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 방향에 이례적으로 통화정책 기조 명시적 언급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3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한국은행이 13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치고 발표한 통화정책방향에는 이례적인 문구가 포함됐다.

금통위의 공식성명서인 통화정책방향은 향후 정책을 시사하는 결론 부분에서 “국내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하여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므로 통화정책의 완화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통화정책방향에서 통화정책 기조를 이렇게 명시적으로 언급한 사례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2월23일의 금통위 회의는 이와 관련해 더욱 주목된다.

통화정책방향은 본문에 포함된 구두점까지 모두 금융통화위원들의 의결을 거쳐서 발표되는 것이다. 문장이 추가 또는 삭제되거나 표현이 미세하게 변하는 것은 모두 금통위원들이 의도를 갖고 토론을 한 결과다.

한은은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기존의 2.8%에서 2.5%로 낮췄다. 성장 전망을 이토록 크게 낮추는 당일, 기준금리를 1.25%로 유지했다. ‘한은이 뭐라도 해야 되지 않냐’는 지적이 제기될 가능성을 의식 안할 수 없다.

새로 추가된 표현을 소극적으로 해석하자면, 이런 부담을 완화하려는 포석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서는 2월 회의에서는 더욱 적극적으로 통화 완화기조를 채택할 수 있다는 신호도 된다.

금융시장에서는 0.25%포인트의 금리 인하여지를 한국은행이 갖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가 재작년과 지난해 각각 한 차례 금리를 올리고 올해 세 차례 인상을 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는 여의치 않다.

하지만, 이번 금통위 회의를 앞두고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이 한은의 정책 여력을 다소 늘려준 결과가 됐다.

미국달러 강세 기조가 갑자기 주춤해지면서 1200원 위에 있던 원화환율은 1170원대로 급격히 내려앉았다. 당장 1월 금통위 회의에서 투자자금의 해외 유출을 크게 우려할 부담은 덜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한은은 어떻든 통화 완화 쪽으로도 여전히 정책 여력을 갖고 있음을 분명히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채권시장은 한은의 이런 행보에도 불구하고 시장금리가 줄곧 전일대비 0.02~0.03%포인트의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는 전날 금리가 큰 폭으로 하락한데 대한 채권 반대 매도의 성격이 강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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