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호주 시드니 등 중국인 구매자 자취 감춰...계약금 내고도 계약 포기"

▲ 사진=뉴시스

 

[초이스경제 김의태 기자] 중국 당국이 해외 송금 규제 등 자본유출 억제조치를 강화하면서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중국인들의 해외 부동산 매입 열기가 싸늘해졌다고 블룸버그가 31일(한국시간) 보도했다.

중국이 외환보유액 3조 달러 선 고수가 위태로워지자 자본유출 방어 고삐를 한층 강하게 죄면서 실리콘밸리, 런던 등지의 부동산 거래가 줄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가 해외 송금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내놓은지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벌써 선진국에서의 중국인 부동산 매수세가 가라앉았다.

올 들어 외화를 매입하는 모든 중국인은 5만 달러 쿼터를 전부 해외 부동산 투자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고 서명해야 한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간 외화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며 자금세탁 조사대상자로 선정된다.

중국은 지난주 기업들의 아웃바운드 투자과 관련해 자금출처와 지출에 대한 세부사항을 명확히 밝히도록 하는 규제를 추가했다.

그 여파는 바로 각국의 부동산 시장에 미쳤다.

런던 부동산 시장의 경우 3개월 전만 해도 첼시, 하이드파크 인근 나이츠 브리지 지역 고급 주택가의 최고가 아파트 매입을 위해 줄을 섰던 중국인들이 현재 계약금을 송금하는데도 어려움을 겪을 정도다.

템스강이 내려다보이는 67층 규모로 매매가가 최소 59만5000파운드(75만2000달러)인 고급 아파트 더 스파이어(The Spire) 구매 계약을 맺은 중국인들은 70%가 이미 계약금을 냈는데 잔금 납입이 어렵다고 거래를 중개한 상하이의 부동산 개발업체가 밝혔다.

실리콘밸리의 부동산 컨설팅업체 켈러 윌리엄스 리얼티 관계자는 “연초 이후 중국으로부터의 문의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호주 시드니의 부동산 개발업체들도 중국 구매자들이 자취를 감추면서 불황을 겪고 있다고 이 통신은 전했다. 베이징에 거주하는 한 공무원 은퇴자는 호주 멜버른에 있는 240만 위안짜리 주택을 사기 위해 계약금 30만 위안을 이미 냈는데도, 중도금과 잔금 지불이 여의치 않아 계약금을 떼이더라도 구매를 포기하겠다고 말할 만큼 사태는 심각하다.

호주 부동산 시장에서 중국인들은 가장 ‘큰 손’이다. 호주는 회계연도 2015년 6월 기준 240억 호주 달러에 달하는 중국인들의 부동산 투자를 승인했다.

그러나 이미 많은 중국인과 기업들은 당국의 자본유출 규제 조치를 예상하고 해외로 자금을 옮겨놓았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해외거래를 중개하는 중국 부동산 업자들은 “중국 부자들은 보통 해외여행을 하면서 현지 부동산을 매수한다”며 올 음력 신년 연휴는 지난해보다 더 바빴을 것이라고 전했다.

 

 

저작권자 © 초이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