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회장의 퇴장은 "주요 인사들의 말년 관리가 중요하다는 것 실감케 해"

지금 금융가에선 어윤대 KB금융지주회장의 ‘초라한 퇴임?’을 놓고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금융계에 따르면 어 회장은 12일 KB금융지주회장직에서 공식 퇴임했다. 지난 2010년 ‘이명박 맨’을 자처하며 회장 자리에 오른 지 약 3년만이다. 그는 이날 오후 퇴임식에서 “영원히 KB맨으로 남겠다”며 쓸쓸히 퇴장했다.

이런 가운데 그의 굴곡 많았던 3년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고려대 총장 출신이다. 그래서 처음부터 그의 KB회장 취임을 놓고 고려대 동문들 사이에선 적지않은 설왕설래가가 일었던 것도 사실이다. 고대총장까지 지낸 사람이 KB회장으로 가는 것은 격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김상협 전 고대총장의 경우 정부의 삼고초려 끝에 ‘국무총리’를 지냈던 점을 상기하며, 고대 총장하면 총리자리정도는 가야 하는데 어 회장이 고대 총장의 격을 떨어뜨렸다는 지적도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찬성론도 있었다. 그는 고대 총장시절 대학을 부흥시킨 대표적인 인물로 꼽힌다. 총장의 신분을 벗어던지고 기업인들에게 고려대에 투자해 줄 것을 적극 요청해, 많은 지원을 받아낸 인물로 잘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그가 총장으로 재직할 땐 학교 재정에 걱정이 없었고 나아가 많은 학생이 장학금 혜택도 받을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런 상업적 마인드가 출중한 어 회장이 민간금융그룹 회장에 진출, 모교 발전에 막후역할을 하는 것도 나쁜 선택만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었다.

하지만 주요 인사들에 대한 평가는 주로 퇴임 말년에 이뤄지는 법. 말년을 잘 매듭지어야 하는 데 그게 쉽지 않은 게 인지상정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 회장 또한 말년 구설수들로 인해 쓸쓸한 퇴임을 맞은 케이스다.

그가 외국계 대형 생명보험사 인수를 추진했으나 사외이사들이 반대하는 바람에 무산됐고 이 과정에서 불미스런 충돌이 일어나 금융감독원 특별조사까지 받는 일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KB지주 경영진이 중국에까지 가서 경영진간 술자리 충돌사태까지 야기함으로써 깔끔하지 못한 뒷맛을 남기게 됐다. 그 뿐 아니다. 최근엔 어 회장 측근 부사장중 한 사람이 사외이사 인사를 앞두고 주주들에게 온당치 않은 정보를 누출시키는 사태까지 발생, 어 회장 지도력에 심각한 레임덕을 야기하기도 했다.

어쨌거나 어 회장은 자신이 데려온 임영록 회장에게 후임 자리를 물려주고 야인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금감원은 그의 퇴임에도 불구하고 그간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어 회장에 대한 “징계절차”를 논의키로 해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기고 있다. 이에따라 그의 개운치 않은 퇴장은 “요직에 있는 인사들의 말년관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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