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9일 새벽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나와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장경순 기자] ‘대통령이 곧 국가다’라는 독재주의 시대 논리가 경제계에 악용되면 ‘재벌 회장이 곧 경제’라는 식이 된다. 회장의 안위를 기업의 사운으로 여기는 태도가 심화되면 이런 식이 된다.

이런 식의 비뚤어진 ‘친기업’ 사고방식은 시장경제에 독이다. 무능한 사주가 경영권을 지키는 유용한 수단이 되고, 부실기업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것을 방해한다.

진정한 ‘친기업’은 시장의 룰을 지키고 투자자들에게 기여하는 기업에게만 혜택이 가도록 하는 것이다.

2000년 현대그룹 자금 위기를 돕는 일에 현대자동차가 동참한 것을 비뚤어진 ‘친기업’이라고 쉽게 매도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시장논리에는 어긋난 일이 분명했다. 위기에 빠진 기업에 잘 나가는 기업까지 말려드는 것이었다. 당장 외환시장에서 소동이 벌어졌다. 역외를 중심으로 거세게 원화환율이 상승했다.

시장논리를 저버리면 그에 따른 불이익은 반드시 찾아온다. 시장의 법칙처럼 철저한 것이 없다. 한국이 사회주의나 국가주의식 계획경제가 아닌 시장경제 국가인 이상 이것은 분명하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새벽에 기각된 19일, 원화환율의 동향은 이런 점에서 주목받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19일 미국달러 대비 원화환율은 1달러당 1177.6 원에 마감됐다. 전날보다 10.9원 상승한 것이지만 상승폭이 비율로는 0.93%로 1%에는 미치지 못했다.

개장 직후 1180원 가깝던 것에 비해서는 소폭 반락했다.

이런 환율 곡선은 일단 안도감을 가질 만하다. 전날 국제 외환시장에서 달러가치가 대폭 절상됐기 때문에 1%나 10원 정도의 원화환율 상승은 예상됐다. 개장 직후의 환율보다 마감 환율이 낮은 점도 유독 원화가치를 떨어뜨리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만약 법원의 결정이 ‘한국에는 시장 원칙을 지켜줄 수호자가 없다’는 불만으로 이어졌다면 이날 환율 상승이 1% 이내에 머물렀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 변동 양상도 역외를 중심으로 달러 매수가 지속되면서 개장가보다 마감가가 훨씬 높은 형태가 됐을 것이다. 다행히도 그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삼성과 관련한 시장규율 논란이 금융시장에서 완전 종식된 것으로 안도하기는 아직 이르다. 한국 금융시장은 여전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제대로 시장의 원칙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심판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국제 외환시장에서는 엔화환율이 오후 4시30분(한국시간) 현재 1달러당 114.83 엔으로 전날보다 0.16% 올랐다.

그러나 유로와 파운드는 엔화와 달리 달러에 대해 소폭의 강세를 보이고 있다. 유로환율은 1유로당 1.0637 달러로 0.07% 올랐고 파운드환율은 1.2267 달러로 0.05%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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