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속 美 석유업자들은 향후 비싼 값에 팔려고 비축량 증대?

[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최근 국제 유가가 다소 기이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원유재고가 급증한 상태인데도 유가가 오름세를 유지한 것이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는 “OPEC을 비롯한 주요 산유국이 감산에 나서는 상황에서 미국 석유사업자들이 향후 비싼값에 팔 요량으로 원유 및 석유류 저장을 늘리고 있는 데 따른 것일 수 있다”고 진단해 눈길을 끌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의 원유 재고가 지난 주 410만배럴 증가했다는 것은 가짜 뉴스가 아니다. 이에 따라 현재의 원유 재고 수준은 올해 평균 재고 수준의 상단에 위치하게 됐다.

또한 설사 이 같은 뉴스가 가짜라고 하더라도 해당 뉴스는 지난 11일(현지시각) 유가에 충격적인 흐름을 안겨 주었다. 일반적으로 미국 에너지정보국이 원유 및 석유의 재고 수준이 증가했다고 발표하면 유가가 떨어지는 게 상례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유가는 오히려 약 4.5%나 껑충 올랐다. 또한 이는 휘발유와 증류(경유와 연료) 재고 수준이 1월 첫째주에 증가했음에도 나타난 것이어서 더욱 눈길을 끌었다.

전 세계가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라고 결론짓기 전, 원유에 있어서는 한해가 시작될 때 다소 기이한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은 유념에 둘 만 하다. 다수의 원유는 조세 관련 활동(세금 평가)을 앞두고서 매년 12월이 되면 미스테리하게도 저장고에서부터 빠져나가곤 한다. 그리고 다시 매년 1월이 되면 증가하게 된다.

하지만 휘발유와 증류의 재고 증가는 이 같은 설명으로는 적절하게 설명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 아마도 이는 타이밍 문제일 것인데, 정제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겨울철 재고 수준 유지를 위해 가동을 최대로 늘리는 경우가 많다. 마치 다람쥐가 겨울철 비축을 늘리듯 원유 사업자들도 겨울철을 대비한 비축자 역할을 하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사실도 거짓은 아니지만 최근의 원유가격 랠리를 설명하기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블룸버그는 밝혔다.

한편 지난 주의 미국 석유공장 가동률 93.6%는 1월이라고 해도 꽤나 높은 수준이다. 월간 평균 수준대비 7ppt 높은 수준이고 과거 25년 대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절대적 수치 기준에 있어서, 1월 첫째주 휘발유 재고가 500만 배럴 늘었다는 것은 1982년 이후 전체 1월 평균 수준 1100만배럴의 약 절반에 가까운 수치이다. 증류의 경우 평균적으로 1월에 920만배럴이 감소하지만 이번에는 850만배럴이 증가해 그 배경이 이목이 쏠렸다.

이처럼 올 겨울 휘발유와 증류유 재고가 급증한 것은 다소 온화한 기후 때문일 수도 있다. 날씨가 온화하다 보니 소비가 줄었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중요한 점은 현재의 초과공급 수준이다. 미국의 원유, 휘발유, 증류 재고는 5년 평균 범위 수준의 상단에 위치하고 있다. 따라서 재고 수준 유지 기간이 다가오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람쥐처럼 행동할 이유가 크게 존재하지는 않는다. 한편 정제마진이 지난해 가을철 이후 확대되고 있지만 특별히 높은 수준은 아닌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그리고 이번 현상을 설명해줄 수 있는 또 다른 한 가지 요소는 OPEC(석유수출국기구)이다. OPEC에선 이번 달부터 감산이 시작됐다. 원유 정제 기업들은 정제 상품들의 가격 또한 높이게 될 유가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석유사업자들은 현 시점에서 보다 저렴한 가격에 원유를 구입해 추후 높은 가격에 판매하고 싶어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물론 이는 OPEC, 그리고 이들의 감산 조치에 달려있다. 일부 회원국들은 감산을 시작했다는 신호가 보이지만 아직까지 시행 초기이고 리비아와 같이 감산에서 면제되는 국가들이 존재하는 것도 변수다. 재고 수준이 높고 정제 기업들이 조만간 매입 수준을 낮출 것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11일(현지시간)처럼 미국의 석유재고 급증 발표에도 유가가 오른 것은 절대적으로 OPEC의 감산 이행에 의존한 가격 흐름이었다고 볼 수 있다. 유가 강세장 전망가들에게는 운 좋게도, OPEC이 그들의 약속을 이행하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기사 정리=초이스경제 최미림 기자/ 기사 도움말=골든브릿지증권 안장현 마켓 애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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