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파장 속에서도 변신에 박차 가해 눈길

▲ 최태원 SK그룹 회장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최태원 SK그룹 회장(56)이 올겨울 몰아친 '최순실 게이트'의 엄동설한 속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위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최근 내놓은 인사개편이 그런 단초를 보여줬다는 시각이다. 조대식 사장(56)의 수펙스 의장 선임 등 50대 젊은 CEO들이 전면에 등장하고, 박성욱 SK하이닉스 부회장(58) 승진 등 전문가 그룹을 중심으로 한 큰 폭의 인사개편을 통해 '뉴SK'의 밑그림을 그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가 검찰 수사, 국회 국정조사에 이어 특별검사 조사라는 변수에도 그룹 전반의 판을 흔들어 '미래가 있는 경영'을 해보겠다는 의지를 선보였다는 얘기다.

지난 7월 최 회장은 "뿌리부터 바꾸자"며 변화와 혁신을 주문했는데 5개월 만에 그 결과물이 하나 나온 셈이기도 하다.

최 회장은 지난여름 계열사 사장단들에게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 속에서도 '미래가 있는 경영'을 주문하면서 SK가 슬로우 데스(Slow Death)는 물론 서든 데스(Sudden Death)라는 다양한 위기에도 혹독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지속적인 발전을 모색할 수 있는 성장 모델을 준비할 것을 당부한 바 있다.

특히 뿌리부터 바꾼다는 자세로 모든 것을 바꿔서라도 혁신경영을 이룰 것을 강조했다. 이는 과거(1993년)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독일 프랑크푸르트의 신경영 선언을 통해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바꿀 수 있으면 모든 걸 바꾸라"고 한 말을 생각나게 해 더 큰 관심을 불러오기도 했다.

최 회장은 이때 "SK그룹은 ROE(자기자본이익율)가 낮고 대부분 관계사의 PBR(주가순자산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각종 경영지표가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막연한 변화보다는 ROE, PBR이라는 구체적인 수치의 테두리 안에서 변화를 주문하기도 했다.

즉 돈 버는 방법, 일하는 방식 등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꾸되 그 목표는 무조건적인 성장보다는 우량하고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이라는 목표를 제시했다.

지난 10월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그룹 하반기 CEO 세미나에서 그 결과가 발표됐고 실행에 옮기는 작업에 시동을 건 모습이다.

특히 내년 이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이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눈길이 모아진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일부 계열사들은 중간지주회사 전환을 목표로 하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가 SK의 손자회사에서 자회사로 승격되는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예상하고 있다. 즉 SK텔레콤이 인적 분할을 해 사업회사와 투자회사로 나누고 현재 SK그룹 지주회사인 SK㈜의 손자회사인 SK하이닉스를 자회사로 승격시켜 SK하이닉스의 활용도를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의 손자회사는 지분 100%를 소유하는 경우에만 증손회사를 만들 수 있어 지금과 같은 지배구조로는 SK하이닉스가 인수합병(M&A) 시장에 나서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SK텔레콤 역시 정부 규제를 직접 받는 기간통신 사업자인 만큼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 따라서 SK텔레콤이 인적 분할해 투자회사를 SK㈜로 합치면 SK하이닉스와 SK텔레콤 사업회사가 자회사로 전환하게 된다.

이는 SK하이닉스가 자회사로 승격해 M&A 전략에서 운신을 폭을 넓혀줘 파이가 커지고 있는 반도체 시장 변화에 한층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해준다.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글로벌 금융기관인 노무라에 따르면 내년에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슈퍼사이클이 오지만 2018년 이후에는 공급과잉에 시달릴 것이라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는 상태다.

이는 SK그룹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SK하이닉스의 수익성에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메모리 반도체에만 치중해 있는 사업구조를 M&A와 합작 투자를 통해 신규 먹거리를 확보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특히 경쟁회사인 삼성전자는 자동차 전장 회사인 하만 인수를 통해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SK하이닉스는 최근 모바일용으로 많이 쓰이는 메모리 반도체인 낸드(NAND) 공장 증설에 나서기는 했어도 그 발걸음이 대체로 늦은 편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장기적으로는 SK하이닉스가 SK(주) C&C, SK텔레콤 사업부문을 합병해 반도체와 통신,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대형 ICT 회사 탄생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 새롭게 펼쳐지는 4차 산업에 대한 시너지 효과를 높이고 사업 확장 속도를 배가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본다. 최태원 회장의 인사 개편에 따른 후속 노림수에 눈길이 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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