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증시 부진은 한국 경제 마비 대변...국회도 정신 차려야

[초이스경제 최원석 기자] 1일(한국시각) 파이낸셜 타임스(FT)는 “지금 한국 경제는 박근혜 대통령 리스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이 같은 FT의 진단은 틀리지 않았다. 우리 경제의 거울인 한국증시가 국제 유가 폭등이라는 대형 호재에도 불구하고 훈풍을 즐기지 못할 정도다. 국정 공백에다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한국증시는 지지부진했다. OPEC(석유수출국기구)이 8년 만에 산유량 감축에 합의하는 커다란 호재를 만들어내고, 이로 인해 국제 유가가 10% 가까이 폭등했지만 한국증시는 이 같은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코스피 지수는 고작 0.01% 올랐고 코스닥 지수는 오히려 0.38% 하락했다.

이날 아시아 증시에서 일본 니케이225 지수가 1.12%나 급등하고 홍콩-대만-중국 등 중화권 증시가 동반 상승했는데도 유독 한국증시만 나홀로 부진을 면치 못한 것은 한국 경제의 현주소를 그대로 대변해주는 지표로 간주되고 있다.

한국의 금융시장은 그야말로 동력을 잃은 채 눈치 보기에 급급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표 종목이 오르면서 겉은 멀쩡해 보였지만 시장 전체로는 상승한 종목보다 하락한 종목이 더 많았다. 시장 참여자들이 체감하는 한국증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특히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국민연금 등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가운데 이날에도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증시를 떠받치기는커녕 보유주식을 팔아치우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이날 한국의 기관투자가들은 코스피시장에서 520억 원어치, 코스닥 시장에서 200억 원어치, 선물시장에서 570억 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매년 연말이면 기관투자가들이 배당주를 중심으로 매수 행진에 가담하면서 증시를 떠받치곤 했지만 올해는 그런 조짐이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얼어붙은 정국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에 시장 일각에선 “기관투자가들이 시장을 견인하지는 못할망정 보유주식을 내던지면서 오히려 쪽박을 깨고 있다”는 푸념까지 쏟아내고 있다.

이제 국민들이 기댈 곳은 국회밖에 없다. 정치권이 하루 빨리 국민의 입장에 서서 정국을 수습해 경제 위기도 타개하고 시장 위기도 진정시키는 노력을 해야 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만일 정치권이 이런 일을 하지 않을 경우 국민의 촛불은 청와대에 이어 국회로 향할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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