틀거리게 하는 요인으로 이어진다.

그 뿐 아니다. 미국 연준마저 12월 금리인상 의지를 더욱 불태우고 있다. 재닛 옐런 연준의장은 지난 17일(미국시각) 의회 증언에서 “조속한 금리인상이 필요하다”면서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을 높였다. 옐런은 트럼프 경제정책에 따라 금리인상 속도를 가속화 할 가능성도 열어놓았다.

그러자 글로벌 시장 금리가 꿈틀거리고 있다. 미국의 시장 금리 척도인 10년물 국채금리는 벌써 2.2%대로 치솟았다. 글로벌 투자기관들은 “내년 중 10년물 미국 국채금리가 2.5%까지 가는 건 시간문제다”고 내다본다. 게다가 투자기관 일부는 “내년에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3차례 더 올릴 것”이라는 진단도 내 놓는다.

트럼프는 대선 유세기간 중 재닛 옐런 연준의장을 향해 “옐런이 오바마 정부를 위해 금리를 못올리고 있다”고 힐난한 적이 있다. 따라서 트럼프는 경제정책 뿐 아니라 연준정책에 대해서도 금리인상을 주문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웰스파고은행의 최고 수석 포트폴리오 전략가 브라이언 제이콥슨(Brian Jacobsen)의 시장 진단이 실감난다. 그는 최근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트럼프의 성장정책이 부채를 터뜨리고 인플레이션을 높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트럼프는 내년 연준 위원에 (금리인상에 저돌적인) 두명의 매파 인사를 지명할 가능성도 높다”고 했다. 트럼프가 내년에 대통령 집무에 들어가면 이래저래 금리가 꿈틀거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점을 제이콥슨은 설명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가 올라가면 신흥국은 큰일이다. 초저금리를 지속 중인 신흥국의 자금이 미국으로 이탈해 갈 수 있다. 돈이란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돼 있다. 따라서 이같은 현상을 막으려면 신흥국도 금리를 따라 올려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니 한국의 걱정이 커지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가계 부채는 이제 손을 쓰기 힘들 만큼 불어나 있다. 올해 1300조원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내년엔 1500조원까지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경기침체로 부실기업도 늘면서 부채로 연명하는 기업도 수두룩하다. 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인력감축에 앞다퉈 나설 수도 있다. 올해 30대 그룹에서만 1만4000명이 직장을 떠나야 했다. 꿈의 직장으로 여겨지는 금융회사들도 인력 감축에 나서기는 마찬가지다. 이는 가계 부채 상환능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런데 이런 위태로운 상황에서 트럼플레이션까지 엄습하면서 한국 경제의 앞날이 심히 걱정된다.

한국의 주택대출 금리는 벌써 트럼플레이션과 미국 연준의 12월 금리인상 가능성에 자극 받아 연 5%수준까지 치솟고 있는 상태다. 불과 얼마전 까지만 해도 연 3%대까지 떨어졌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벌써 성큼성큼 오르고 있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 되자 한국 안팎에서 대한민국의 빚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급속히 커지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미국발 금리인상이 현실화될 경우 서민과 취약계층의 삶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했다.

가계 부채 문제가 폭발하면 금융시스템이 위험해 질 수 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금융권을 향해 “가계 부채 확대할 생각 말고 리스크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통첩한 것이 이를 대변해 준다.

해외 IB(투자은행) 들도 “트럼플레이션과 미국 금리인상이 현실화되면 한국에서의 자본유출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다. 한국도 뒤따라 금리를 올려야 할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다.

노무라의 진단은 더욱 현실적이다. 노무라는 “한국이 자칫 부채 함정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제를 살리고 서민을 보호하려면 금리를 높여선 안되는데 다른 한편으론 한국에서의 자본이탈을 막으려면 초저금리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상황에 처할 것이란 진단이다.

그간 빚무서운 줄 모르고 가계 부채 대책을 게을리 해 온 정부, 빚을 늘려서라도 건설-부동산 경기를 살려 체면을 유지하려 했던 얄팍한 일부 정책 당국자들, 그리고 최순실 게이트에 휘말려 엉뚱한 일에 매달려 온 일부 대통령 경제 참모, 치솟는 전월세 가격에 빚을 내서라도 집사는데 앞다퉈야 했던 서민들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하는 형국이다.

이제부터라도 제대로 된 정책을 추진하자. 이제부터라도 빚 무서운줄 알고 대처하자. 더 이상 빚 권하는 사회는 만들지 말자. 살을 깎는 고통으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

한국의 '삶의 질'이 중국보다 못한 47위로 추락했다고 한다. 빚 많은 한국인들의 삶을 질을 더 끌어내리지 않으려면 우리의 경제 정책 당국자들이 그야말로 비장한 각오로 임해야 할 때다.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는 한국을 위해 제대로 된 경제 정책을 서둘러 실천해주길 다시 한 번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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