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살리는 데 무능한 정부...다시 되풀이돼선 안될 것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최원석 경제칼럼] 2017년 대선의 해, 한국의 정국이 더욱 혼미해지고 있다. 정치권은 탄핵정국 속에 조기 대선을 염두에 두고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정치권에서 경제는 이제 관심 밖으로 멀어져 가고 있는 아득한 이슈처럼 느껴진다.

정부 당국도 경제살리기에 큰 역할을 못하고 있다. 현 정책 당국의 존재는 긴급 위기관리 체제 정도로 밖에 인식되지 않고 있다. 경제살리기 정책이라고 내놓은 것들이 그 밥에 그 나물이다. 고용정책과 관련해선 “공공기관 채용증대”라는 매년 써먹던 정책이 또다시 등장했다. 재정 조기 집행도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늘 써먹는 단골 메뉴다.

중국이 사드 보복을 가하는데도 정치권은 이 문제로 갈등만 더 키우고 있다. 일본이 위안부 소녀상 문제로 경제보복에 나서고 있는데도 정부는 엉거주춤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한국을 사이에 두고 경제 강국들이 정치적 이슈를 갖고 경제보복을 강화하고 있는데도 정치권이나 정책 당국은 뚜렷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관계 당국은 “유감이다”는 논평만 낼 뿐이다.

어느덧 한국은 경제적으로 허약한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한국의 간판기업인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에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세력과의 불미스런 관계에 휘말려 손가락질을 받고 있다. 다른 한쪽에선 AI(조류독감) 확산으로 계란값이 폭등하는 등 장바구니 물가가 위태로워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출범을 앞두고는 “미국의 북한 선제 타격 가능성” 등 한반도에는 매우 위험한 변수들이 들먹거려지고 있다.

세계 경제환경도 한국 편이 아니다. 글로벌 시장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주요국의 정치적 불안이 커지면서 수출로 먹고 사는 한국의 경제를 위협할 대형 변수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우선 이달 20일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가 공식 취임한다. 3월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본격화를 알리는 리스본조약 50조 발동이 대기하고 있다. 4~5월엔 프랑스 대선이 기다리고 있다. 5월엔 이란 대선이, 9~10월엔 독일 총선이 각각 예정돼 있다. 또한 중국에선 공산당 전국 대표회의가 올해의 빅 이슈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한국은 언제 대통령 선거가 치러질지 조차 분명치 않은 안개국면 속에 있다.

그러나 국민들의 관심은 조기 대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크다는 데 집중되고 있다. 헌재의 탄핵이 가결되면 상반기 중에 선거가 치러질 수도 있다. 그리고 이를 염두에 두고 정치권은 아주 격한 헤게모니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국민들의 민생은 정치권에서 안중에도 없는 듯한 모습이다.

정치권이 잊어선 안 될 게 있다. 상대 정치세력을 비방하는 데만 몰두할 게 아니라 진정 대권을 잡고 싶다면 시급하게 준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경제 공약이다.

지금 국민들은 지쳐있다. 먹고사는 문제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 대선에서 누가 어떤 실효성 있는 경제 정책을 내놓을 것인지에 국민들은 두 눈을 크게 뜨고 지켜볼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정치권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 정령 새 정권을 잡고 싶다면 경제 공약부터 치밀하게 준비해 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주변국과의 경제 갈등을 풀 해법은 무엇인지, 갈수록 늘어만 가는 부실기업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1300조 원이 넘는 가계 부채와 관련해선 어떤 해법을 갖고 있는지, 역대 최악의 청년 실업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대책을 내놓을 것인지, 썩은 재벌을 개혁하기 위해서는 어떤 복안을 갖고 있는지, 그리고 경제정책을 훌륭히 이끌기 위해 청와대 경제수석, 경제부총리, 금융위원장, 금융감독원장, 한국은행 총재 등에는 어떤 인물을 앉힐 것인지 등 국민들 앞에 추락하는 한국 경제를 구하기 위해 어떤 복안이 있는지를 소상히 밝힐 준비를 해야 한다.

경제적 비전을 잘 제시하는 정치세력이 대권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게 지금 한국이 처한 현실이다.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 하나 책임지지 못하는 정치세력을 또다시 새로운 리더로 앉힐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미 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의 무능에 질릴대로 질려버린 상태다.

최근 중국의 사드 보복이 노골화되자 일부 화장품 회사 리더들이 새해 각오로 “중국이 아닌 미국 등 다른 시장을 개척하는 데 역점을 두겠다”고 밝힌 것은 잘한 일이다. 중국에서 한국산 자동차 배터리를 배제하는 상황에서 “중국 없이도 살아갈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춘 일부 기업의 등장”도 한국의 남은 저력으로 인식되고 있다. 미국, 중국, 일본이 한국의 경제를 온갖 협박해도 독보적인 경쟁력으로 버티고 있는 한국의 반도체 산업도 아직은 자랑스런 대한민국의 저력이다.

이런 저력을 다시 확대하는 데 필요한 정책을 제시해주고 실행할 수 있는 새 정권이 절실히 필요한 게 한국의 다급한 현실이다. 만약 새 정권의 주인이 되고자 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추락하는 한국 경제의 새로운 비전부터 제시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국민들의 박수를 받을 것이다. 또한 이런 자세를 가진 정치권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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