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경제 컨트롤 타워 세우고...여야정이 함께 다급한 현안 세세히 챙겨야

▲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 칼럼]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이 중대 기로에 처해 있다.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무총리가 국정을 이끌어야 하는 엄중한 상황이 됐다. 아주 큰 고비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 트럼프 당선자의 보호무역 의지 표명, 미국의 금리인상 신호 강화, 신흥국 경제 악화 등 하필 나라 안팎의 경제 사정이 아주 다급한 상황에 탄핵이 추진돼 더욱 안타깝다.

그러나 좌절만 할 일도 아니다. 무엇보다 최순실 등 비선 세력에 의해 국정이 농단당하는 최악의 상황은 사라지게 됐다. 그간 비선실세들에 짓눌려 기를 펴지 못했던 국무위원들이 제대로 일할 기회를 찾았다는 점에선 오히려 더 나빠질 것도 없는 상황이 됐다. 전화위복이 가능한 상황이다.

이제 한가지 커다란 불확실성은 사라졌다. 국회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면서 국민들의 첫 번째 요구가 관철됐다. 국민적 저항 요인이 줄어든 것이다.

또한 탄핵소추안 가결로 기존 국무총리와 국무총리 내정자가 공존하던 상황도 사라졌다.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여야정 모두 경제살리기가 다급하다고 외치는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정치권 일각에서 이헌재 전 경제 부총리 등과 같은 일할 줄 아는 힘있는 경제부총리가 필요하다는데 공감하는 것도 국민을 안도케 하는 대목이다. 아직 단언하긴 이르지만 국정의 난맥상을 치유할 수 있는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 정부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의 경제를 하루 빨리 재건하는 일이다.

최근 HSBC는 “한국의 제조업 업황이 신흥국 중 꼴찌 수준까지 추락했다”면서 “그리스 보다도 뒤진다”고 했다. 한국의 10월과 11월 제조업 PMI(구매관리자지수)는 고작 48 이라고 했다. 이는 그리스의 48.3 보다도 낮다고 했다. 경제적 사망선고를 받은 그리스 보다도 어려운 나라가 된 것이다. 구매관리자지수란 말 그대로 기업의 구매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경기 업황을 조사한 수치다. 이 수치가 50을 넘으면 경기가 활기를 띠고 있다는 것이고 50 이하면 경기가 위축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의 제조업 경기 업황이 이정도 수준이니 이제 더 떨어지면 큰일 나는 상황이 됐다.

국민들은 탄핵 가결에 환호했다. 그리고 탄핵표결이 이뤄지던 지난 9일 한국증시는 의연했다. 그간 내리막길만 달리던 코스닥지수는 급반등했다. 탄핵 표결이 가결되고 되고 나면 적어도 단기적인 불확실성은 제거될 것으로 판단한 것이 증시를 안도케 했다.

국회에서 탄핵 표결이 끝나던 지난 9일 한 증권맨이 한 말이 뇌리를 스친다. 그는 탄핵이 가결 됐으니 이제 불확실성이 사라졌다고 했다. 그러나 단기 불확실성이 사라진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시간이 지나면 어떤 또 다른 불확실성이 다시 닥칠지 모른다고 했다. 그는 탄핵 가결 이후가 더 중요하다고 했다. 이제 국정 공백을 메우고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는 일이 아주 중요해졌다고 했다. 국무총리 대행 체제와 국회가 얼마나 잘 해야 하는지를 그는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 증권맨의 말이 그의 혼잣말 이겠는가. 우리 온 국민의 바람도 그럴 것이다.

나라 경제가 위중하다. 빨리 경제를 재건해 모든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도록 모두가 나서 ‘전화위복’을 꾀해야 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통령을 대행하는 국무총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는 경제장관들부터 장악해야 한다. 그리고 막연하게 경제를 잘 챙기라고만 지시하면 안된다. 현안 하나하나를 콕콕 지적해 가며 챙겨야 한다. 부실기업 구조조정, 가계부채 문제, 신성장산업 육성 문제, 규제 완화 등 민감한 경제 현안들을 하나하나 챙기고 독려해야 한다.

국무총리는 또 경제 전문가도 만나야 한다. 그러면서 우리 경제의 희생 방안이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국무위원들에게 지시해야 한다.

국회도 마찬가지다. 야당이 경제현안을 풀기 위해 '여야정 협의체'를 만들자고 제안한 것은 참으로 잘 한 일이다. 이 참에 힘있는 경제 컨트롤 타워를 다시 세우는 일도 협의해야 한다. 그간 이나라 경제를 망쳤던 경제관료들은 과감히 교체해야 한다. 능력있는 경제 관료를 앞세워 이 위기를 극복해 가야 한다.

이제 정국은 대선 국면에 돌입해 가고 있다.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할 상황이 올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만큼은 '여야정' 구분 없이 챙겨야 한다. 경제를 잘 챙기는 세력을 국민들은 밀어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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