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모든 불안정한 현실, '환율 1200원 돌파' 정도로 끝날까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경제칼럼] 대한민국 역사상 대단히 이상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국제정세는 지금까지 알던 모든 것이 근본적으로 뒤바뀔 수 있는 전인미답의 영역으로 들어서는데 한국의 국내정치는 박근혜 대통령이 과연 내후년 2월25일에 물러나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불확실하다.

크리스마스 휴일 직전인 23일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1203.0원을 기록했다. 이날 외환딜러들이 보이는 반응처럼 “1200원도 숫자일 뿐”이긴 하다. 1200원을 넘긴 것이 대단히 오래 전도 아니다. 올해 3월10일 이후 9개월13일에 불과하다.

1200원 환율을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게 하는 큰 요인은 원엔환율이다. 미국달러 대비 엔화환율이 117.47 원이다. 100엔 대비 원화환율은 1024.09 원이 된다. 올해 내내 국제금융시장 불안의 척도로 간주되던 1100원하고는 거리가 멀다.

그러면, 지금 한국 경제는 정말로 아무 탈이 없는 연말을 맞고 있는 것인가.

가랑비에 옷이 젖듯 원화환율은 지난 14일부터 소폭으로 계속 올랐다. 1167 원에서 이제 1200원을 넘었다. 이 사이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미국달러가 내내 강세를 보인 것도 아니다.

달러의 위력에는 오르내림이 있어서 그에 따라 엔화나 유로 등 다른 통화가치는 등락을 보였지만 원화환율은 한 길로 계속 올라갔다.

도널드 트럼프 당선 이후 엔화환율의 상승 폭이 워낙 커서 원화환율의 상승이 가려질 뿐이다.

원화와 엔화환율의 상승은 절대 그 성격이 같은 것이 아니다.

일본의 엔화환율 상승은 일본이 바라마지 않는 것으로, 국제적으로 투자 욕구가 살아났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원화환율은 이런 해석이 절대 불가다. 원화환율이 오르는 것은 한국 시장에 대한 경계심이 확대된 것이다.

그동안 한국 경제가 한 일을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다. 뉴스에만 등장하지 않을 뿐이지 국제 투자자들은 여전히 현대자동차 그룹의 삼성동 한전 부지 매입을 불평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에 대해, 국내에서는 국가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거대 기업의 경영권 안정 차원에서 평가를 하고 있는지는 몰라도 국제 투자기준에 따른 평가는 전혀 다르다.

삼성그룹만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의 금융시장이 국제 투자기준에 부합하냐는 의문을 강하게 던지고 있다.

지금의 2000선 안팎 종합주가지수는 참여정부 5년 임기 막판 달성한 것이다. 주식시장 투자기반 확충 뿐만 아니라 지배구조 개선 작업이 치열하게 이뤄진 결과다. 지배구조 문제로 일부 재벌 총수가 사법 처리를 당하는 고초를 겪는데 대해 일부에서는 좌파정책이라고 악담을 퍼부었지만 그 덕택에 주가가 2000을 넘었다. 그러고 나서 10년 가까이 되도록 여전히 그 수준에 머물고 있다.

앞으로 나가기는커녕 지금 한국 경제는 심각한 테스트를 받고 있다.

1200원을 넘어선 환율은 “시스템 자체가 없는 나라 아니냐”는 의구심의 첫 번째 표출이 아닌가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관련 당국은 환율이 오를 때마다 “일부 투기적인 기업의 달러 매수 때문”이라고 진단을 해 왔지만, 이번에도 과연 그런 것이 통할까.

크리스마스와 신년 연휴가 지나면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걱정을 해야 마땅한데,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기력조차 없는 사람들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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