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뿐만 아니라 '재계 리더십' 역시 함께 탄핵 받았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블룸버그는 12일 오후 큼직한 한국의 탄핵촉구 시위와 함께 관련 기사를 실었다.

이 화면은 블룸버그가 보는 대한민국의 2016년인 셈이다.
 

▲ 블룸버그 인터넷 사이트의 12일 오후 첫화면 모습. /사진=블룸버그 화면캡쳐.


기사 내용은 우리가 익히 다 아는 그간의 정치적 사건을 담고 있다. 연초 북한의 핵실험에서부터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끝에 가서는 80만 명의 거리 축제로 마무리됐다”라고 블룸버그는 전하고 있지만 전혀 해피엔딩으로 간주할 수 없는 내용이다.

이 기사에서는 특히 ‘경제의 실패’를 지적하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가 지난 1월, 올해 판매실적이 최근 10년 중 가장 부진한 성장을 보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며칠 후 북한은 수소폭탄 실험을 했다고 발표했다.

개성공단 폐쇄가 뒤를 이었다. 수출은 23개월 가운데 21개월 동안 감소했다. 한진해운은 140억 달러어치의 화물을 바다위에 남겨놓은 채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3개월간 파업을 벌인 결과, 3조원을 넘는 14만대 승용차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소매유통업의 제왕인 롯데는 탈세와 횡령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삼성은 50억 달러 규모의 갤럭시 노트7을 전량 회수한다고 발표했다.

외신을 통해 다시 돌이켜보면 지난 1년은 정말 끝없는 어둠의 터널이었던 것이다.

또한 한진해운의 먼저 소유자인 최은영 유수 홀딩스 회장이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지분을 처분한 행위는 이 나라 경제를 이끄는 재벌의 리더십이 어느 수준인지를 가늠하게 했다.
 

▲ 한진해운 사주였던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경영행태는 재벌의 무능함과 도덕성 결핍을 여실히 보여줬다. /사진=뉴시스.


재계 단체라는 전경련은 경제의 영역을 벗어나 극우단체를 지원하다 물의를 빚더니 곧 이어 ‘최순실 게이트’의 중대한 한 축을 차지했음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이 가결된 후,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한 정책 사령탑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것에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2016년에 탄핵당한 것은 대통령뿐만이 아니다.

재계의 리더십이 공범으로 함께 탄핵당한 것이다.

어려울 때, 능력을 보여주지도 못했는데, 도덕성마저 여전히 형편없음을 드러냈다. 자신들의 부도덕함이 질타를 받다가 관심이 대통령으로 옮겨갔다고 희희낙락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자신들을 믿고 따라온 노동자와 소비자들을 배신한 행위에 대해 돌이켜볼 생각은 없고, 그저 법인세 인상 얘기가 나오면 죽는 시늉을 하고, 어쩌다 상속세 개편 주장이 나오면 귀가 번쩍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재벌들은 상품의 경쟁력이 부족하면, “국가 기업을 외면해도 됩니까”라는 하소연으로 연명했었다. 지금은 그런 ‘눈물 연기’는 꺼낼 생각도 말아야 한다.

지금 처해 있는 내외의 상황은 국민들이 합심해서 도와주자고 해도 앞날을 보장하기 힘들다.

이미 저지른 도덕적 해이와 범죄적 행위가 두 번 다시 반복되지 않는 제도적 보장을 하지 않으면 신뢰는 다시 생기기 어렵다. 국민들은 부도덕한 기업의 우수하지도 않은 제품을 굳이 써주는 것을 애국이라고 여기지도 않게 됐다. 이들의 주머니 또한 사고 싶은 것을 마음껏 살수도 없는 처지다.

한국 재벌들은 이제 3세 경영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창업주 때보다 기업의 몸집은 수 십 배, 수 백 배로 커졌다. 그런데 3세 회장의 경영능력도 창업주보다 수 백 배로 커졌을까.

한국 경제의 제일 암울한 면이 여기에 있다.

스스로도 능력이 할아버지에 크게 부족하다는 것을 아니 기업가답게 도전할 엄두를 못 낸다. 그러면서도 국가의 필요한 생산자원은 거의 독식을 하고 있다. 한국 경제에 참신한 활력을 넣어줄 신규 진입자에게 돌아갈 자양분이 남아나지 않는다.

그룹의 핵심 파트만 전념하겠다는 마음을 갖고, 기타 사업부문은 잘게 나눠서 더 훌륭한 기업가 자질을 갖춘 사람에게 넘길 용의는 없는가. 굳이 남이 아니라 형제자매 중에서라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부족한 능력에 관심 안가는 분야까지 억지로 끼고간다면, 불투명한 앞날을 헤쳐나갈 용기는 더욱 위축될 것이다.

재벌 역시 국민이자 소비자들로부터 탄핵을 받았다는 사실을 명심한다면, 이번만큼은 정말 특단의 미래지향적이고 과오재발을 막는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과거 사례를 통해 외신의 저러한 보도행태가 걱정되기도 한다. 이들이 대대적으로 한국 경제에 우려를 표명하고 나면 곧 이어 엄청난 파동이 뒤를 따랐다. 1997년 외환위기가 그랬고, 2003년 SK-소버린 사태가 그랬다. 모두 한국 경제 뿐만 아니라 재벌의 경영권까지도 위태로웠던 사태다. 기우이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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