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양적완화(QE)라는 거대 도박이 드디어 밑천을 드러내면서 미국 경제가 “무조건 성장하지 않으면 안되는 막다른 운명”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미국은 “자신들은 부작용 많은 양적완화를 축소하되 중국 유럽 일본 등 다른 경제강국에 대해선 엄청난 경기부양책을 쓰라”며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양적완화 축소 및 종료시점에 마침 경제가 뒷걸음질이라도 치는 날이면 그간 무지막지하게 돈을 풀어온 무제한 양적완화정책의 효과가 자칫 물거품으로 돌아갈 것이기 때문이다.

14일 금융계에 따르면 미국 최대은행 JP모건체이스의 2분기(4~6월) 실적 내용이 눈길을 끈다. 우선 겉으로만 보면 실적이 기대치를 웃돌았다. 주식과 채권 트레이딩 이익이 매출과 영업익 증가를 주도했다. 이 결과 올 2분기 중 순이익이 65억달러, 주당 1.60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49억6000만달러, 주당 1.21달러에 비해 31%나 늘어난 수치다. 주당 1.44달러였던 시장 전망치도 훌쩍 넘어섰다.

같은 기간 매출은 259억6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역시 전년동기의 228억9000만 달러에 비해 13% 증가한 것이다.

특히 2분기 실적중 주식과 채권 트레이딩 수익은 54억달러로, 전년동기대비 18%나 증가했다. 부실여신에 대한 충당금도 4700만 달러에 그쳐 2억1400만 달러였던 전년동기에 비해 급감했다 따라서 이 은행의 실적을 보면 바로 전통적 영업인 대출영업이 아니라 트레이딩 수익이 대종을 이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꿔 말하면 전통적인 영업이 크게 부진해지자 다른 수단을 동원해가며 실적을 올리기 위해 몸부림쳤음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또한 이같은 수익구조 변화는 바로 양적완화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우선 최근 미국 은행들의 경우 예금은 꾸준히 늘고 있는데도 대출은 증가하지 않고 있다. 아울러 대출이 늘지 않는데도 예금은 줄기차게 불어나고 있다. 그 이유는 뭘까. 바로 채권형태로 머물러 있던 시중의 유동성이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의 채권매입에 의해 은행 예금의 형태로 변경된 것이다. Fed채권매입 프로그램에 의해 예금계수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대출마저 늘지 않으면서 예금과 대출의 갭만 아주 커졌다.

그 뿐 아니다. 소비자와 기업들의 대출수요가 위축되고 초저금리로 인해 대출 마진도 급격히 줄면서 은행들은 이같은 많은 예금을 갖고 대출보다는 투자은행 업무와 트레이딩 업무에 몰입했음을 알 수 있다. JP모건체이스 수익중 트레이드 부문의 실적이 크게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Fed가 양적완화 축소 로드맵을 발표한 뒤 시중 금리가 급등하면서 JP모건의 영업방식에도 비상이 걸렸고 미국 경제도 기로에 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와관련, JP모건체이스 다이먼 CEO는 “금리급등으로 모기지 리파이낸스 수요가 급감, 은행의 순이익도 기록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다만 “경제성장만 뒷받침 된다면 금리상승은 좋은 일이 될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경기만 좋아지면 리파이낸싱 수입은 줄어들지 몰라도 대출이 증가하고 예대마진도 높아질 것이라는 게 다이먼 CEO의 설명이다. 또 그렇게 되면 예금과 대출의 갭도 줄고 실물과 금융시장간 괴리도 해소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다이먼 CEO의 말을 뒤집어보면 금리가 급등하는 상황에서 거꾸로 미국 경제가 다시 악화되기라도 하는 날이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UBS은행이 최근 양적완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경기가 후퇴하면 ‘다시 디플레이션 파국’에 돌입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것과도 맥을 같이한다. 물론 Fed가 양적완화를 통해 다시 경제살리기에 나설 수 있겠지만 다수의 Fed위원이 양적완화 조기축소를 강요할 만큼 정책의 밑천이 이미 바닥을 드러낸 상황이어서 이마저도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처럼 경제가 다시 나빠지면 굳이 양적완화에 나서지 않더라도 금리는 대폭 하락할 것이며 Fed의 역할도 전통적인 통화정책을 수행하는 수준으로 크게 약화될 전망이다.

따라서 미국의 경제는 다이먼 CEO의 지적대로 무조건 좋아지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 놓여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그간 온갖 공을 들여 추진했던 양적완화 정책은 수포로 돌아가고 경제는 희생불가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다.

이에따라 미국은 양적완화 축소 및 종료를 계기로 경기 활성화여부에 부쩍 신경을 쓸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미국 경기가 살아나기 위해선 미국 경제만 나홀로 호전돼서도 안된다. 다른나라들의 도움없인 혼자 살아남을 수 없는 게 글로벌 경제환경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양적완화 출구전략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일본의 양적완화 정책을 크게 반긴 것도 이같은 연유에서다. 아울러 유로존을 향해 빨리 경기부양책을 쓰라고 강요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이 경제개혁을 위해 긴축정책을 펴자 온갖 경기부양책을 쓰라며 직간접 압력을 넣고 있는 것도 미국의 이같은 다급한 현실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그간 전례가 없었던 양적완화정책을 어떻게 끝내고 그 과정에서 경기가 꺼지지 않도록 어떤 후속대책을 마련해 갈지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