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정치권은 기업 환경 개선 및 리쇼어링에도 신경써야

[초이스경제 김완묵 기자] 보호무역주의와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정식으로 취임했다.

그가 내세울 정책들은 과거 오바마 정권이 취해온 정책들과는 사뭇 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주변 국가에선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이 그동안 자유무역과 세계화를 주도했던 것에서 벗어나 미국 시장에 장벽을 세우고 자국의 일자리 창출에 우선하는 정책을 도입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글로벌 무역에 의존하는 우리 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상황이다.

물론 3~4%대 고성장 경제 정책 추구, 1조 달러에 달하는 재정확대나 감세를 기반으로 하는 친기업주의 강화 등은 세계 경제의 활력을 높여 우리에게도 낙수 효과 등이 기대되지만 자국에 공장을 세우지 않으면 불이익을 제공한다든지, 금리인상이 가속화될 것이라든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를 재검토할 것이라는 소식은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걱정되는 상황이다.

이에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도 미국에 대한 투자 확대를 발표하면서 발 빠르게 대응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향후 5년간 미국에 31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발표해 현지 공장의 효율을 높이는 것은 물론 트럼프 정권의 정책에도 부응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냈다. 이 투자 자금 중 일부가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인 제네시스 생산 라인 건설에 사용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현대차는 미국에 제2공장 설립 여부도 심도 있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렇게 되면 한 해 33만여대에 이르는 현대차의 국내 생산 차량의 미국 수출이 줄어들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나온다.

그런가 하면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멕시코 공장에서 가전제품을 만들어 미국 시장에 공급하던 것을 현지에 공장을 세우는 시프트(이동) 전략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대부분의 가전공장을 외국에 둔 상태로 생산비용엔 영향이 있을지 모르지만 국내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로벌 금융기관인 다이와는 최근 트럼프 정권이 10%의 국경세(Border Tax)를 도입할 경우를 가정해 아시아 기업들이 입을 매출총이익에 대한 영향을 분석해 관심이 간다. 이번 분석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43개국 기업들 중 미국에서 매출 비중이 20% 이상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했는데, 다행히 한국 기업들은 큰 영향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SK하이닉스, 현대차는 2% 정도의 매출총이익 감소가 나타나는 수준이었다. 또 한국타이어, 삼성전자, 넥센타이어도 5% 수준의 감소가 예상됐고 LG전자(-10.6%), 기아자동차(-7.3%), 현대모비스(-6.2%) 등은 매출총이익 감소폭이 다소 클 것으로 예상됐지만 못 견딜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미국의 국경세 논란, 중국의 사드 압박 등으로 우리 수출의 40% 가까이를 차지하는 양강이 울타리를 높이고 자국 우선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이에 대응하는 우리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점이다.

특히 중국의 사드 압박에 대해서는 정부가 대응책을 내놓고는 있지만 원론에 그치는 수준이어서 기업들이 각자 알아서 하라는 얘기로 밖에는 들리지 않는다. 여기에 미국이 자국에 기반한 생산과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만 우리에겐 뾰족한 대책도, 또 이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안 보인다는 점이다.

더욱이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 사태로 올해 대선 시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치권은 주변의 경제 지형 변화에까지 눈길이 가지 않는 모습이다.

거의 모든 것을 기업들이 알아서 대응해야 하는 형국으로 흘러가고 있지만, 기업에 대한 부정적인 국민 정서가 확산되고 기업에 대한 굴레를 강화시키기 위한 법안들이 대거 상정되면서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된다면 기업인들 가운데는 국내에서 기업을 운영하거나 공장을 가동하기가 점점 어려워질 것이라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아예 제조업을 위한 공장은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라는 하소연도 들린다. 그것은 재벌에 속한 대기업 집단만이 아니고 중소기업 집단에서도 똑같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업 활동에 대한 규제가 갈수록 심해지고 노동권력의 입김도 강해지는 속에서 글로벌 투자 환경도 녹록하지 않게 전개되는 만큼 막연한 하소연이라고는 들리지 않는다.

이에 국내 공장의 해외 이전, 이른바 오프쇼어링(Offshoring)이 큰 과제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부나 정치권은 어떤 대책이나 비전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우리가 상대하는 주변 경제대국이 인센티브 제공이나 규제를 빌미로 해외 공장의 국내 이전, 이른바 리쇼어링(Reshoring)에 적극 나서고 있지만 우리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다.

일부 정치권에서는 기업들이 나간 자리는 공공서비스를 강화해 메울 수 있다고 내다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가 경쟁력을 갉아 먹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해서도 민간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투자를 유인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

더구나 한국의 제조업은 이미 기반을 탄탄하게 쌓아 조금의 정책적 뒷받침만 있다면 굳이 오프 쇼어링을 하지 않고도 충분히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 분석도 나오는 실정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기업인들의 사기를 높여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투자를 할 수 있도록 기업 환경을 개선하는 데도 신경을 써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는 우리 기업의 해외 공장을 불러들이는 리쇼어링을 활성화하는 지름길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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