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너스 금리 등 정책마다 엔고 초래하다 트럼프 당선으로 반전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에게 2016년은 뜻밖의 도움으로 수렁에서 탈출한 한 해다. 도움을 준 사람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다.

▲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사진=뉴시스.

구로다 총재는 올해 1월, 일본 경제에 2%의 인플레이션을 불러온다는 목표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라는 엄청난 결정을 내렸다. 미국은 그 무렵 7년간의 제로금리를 마치고 연방기금금리를 0.25%로 올렸다. 완만한 속도지만 드디어 긴축으로 전환한 것이다.

일본은 이를 역행해 은행들이 중앙은행에 맡기는 돈에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부과하기로 했다. 은행들의 예금에 대해 이자가 아니라 오히려 수수료 비슷하게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일본의 시장금리가 내려갈 것이고 투자자들은 엔화자산을 팔고 달러 자산을 사들여 엔화환율이 올라갈 것이라고 구로다 총재는 기대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미국달러 대비 엔화환율은 2015년말 1달러당 120.57 엔이었지만 마이너스 금리 도입 후 2주일이 지난 시점에는 112엔으로 뚝 떨어졌다.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경제 상황이 극히 불투명하니 오히려 안전자산인 엔화를 사야 한다는 신호가 됐던 것이다.

영국 국민들이 6월 국민투표에서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를 선택한 것 역시 엔화가치 절상을 가져왔다. 엔화환율은 100엔대를 간신히 지키는 선으로 떨어졌다.

구로다 총재는 6월중 헬리콥터 머니에 관한 풍파도 겪었다.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해도 안되니 헬리콥터 머니를 뿌려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아베 신조 총리의 경제측근은 혼다 에츠로 스위스 주재 일본대사가 이런 주장에 동조하는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 의장을 초청해 아베 총리와 구로다 총재를 만나게 했다. 하지만 헬리콥터 머니는 아베 총리측과 구로다 총재 모두 일축했다.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또한 대상 채권의 고갈이라는 기술적 문제를 안게 됐다. 이에 대한 조정으로 9월 회의에서 장기금리를 0%로 묶는 것으로 양적완화 방식을 바꿨다.

엔화환율을 높이기 위해 뭔가를 할 때마다 엔화환율 하락을 겪는 구로다 총재는 마이너스 금리에 대한 은행권의 반발에도 시달렸다. 일본은행 고위 관계자들이 은행들을 찾아다니며 해명하는 고된 나날이 이어졌다.

미국의 대통령선거에서 뜻밖에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된 것은 구로다 총재의 처지를 더욱 힘들게 할 것으로 예상됐다. 국제 정세가 불안정할 것이니 아시아 지역 최대 안전통화 엔화의 선호도는 더욱 높아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뜻밖에 상황이 완전히 뒤바뀌었다. 트럼프 당선인의 재정 확장 정책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초래하고 시장금리를 높일 것으로 분석됐다. 연중 10개월 1주일 동안 하락하던 엔화환율이 갑자기 위로 방향을 바꾸었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연중 한 때 99.02 엔까지 떨어졌던 엔화환율은 30일 1달러당 116.96 엔을 기록하며 한 해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는 0.36% 올랐다.

지난해 말에 비해서는 3% 가량 하락했다. 그러나 100엔 선까지 무너질 뻔 했던 것을 생각하면, 구로다 총재로서는 구사일생의 한 해를 마친 결과다.

새해에는 역시 달러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일단은 우세하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정책이 오히려 달러 약세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엔화환율이 29일 난데없이 0.5%나 하락했던 것은 그동안 상승에 따른 이익실현 달러 매도 때문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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